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표의 시민/풍/파] 황교안의 국정인가 시민의 국정인가?
2016.12.13 07:45:36
2016년 12월 9일 오후 4시 10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탄핵 결과는 1(불참), 234(찬성), 56(반대), 7(무효), 2(기권)였다.
'우주의 기운' 때문이라는 댓글이 인터넷과 SNS를 가득 메웠다. 탄핵안 가결 직후 대통령은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대통령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올림머리와 원형 목걸이를 한 채 국무위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했다. "나는 곧 돌아올 테니, 그동안 일 잘하고 있어라"는 얘기였다. 국민께는 그저 "송구스럽다"는 말로 사죄를 대신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3분에 청와대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받았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와 행정 수반으로서의 헌법상 권한이 정지됐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대통령으로부터 '문자 해고' 통보를 받았던 총리가 한 달을 버텨냄으로써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이 역시 '우주의 기운' 덕분인 듯하다(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총리에겐 '하느님의 뜻'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국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축포를 쏘았다. 수백 만개 촛불의 힘은 '제왕적' 대통령마저 권좌에서 일단 끌어내릴 수 있었다. 침묵으로 더 큰 함성을 만들었고, 비폭력으로 더 강렬한 분노를 분출했다. 촛불의 행진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에너지는 실감하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
"잠이 보약"인 대통령이 과연 그것을 정말 지켜봤는가에 대해선 의심스럽다. 주말, 광장의 촛불을 외면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수도 있다. 늘 그렇듯이 '혼밥'하며 본인이 즐겨 보는 주말 TV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다가(청와대는 대통령이 촛불 시위 상황을 TV로 시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TV 채널은 얼마든지 돌릴 수 있다). '설마, 그럴 리가…' 싶지만, 그러지 않았으리란 보장도 없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물에 잠기는 순간에조차, 머리 치장에 신경 쓰며 청담동 단골 미용사를 찾았던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첫 주말을 휴식과 독서로 보냈다고 한다. 참으로, 담담한 분이다(다들 독서를 했다는 것은 쉽게 믿지 않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일상은 이제 훨씬 자유로워졌다. 아침잠 설쳐 가며 올림머리하고 회의와 행사에 참석해 순실이가 봐준 원고를 대신 읽는 수고도 덜게 되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이전부터 잘 열리지 않았다. 열리더라도 참석자들 사이에 토론은 없었고,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와 국무위원들의 받아쓰기, 그러다 가금씩 책상을 '탕탕' 치는 연기와 레이저 눈빛만 있었다. 대면 보고가 아닌, 서면 보고로 충분했던 대통령에게 국무회의는 어차피 요식 행위였다. 더욱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순실이 없이 혼자 수행하기란 벅차다. 겸사겸사 관저에서의 휴식은 필요했기에,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대통령에게 최악의 상황만은 아니다. 직무로부터의 해방이 공식적으로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탄핵안 가결 즈음해 민정수석을 새로 임명한 것도 욕먹을 이유가 하등 없다.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탄핵 결정에 담담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직무'와 달리 대통령의 '신분'을 지키는 일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달라지지 않은 건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난파선을 미리 빠져나온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을 제외하고, 장관들 모두 그대로다. 본인 자리가 너무 좋아서인지, 대통령이 복귀할 것으로 믿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런 엄청난 사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책임을 물어 사임하는 국무위원 한 명 없다. 그게 '박근혜 정부'이고, 대한민국 관료 사회의 진면모이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황교안 국무총리의 광폭 행보다. 자칭타칭 최고의 공안검사 출신답게 권한대행으로서의 메시지와 일정은 예상한 그대로다.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고, 집회 시위에 만전을 기하고, 국가 안보와 치안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가 TV 뉴스에서 반복해 들리기 시작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도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옛말이 이번에는 잘 안 맞다. 대통령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호들갑이다.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편의를 위해 '총리실'이라고 이하 통칭한다. 하지만 정부에 '국무총리실'은 없다) 간부 전원도 주말 비상근무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총리와 관료들의 노고가 고맙기는커녕 웃긴다. 미안하지만, 안쓰럽기조차 하다. 그들은 이제야 주말 근무를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지난 7주 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광장으로 모였다. 더욱이 국정 공백은 훨씬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대통령 취임식부터 국정은 공백 상태였다. 대통령이 아니라, 비선실세가 연설물을 고치고, 국무위원 인사에 개입하고, 각종 이권을 챙길 때부터 국정은 이미 비어 있었다.
탄핵 의결이 아니라, 국정 농단이 국정 공백이다. 황교안 총리는 최순실 씨 등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제기에 대해 "유언비어 중 불법에 해당하는 것은 의법 조치도 가능하다"며 국정 공백을 지속시킨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국정 공백 운운하는 것은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술책과 꼼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이유로, 정치권이 제안하고 있는 여·야·정 협의체 또는 국회·정부 협의체에 대한 총리실의 반응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총리실은 "정치권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아래 내부적으로 협의체 구성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런 발언에는 행정부처의 오만함과 무식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들은 여전히 행정부가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여야 정치권, 또는 국회는 그것을 따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대통령의 직무가 탄핵소추 의결로 정지되었고, 임명직인 총리가 권한을 임시대행하고 있는데도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했고, 헌법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뜻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것은 이제 오로지 국회뿐이다.
그러므로 여·야·정(또는 국회·정부) 협의체는 따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 국회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정부는 국회에 충분히 보고하고, 설명해야 한다. 국회는 그것을 제대로 점검하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한다. 그를 위해 국회는 필요한 예산을 승인하고, 법률을 만든다. 행정부는 그것을 집행한다. 그런데 국무총리와 그를 보좌하는 관료들이 정치권(또는 국회)에 대해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이란 말을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오만이고 심각한 오류이다. 이야말로 국정 공백의 또 다른 모습이다.
최순실 씨가 단죄받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더라도, 관료가 국회와 국민을 경시한다면 국정 공백은 계속되는 셈이다. 대통령의 빈자리를 국무총리가 과도하게 메우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은 '황교안'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의 빈자리는 총리가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 채워야 한다.
한시적 협의체나 기구를 만드는 방식은 지양하길 바란다. 차제에 국회와 정부,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국정 공백'을 메우고, '또 다른 국정 농단'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국회·정부 협의체'가 아니라, '국회·광장 협의체'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내놓는 정당과 정치인이 절실하다. '시민의회', '민회', '시민평의회' 등 촛불의 염원을 담은 다양한 제안이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와 광장', '의회 민주주의와 광장 민주주의'를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고민과 기획은 부족하다.
'대통령의 빈자리'는 관료가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 메워야 한다. '촛불이 떠난 광장' 역시 관광객이 아닌 정치권과 시민이 채워야 한다. 어느 정당, 어떤 정치인이 '국회와 광장'을 잇는 첫발을 내딛는지 주목해 보자. 그것이 '박근혜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결정적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주의 기운' 때문이라는 댓글이 인터넷과 SNS를 가득 메웠다. 탄핵안 가결 직후 대통령은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 대통령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올림머리와 원형 목걸이를 한 채 국무위원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했다. "나는 곧 돌아올 테니, 그동안 일 잘하고 있어라"는 얘기였다. 국민께는 그저 "송구스럽다"는 말로 사죄를 대신했다.
같은 날 저녁 7시 3분에 청와대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받았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와 행정 수반으로서의 헌법상 권한이 정지됐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대통령으로부터 '문자 해고' 통보를 받았던 총리가 한 달을 버텨냄으로써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었다. 이 역시 '우주의 기운' 덕분인 듯하다(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총리에겐 '하느님의 뜻'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국민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축포를 쏘았다. 수백 만개 촛불의 힘은 '제왕적' 대통령마저 권좌에서 일단 끌어내릴 수 있었다. 침묵으로 더 큰 함성을 만들었고, 비폭력으로 더 강렬한 분노를 분출했다. 촛불의 행진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에너지는 실감하지 않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하다.
"잠이 보약"인 대통령이 과연 그것을 정말 지켜봤는가에 대해선 의심스럽다. 주말, 광장의 촛불을 외면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수도 있다. 늘 그렇듯이 '혼밥'하며 본인이 즐겨 보는 주말 TV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하다가(청와대는 대통령이 촛불 시위 상황을 TV로 시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TV 채널은 얼마든지 돌릴 수 있다). '설마, 그럴 리가…' 싶지만, 그러지 않았으리란 보장도 없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물에 잠기는 순간에조차, 머리 치장에 신경 쓰며 청담동 단골 미용사를 찾았던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된 첫 주말을 휴식과 독서로 보냈다고 한다. 참으로, 담담한 분이다(다들 독서를 했다는 것은 쉽게 믿지 않는 분위기다).
대통령의 일상은 이제 훨씬 자유로워졌다. 아침잠 설쳐 가며 올림머리하고 회의와 행사에 참석해 순실이가 봐준 원고를 대신 읽는 수고도 덜게 되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는 이전부터 잘 열리지 않았다. 열리더라도 참석자들 사이에 토론은 없었고, 대통령의 일방적 지시와 국무위원들의 받아쓰기, 그러다 가금씩 책상을 '탕탕' 치는 연기와 레이저 눈빛만 있었다. 대면 보고가 아닌, 서면 보고로 충분했던 대통령에게 국무회의는 어차피 요식 행위였다. 더욱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순실이 없이 혼자 수행하기란 벅차다. 겸사겸사 관저에서의 휴식은 필요했기에, 국회의 탄핵안 가결이 대통령에게 최악의 상황만은 아니다. 직무로부터의 해방이 공식적으로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탄핵안 가결 즈음해 민정수석을 새로 임명한 것도 욕먹을 이유가 하등 없다.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탄핵 결정에 담담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직무'와 달리 대통령의 '신분'을 지키는 일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달라지지 않은 건 국무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난파선을 미리 빠져나온 김현웅 전 법무부장관을 제외하고, 장관들 모두 그대로다. 본인 자리가 너무 좋아서인지, 대통령이 복귀할 것으로 믿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이런 엄청난 사태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책임을 물어 사임하는 국무위원 한 명 없다. 그게 '박근혜 정부'이고, 대한민국 관료 사회의 진면모이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황교안 국무총리의 광폭 행보다. 자칭타칭 최고의 공안검사 출신답게 권한대행으로서의 메시지와 일정은 예상한 그대로다.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고, 집회 시위에 만전을 기하고, 국가 안보와 치안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가 TV 뉴스에서 반복해 들리기 시작한 것도 변화라면 변화다.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도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옛말이 이번에는 잘 안 맞다. 대통령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호들갑이다.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편의를 위해 '총리실'이라고 이하 통칭한다. 하지만 정부에 '국무총리실'은 없다) 간부 전원도 주말 비상근무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총리와 관료들의 노고가 고맙기는커녕 웃긴다. 미안하지만, 안쓰럽기조차 하다. 그들은 이제야 주말 근무를 시작했지만, 시민들은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지난 7주 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광장으로 모였다. 더욱이 국정 공백은 훨씬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대통령 취임식부터 국정은 공백 상태였다. 대통령이 아니라, 비선실세가 연설물을 고치고, 국무위원 인사에 개입하고, 각종 이권을 챙길 때부터 국정은 이미 비어 있었다.
탄핵 의결이 아니라, 국정 농단이 국정 공백이다. 황교안 총리는 최순실 씨 등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제기에 대해 "유언비어 중 불법에 해당하는 것은 의법 조치도 가능하다"며 국정 공백을 지속시킨 장본인이다. 그런 그가 국정 공백 운운하는 것은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술책과 꼼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이유로, 정치권이 제안하고 있는 여·야·정 협의체 또는 국회·정부 협의체에 대한 총리실의 반응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총리실은 "정치권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아래 내부적으로 협의체 구성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런 발언에는 행정부처의 오만함과 무식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들은 여전히 행정부가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여야 정치권, 또는 국회는 그것을 따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대통령의 직무가 탄핵소추 의결로 정지되었고, 임명직인 총리가 권한을 임시대행하고 있는데도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국민들은 국회의원을 통해 대통령을 탄핵했고, 헌법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국민의 뜻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것은 이제 오로지 국회뿐이다.
그러므로 여·야·정(또는 국회·정부) 협의체는 따로 구성할 필요가 없다. 국회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주요 정책 현안에 대해 정부는 국회에 충분히 보고하고, 설명해야 한다. 국회는 그것을 제대로 점검하고, 국정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협조한다. 그를 위해 국회는 필요한 예산을 승인하고, 법률을 만든다. 행정부는 그것을 집행한다. 그런데 국무총리와 그를 보좌하는 관료들이 정치권(또는 국회)에 대해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이란 말을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오만이고 심각한 오류이다. 이야말로 국정 공백의 또 다른 모습이다.
최순실 씨가 단죄받고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더라도, 관료가 국회와 국민을 경시한다면 국정 공백은 계속되는 셈이다. 대통령의 빈자리를 국무총리가 과도하게 메우지 못하도록 견제하는 것은 '황교안'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의 빈자리는 총리가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 채워야 한다.
한시적 협의체나 기구를 만드는 방식은 지양하길 바란다. 차제에 국회와 정부,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국정 공백'을 메우고, '또 다른 국정 농단'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국회·정부 협의체'가 아니라, '국회·광장 협의체'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내놓는 정당과 정치인이 절실하다. '시민의회', '민회', '시민평의회' 등 촛불의 염원을 담은 다양한 제안이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와 광장', '의회 민주주의와 광장 민주주의'를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고민과 기획은 부족하다.
'대통령의 빈자리'는 관료가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 메워야 한다. '촛불이 떠난 광장' 역시 관광객이 아닌 정치권과 시민이 채워야 한다. 어느 정당, 어떤 정치인이 '국회와 광장'을 잇는 첫발을 내딛는지 주목해 보자. 그것이 '박근혜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결정적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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