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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4일 목요일

강선우 낙마가 남긴 상흔…국힘은 "의원직도 내놔야"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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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 입력 2025.07.25 00:20

  • 수정 2025.07.2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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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언론 환호, 지지층 상당수는 당혹 '후유증'

강선우 페북 격려 쇄도…유사 사태 반복 우려도

"민주당 대응 전반적 매우 잘못, 지지자들 상처"

한준호 "지도부, '강선우 가장 적합' 이견 없었다"

박지원 "그대로 임명했어야…흔들리면 더 나빠"

갑질 논란,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영향 없어

기세 오른 국힘은 "안규백·권오을·정동영도 사퇴"

'당직자 폭행' 송언석 "강선우, 국회 윤리위 제소"

여성 단체들 "사퇴 당연"…강선우 언행 내내 왜곡

새 후보군 '남인순·권인숙·정춘숙·용혜인' 하마평

국민의힘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국회의원 강선우 징계요구안을 제출하고 있다. 2025.7.24. 연합뉴스

강선우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자진 사퇴하자 국민의힘과 여성단체들, 그리고 소위 진보 매체라는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언론 대다수는 일제히 환호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 중 상당수는 정식 임명을 불과 이틀 앞두고 강 의원이 뜻밖에 낙마하자 당혹감과 울분을 감추지 못하는 등 후유증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강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퇴 글에는 24일까지 댓글만 260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안타까움이나 상심을 표시하며 강 의원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내용이다. 갑질의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정도가 심하지 않았고, 오히려 강 의원실 전·현직 보좌진은 공개적으로 강 의원을 옹호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도 결국 일방적인 폭로극이 득세하자 지지자들에게도 깊은 상흔이 남은 것이다.

이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미숙한 대응으로 향후 이재명 정부에서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가 이날 방송에서 내놓은 논평은 이 같은 지지자들 심정을 반영한 것이었다.

"현역 의원 최초로 장관 후보에서 사퇴를 시켜야 할 만큼의 사건은 제가 알아본 바로는 없습니다. 사실 엄청난 갑질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기자도 실제론 없어요. 이것은 언론이 강선우가 아니라 이재명을 이겨 먹으려고 한 것이거든요. 강선우는 그 소재로 선택했을 뿐인 겁니다. 부담이 대통령에게까지 가지 않도록 당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거든요. 전반적으로 대응을 매우 잘못했다고 봅니다. 당이 이러면 지지자들이 같이 상처를 입거든요. 당 대표의 부재가 큽니다."

당 대표 경선 중인 정청래 후보도 '상처'를 거론하며 강 의원과 지지자들 모두에게 위로를 보냈다. 이미 지난 15일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 발달장애 딸을 키우는 엄마의 심정과 사연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했던 정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아 주는 것"이라며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다친 마음을 위로한다. 이번 논란 과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모두를 위로한다. ㅠㅠㅠ"라고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한 강선우 의원 페이스북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박찬대(왼쪽) 당대표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8·2 전당대회 순회 경선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5.7.20. 연합뉴스

강 의원이 전날 사퇴문을 올리기 직전까지도 민주당과 대통령실은 여가부 장관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었다. 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입장은 변화된 게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고, 후보자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나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의원총회에서 제시됐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그런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 역시 "특별한 변화는 없다"면서 "우리는 (국회에 24일까지) 인사청문 보고서를 재송부해줄 것을 요청했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돌연 박찬대 당 대표 후보가 페이스북에 "강선우 후보자님이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는 글을 올리고, 그로부터 약 17분 뒤 강 의원이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에 따라 박찬대 후보의 행동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충돌하면서 지금까지도 파장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쪽에서는 박 후보가 총대를 메는 용단을 내려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부당하게 공격받는 동지를 지켜주기는커녕 사지로 몰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 후보자에게 사실상 물러나도록 요구한 것을 두고 당원들의 성토가 나온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한 뒤 "동료 의원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고 굉장히 오래 고민했다"고 전했다. 다만 "사퇴 요구 17분 후에 그런 (사퇴) 발표가 나올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서로 갖고 있던 생각이 맞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7.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 지도부에서) 강선우 의원이 여가부 장관에 가장 적합하다는 데 이견이 크게 없었고 강 의원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며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로서 고민하다 사퇴를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 의원이자 같이 일했던 사이로서 안타깝다. 본인이 고심 끝에 당과 대통령께 부담을 주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부정적 여론을 다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퇴를) 예상 못 했다. 교육부 장관은 지명 철회하고 강선우 장관 후보자는 임명한다고 결정했으면 그대로 임명했어야 옳다"며 "지도자는 잔인한 결정을 빨리 전광석화처럼 해주는 것이 좋은데 이번에는 만시지탄이다. 결정했으면 그대로 가야 하는 거다. 결정은 신중해야 하지만 결정해 놓고 흔들리면 더 나빠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퇴나 지명 철회를 할 거였으면 빨리했어야 한다"며 "대장장이도 쇠가 달궈졌을 때 내려쳐야 하는데 다 굳어가는 거 쳐봐야 아무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강 의원 갑질 논란이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타격을 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영향이 없거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4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64%, '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2%였다. 이는 직전 조사(7월 7∼9일) 대비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모두 1%p씩 하락한 것이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이 43%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특히 17%로 최저치를 경신했다.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 조사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3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 소식이 알려진 뒤 취재진과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7.23.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은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추가적인 사퇴와 함께 강 의원의 의원직 박탈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방부 안규백, 국가보훈부 권오을, 통일부 정동영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공문을 대통령실에 발송하겠다고 호언했다. 또 "갑질 및 위법 의혹이 제기된 강 의원에 대해서는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를 즉각 실행에 옮겨 국회 의안과에 강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4·7 재보궐선거 개표 상황실에 자신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당직자를 향해 욕설하고 발로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최악의 갑질을 시전했던 인물이다. 처음엔 폭행한 적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폭행 사실을 인정하긴 했으나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피하기 위해 '탈당 쇼'를 벌였다. 그렇게 당장의 소나기는 피한 뒤 불과 두 달 만에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했고 결국 넉 달 만에 슬그머니 복귀에 성공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117개 여성 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라며 "앞으로 임명될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혐오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철학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선우 의원이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 및 조국혁신당 의원들과의 정책 질의응답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성차별과 혐오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철학과 의지를 갖추고 있음'을 장시간 누누이 드러냈음에도 이들 단체는 마치 그런 발언이 없었던 것처럼 끝까지 묵살한 것이다. ☞ 갑질 논란에 파묻힌 강선우의 '여성가족부 재건' 의지

여성 단체들은 지난 2023년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가 국회 앞에서 시무식을 열었을 때 강 의원이 참석했다는 점도 공격 소재로 삼아왔다. 하지만 강 의원은 "행사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거듭 해명했고 실제로 당시 행사에서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사실도 없다. 강 의원은 거꾸로 2023년 7월 민주당 대변인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학생인권조례 개악 추진을 정조준해 "윤석열 정부가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을 핑계로 학생인권조례 개악 추진을 공식화했다. 교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생 인권을 제약해야 한다는 몰상식한 발상에 기가 막힌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학생 인권을 더 보장했기 때문이라는 말인가? 거꾸로 학생 인권을 제약해야만 교권이 회복되나?"라고 강력 비판하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유보적 입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입장이기도 하다.

대통령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조속히 찾겠다"고 공지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임 여가부 장관 후보군으로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권인숙 전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낸 정춘숙 전 의원, 그리고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들이 과연 여가부를 성평등가족부로 재편해 이재명 정부 기조에 맞는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를 두고는 벌써부터 지지층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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