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저물고 있다. 내년이면 분단 70년이다. 일제 수난기의 무려 두 배. 이 장구한 세월을 남북갈등으로 허송하고 있다. 그래서 이 추운 겨울날, 사회 각계 인사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거리에 나섰다.“분단 70년 오기 전에 남북관계 풀어라! 삐라 대신 대화를! 인권공세 대신 인도적 지원을! 5.24조치 대신 남북경협 금강산관광을! 통일대박론 대신 6.15 10.4선언 실천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2월 1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12시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통일뉴스> 기획위원인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이 매일 12시, 1인 시위에 임하는 사회 각계 인사들을 만나 미니 인터뷰도 진행한다. 24일은 그 여덟 번째 날로서 정진우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인권센터 소장이다. / 편집자 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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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관계 개선 촉구 릴레이 1인 시위 여덟 번째 날에 참가한 정진우 목사. 정 목사는 최근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과 관련 “종북몰이로 이득을 얻는 세력이야말로 분단세력”이라고 일갈하고, 지금 남북대화가 막혔는데 “정부가 못하면 종교가 앞장서 개척해야 한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
“종북몰이로 이득을 얻는 세력이야말로 분단세력”
정성희 소장 : 목사님, 크리스마스 이브 날에 1인 시위에 나오셨습니다.
정진우 목사 : 남북관계 개선 촉구 1인 시위 소식을 듣고 일부러 오늘, 성탄 전야에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예수님이 오신 이유가 평화를 이루기 위한 것인데, 아직도 이 땅의 평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요. 목사로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1인 시위라도 하면서 민족의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를 기도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정성희 소장 : 목사님처럼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 실현을 간절히 바라는 분들도 있지만, 기독교 일각에서는 애기봉 등탑 설치를 취소하겠다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결정도 따르지 않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진우 목사 : 기독교계에도 여러 입장이 있겠습니다만, 또 다른 민족갈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애기봉 등탑 설치를 반대해왔습니다. 다행스럽게 등탑 설치를 추진하던 분들이 취소해주셔서 마음을 좀 놓았습니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일부가 아직도 고집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성탄의 기쁜 소식이 남북 대립과 갈등이 아니라 남북 화해와 평화를 증진시키도록 계속 설득하고 돌출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성희 소장 : 박근혜정권의 종북몰이 연장선에서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 조치가 있었는데, 민주주의 후퇴와 남북관계 악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진우 목사 : 저희들도 놀라고 있어요. 십수 년 존재해온 정당을 헌법재판소가 강제 해산시킬 수 있는 것인지...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에 따라 정당의 운명이 결정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쟎아요. 국가권력을 동원해 정당 해산 조치하는 건 정말 무도하고 어리석은 일이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더구나 8 대 1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정당 해산 및 의원직 박탈을 선고한 것은 특정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엄중한 도발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나라로 그간 알려졌는데, 이번 사건으로 조롱꺼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종북몰이로 이득을 얻는 세력이야말로 분단세력이고 우리 역사의 암적 존재입니다. 민주주의 원칙을 모든 사회분야에서 지키고 세우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인권공세보다는 자국 인권 성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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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적연금 개악 저지' 1인 시위자와 함께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
정성희 소장 : 미국 주도로 유엔 안보리에 북 인권 결의안이 상정되고 남쪽이 이에 동조하고 북쪽이 반발하는 형국인데, 어떻게 봐야 합니까?
정진우 목사 : 어느 나라든 인권문제가 있지요. 북한에 인권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앞으로 좋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북 인권 개선은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긴장을 완화하고 관계를 정상화해야 실효성 있는 인권 개선이 이루어지지요. 지금처럼 한 국가를 망신 주고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인권 개선보다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게 되지요. 진짜 북 인권 개선을 도우려면 남북의 화해와 교류협력을 증진시키고 분단체제를 약화시켜야 합니다.
우리가 보다시피 미국 자체도 CIA 고문 등 수많은 인권문제를 갖고 있쟎아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요. 남의 나라에 대한 인권공세보다는 먼저 자기 나라의 인권문제를 성찰하고 개선하면서 인류의 인권 증진에도 기여하는 미국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정성희 소장 : 5.24조치로 남북경협이 차단되어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은커녕 당장 한국경제의 출로가 막혀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만.
정진우 목사 : 한국경제가 내외적 요인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분단체체로 인한 기형적 경제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6.15선언 이후 개성공단을 발전시키고 화해협력이 우리 경제에 어떤 활력을 주는지 지난 수년간 좋은 실험을 하지 않았어요? 대통령의 통일대박론도 이런 경험에 기초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언과 실천이 다르고, 5.24조치를 유지해 남북경협을 막는 것은 모순이지요. 언제까지 5.24조치 때문에 경제 발전을 희생시켜야 합니까. 선거 때마다 민생과 경제를 외치면서 이념이란 잣대로 남북경협을 차단하는 어리석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지금이야말로 탈냉전의 실사구시 정신으로 모든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5.24조치를 빨리 해제하여 남북경협 기업인들의 생존권은 물론, 어려워진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이루고 통일민족경제의 균형 발전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이념에 매달려 경제를 죽여서는 안 됩니다.
“남북대화, 정부가 못하면 종교가 앞장서 개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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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우 목사의 지인들이 함께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희 기획위원] |
정성희 소장 : 내년은 광복과 분단 70년, 한국전쟁 65년, 한일관계 50년, 6.15선언 15주년인데,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기독교계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정진우 목사 : 내년은 동북아 역사에서 중요한 한 해이지요.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평화가 실현되도록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끼리 못하는 일도 있으니 이럴 때일수록 종교가 앞장서서 개척하는 게 필요합니다. 북에도 기독교가 있고 남북의 종교인들이 서로 협력해 길을 찾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종교계의 활동에서 당국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쪽 정부도 종교인들의 교류협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성희 소장 : 마지막으로 신년을 앞두고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해주시지요.
정진우 목사 : 요즘 시계가 거꾸로 가는 듯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서민생계도 곤란해지고 비정규직, 실업자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어요. 열심히 일했는데 해고를 당해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픕니다. 목사가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죄송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시절도 슬기롭게 돌파해온 위대한 현대사를 지닌 민족이고 국민입니다. 약한 사람들끼리 서로 손을 잡고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가슴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다가가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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