[사설] 국민항쟁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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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국회에서 탄핵가결이 선포됐다. 그것도 234명 찬성이라는 압도적 다수로 대통령 직무정지가 가결됐다. 친박계가 무너진 결과다. 친박은 이제 더 이상 폐족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친박 좌장격인 최경환, 이정현의원 등이 온갖 기만적 수사와 궤변으로 비박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비박은 고사하고 친박 내부조차도 지키지 못했다. 모두 국민의 힘이다. 230만이 넘는 압도적 분노의 물결이 어떡하든 재주를 부려 탄핵을 회피하려고 했던 친박, 비박의 꼼수를 단칼에 베어버렸다. 결국 조선일보가 새누리당에게 야당될 각오를 하라고 말할 정도로 수구보수세력들에 대한 국민적 심판은 준엄하다.
탄핵가결은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탄핵은 박대통령 개인에 대한 심판이 아닌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이란 대통령과 그를 떠받치던 내각과 정당 등 그 부역자들 모두에 대한 심판이다. 이것이 탄핵의 정치적, 역사적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나아가 박근혜 정권을 넘어서 쌓이고 쌓인 적폐를 해소하고 새로운 민주정권을 탄생시키는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그때까지 촛불은 내릴 수 없다. 이제 국민에게 그리고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야당과 정치세력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다음과 같다.
▲박대통령의 즉시 퇴진이다. 압도적 다수의 국민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였던 새누리당의 절반 가까이도 탄핵을 찬성했다.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박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다. 그러하기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는 요식행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직무 정지된 대통령 박근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심판과 특검수사에 임하겠다”라고 밝혀 유폐된 조건에서도 시간을 끌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즉시 퇴진’을 거부한 것이다.
국민과 끝까지 맞서려는 태도다. 9일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탄핵가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국민항쟁 초기부터 일관된 즉시 퇴진 요구는 이제 탄핵으로 그 정당성이 확인됐으니 만큼 바로 실현돼야 한다. 그것만이 국민의 뜻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박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
▲ 내각 총사퇴이다. 박근혜 정권의 연장인 황교안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어 과도내각을 이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총리 본인부터 인권탄압, 재벌비호로 점철돼온 이력만이 아니라, 국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근혜게이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4년 말에 정윤회 관련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사안에 대해 근거 없다고 결론지은 장본인이다. 박근혜게이트를 옹호했던 인물이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세운다면 어느 국민이 용납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 추미애대표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는 국민이 받아들일 수 없다.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 “탄핵안의 뜻에는 내각 불신임이 포함됐다고 보면 된다”라고 탄핵의 의미를 밝힌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박근혜 정권을 떠받쳐온 황총리를 비롯한 내각은 그 수장이 탄핵됐으니 만큼 동반해서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항쟁에 담긴 국민의 뜻이요 역사의 정의다. 만약 그가 스스로 내려오지 않는다면 이 역시 국민적 힘으로 내려오게 할 수밖에 없다. 촛불을 내릴 수 없는 이유이다.
▲ 새누리당의 해체이다. 누가 보더라도 새누리당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권을 가장 앞장서 옹호했던 주역이자 박근혜게이트의 부역자이다. 마땅히 깊이 반성하고 모든 언행을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취해야 할 도리다. 그러나 국민항쟁 가운데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은 가히 도당 수준이었다. 친박은 범죄자 수장을 어떡하든 지키려고, 말도 안 되는 궤변과 꼼수를 연발하고, 비박은 이선 후퇴와 내년 4월 퇴진 그리고 탄핵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배신과 번복을 밥 먹듯 하며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상실했다. 이들은 오직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이 유일한 판단기준임을 보여줬다. 김무성의원은 추대표의 ‘황총리 퇴진, 내각 불신임’ 입장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황총리 대행을 옹호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게이트 부역자들이 꼬리 자르기 식으로 개인 박근혜를 유폐시키고 정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들에게 진정한 반성이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해체돼야 한다. 촛불을 내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 불순한 정략적 개헌 반대이다. 탄핵이 가결된 9일 새누리당은 바로 친박 비박을 망라해서 소위 ‘개헌추진회의’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이미 탄핵을 전제로 이를 추진해 왔던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개헌이란 국민주권을 신장시키는 개헌이 아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개헌은 오로지 자신들이 계속해서 권력의 한 자락이라도 잡기위한 개헌, 권력분점을 위한 개헌이다. 자신들이 내세울 만한 국민지지 후보가 없는 조건에서 내각제, 이원집정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 나눠먹기 개헌을 통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 새누리당 그리고 일부 야당세력은 일치감치 박근혜게이트의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는 식으로 권력분점 개헌 필요성을 홍보해 왔다. 그러나 적폐의 원인은 제도 때문이 아니라 탐욕과 부패에 물든 사람과 세력 때문이다. 개헌 이전에 적폐청산이 선행돼야 할 이유이다. 그리고 개헌은 국민주권을 신장시키는 개헌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국민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국민의 주체적 참여가 보장된 조건에서 준비된 개헌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국민 참여가 배제된 개헌, 소수 정치세력이 권력야합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개헌은 마땅히 좌절돼야 한다.
국민의 탄핵 이후 요구는 명확하다. 박대통령의 즉시 퇴진과 조기대선 그리고 황총리가 퇴진한 조건에서 국민과 야당 합의의 국민과도내각 구성과 적폐 청산이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의 실현이야말로 역사를 바로 세우는 민주정권 탄생의 길이다. 항쟁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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