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청문회 6개월 이후] 1보
분류작업 문제 개선 한다더니?
“프레시백 이용한 해고 압박 여전”
노조 필요성 느끼지만···보복 염려

아침 9시가 안 된 시간, 쿠팡 야탑센터 작업장 내부는 34.8도에 달했다. 택배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기 일이 아닌 분류작업을 하느라 분주했고, 작업 중이던 한 택배 기사는 프레시백 회수율을 이용한 클렌징(일터 회수) 압박도 그대로라고 밝혔다.

24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실과 택배노조 이행점검단이 쿠팡 야탑캠프에 방문해 쿠팡 측의 약속 이행을 점검했다. 정 의원은 “8일 ‘에어컨 없이 일하는 현장’이라는 노동자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 오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는데, 역시 에어컨은 아직도 설치되지 않았고, 택배 노동자들의 분류작업은 여전했다.

24일 쿠팡 야탑센터 지점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듣는 정혜경 의원 ⓒ 정혜경 의원실
24일 쿠팡 야탑센터 지점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들의 고충을 듣는 정혜경 의원 ⓒ 정혜경 의원실

본지 취재 결과, 야탑센터 작업장 내부는 청문회 이후 6개월이 넘은 현재까지도 큰 차이가 없었다.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원래 분류작업은 기사님들 작업이 아니란 것 알고 있냐”는 정 의원 질문에 한 택배 기사는 “원래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반문하기도 했다.

쿠팡은 고 정슬기 씨 사망 이후 청문회가 열리자, 뒤늦게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클렌징 제도 폐지’, ‘분류작업 문제 해결’ 등을 약속했다. 노동부 역시 ‘분류작업은 배송과 무관한 별도 노동으로 해석하고 이를 노동시간으로 포함하지 않거나 강제한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작업자 대부분은 옆에 있던 사측 직원 때문에 정 의원 질문에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취재됐다. 그럼에도 몇몇 노동자들은 과감히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분류작업을 하던 택배 노동자는 “분류작업에만 하루 약 3~4시간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하루 3~4시간을 임금 없이 공짜노동으로 헌납하는 셈이다.

“분류작업이 기사님들의 일이 아닌 건 아냐”는 질문에 “몇몇 분은 아시는 것 같고, 몇몇 분은 모르는 척 하시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24일 쿠팡 야탑센터 지점에 분류 안 된 상품들이 널부러져 있다.  ⓒ 정혜경 의원실
24일 쿠팡 야탑센터 지점에 분류 안 된 상품들이 널부러져 있다.  ⓒ 정혜경 의원실

프레시백에 대해서 역시 “여전히 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쿠팡은 프레시백 회수를 강요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재계약하는 조건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올해부터 대리점 재 계약금과 연계를 지어서 인센티브 제공 및 회수율이 저하되거나 점수가 낮아 SLA(대리점 재계약 지표) 지표가 낮으면 재계약을 안 할 수 있다는 언질을 대리점에서 받고 기사들에게 암묵적으로 90 몇 프로까지 올려달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변한 게 없는 셈이다.

노동조합의 필요도 느끼는 듯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기저기서 보는 눈이 많고 이런 경험이 처음인 분은 ‘보복이나 불이익이 없을까’ 걱정도 굉장히 많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강한승 쿠팡 대표를 비롯한 사측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노동환경 개선을 약속했으나, 아무것도 개선된 게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택배노조와 진보당은 지난 2일, “청문회 6개월이 지났음에도, 쿠팡 현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과로사 대책 사항들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와 실제 현장에서 과로가 사라졌는지 확인 및 점검하기 위해 ‘쿠팡 과로사 대책 이행점검단’을 발족했다.

 김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