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 기자회견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 |
ⓒ 권우성 |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경 서울의 이태원 한 골목에서 158명이 압사당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유가족의 삶은 그 날짜에 아직 멈춰있다. 해가 뜨고 지기를 반복할 뿐 여전히 10월 29일이다. 참사 발생 이후 40여일이 지나는 동안 유가족은 슬픔을 넘어 분노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대통령은 끝내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지 않았고, 누구 한명 제대로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유가족을 향한 공격과 가짜뉴스마저 횡행했다. 유족들은 억울함을 풀기위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지난 10일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그들은 모이고 보니 놀랍게도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난 11일, 고인이 된 송채림씨의 방에서 그의 부친이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인 송진영씨를 만났다. 대전 지역 집, 고인의 방은 생전 채림씨가 사용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다음은 송진영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하고 싶은 게 많았던 아이... 그 방을 정리할 수가 없다"
▲ 다재다능하고 꿈 많은 청년이었던 고 송채림씨 | |
ⓒ 송진영제공 |
- 고인이 된 송채림씨는 2002년에 태어난 월드컵둥이에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다재다능한 딸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히셨어요. 채림씨는 어떤 딸이었습니까?
"세상 어느 부모가 다르겠어요. 가장 귀하고, 가장 예쁘고, 내 목숨을 주어도 바꾸기 싫은 아이입니다. 지금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데요. 우리 채림이는 2002년 4강 신화를 썼던 그 해에 태어난 아이였어요. 만으로 스무 살, 우리 나이로 스물 한 살이죠. 하고 싶은 게 진짜 너무 많은 아이였어요. 벌써 자기가 쇼핑몰을 만들어서 운영하고요. 또 짬이 나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요. 주말에는 도예 공방 가서 도예를 배우고, 시간 나는 대로 집에서 그림도 그리고 댄스(교습)도 하고요. 21살짜리인데 하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 혹시 이 방이 채림씨가 쓰던 방인가요? 작품들이 정말 많네요. 그림도 있고요.
"여기 저기 창가에 놓여 있는 도자기는 다 우리 애가 만든 거예요. 여기 옷이 고등학교 다닐 때 첫 작품이고요. 저쪽 방 작업실에 가면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도 있고요. 쇼핑몰을 운영하니까... 정리 못한 재고들이 그냥 있어요. 이 공간이 다 우리 애가 쓰던 공간이에요. 하나도 정리를 못 하고 있어요."
-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 갈 때 많이 힘드셨죠.
"기차 타고 올라가면서 설마 설마 했어요. 어느 부모가 믿을 수 있겠어요. 축제에 놀러 갔던 애가... 어떻게, 어떤 부모가 그걸 인정할 수 있겠어요. 지금도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눈물이 쏟아지면 꼼짝도 못하고 한 10분씩 그냥 서 있어요. 이런 걸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정부에서 이렇게 하지는 못할 거예요. 저희들은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행태가 그거 못지않게 더 가슴 아픕니다. 왜 우리 유족들을 정치꾼으로 몰아가면서 왜곡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유족이 되고 싶어서 유족이 됐습니까?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들한테 한다는 얘기는 '정부에서 조치하고 있다. 유족들을 만나고 있다. 대화하고 있다'예요. 그 중에 진실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저희와 함께 하는 유족들이 170여 분 되는데, 그중에 정부와 그런 대화를 나눠본 분이 한 명도 없어요."
"대통령 사과가 시작... 그래야 이상민·오세훈 등도 자세 바꿀 것"
- 참사 이후 유가족분들께서 모이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유가족분들 모으는 데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기사 난 거 보고, 유족들이 알음알음 알아봐서 열 분 정도가 지난달 15일에 모였어요. 그리고 성명서를 냈어요. 유가족 성명서를 민변하고 같이 냈어요. 그 기사를 보고 알음알음 또 찾아 오셨어요. 현재 돌아가신 분 기준으로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이 모인 거예요. 그동안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했겠어요.
근데 '명단 공개하면 패륜이다'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서, 유족들을 못 만나게 했어요. 시신을 40군데가 넘는 곳에 다 뿔뿔이 흩어놨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억울함이 심하니까 모이는 거예요. 내 새끼 내 자식들 억울함 풀어주려고요. 언젠가 다 공개가 되겠지만,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습니다."
-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 채림이도 친구들과 함께 있었어요. 애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채림이는) 그때 이미 주검으로 변했는데, 그 옆을 지켜주던 친구들을 당국이 귀가 조치해서 내쫓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12시간 동안 이리저리 돌다가, 결국 경기도 평택에서 채림이를 찾았어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라요. 알려주지도 않고요.
돌아가신 어떤 다른 분은 그 옆에 같이 있던 친구가 '얘 살아있다고, 숨 쉰다고 도와달라'고 그랬는데도 현장에서 분리시켰다고 해요. 결국에 한 시간이 넘어서 사망한 경우도 있어요. 조치를 못 받고 사망했어요. 이런 사연들 아마 국민은 전혀 모를 거예요."
- 마약 의혹 부검을 하자고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마약 부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 많아요. 이게 애초부터 마약 수사에 초점이 잡히면서, 그래서 통제하는 경찰이 투입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잖아요. 그런데 그 유가족들한테 와서 마약 부검을 하자는 게 인간이 할 말입니까?"
- 정부가 유가족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나요.
"공무원이 연락하던 것은 장례식과 동시에 끝났어요. 지난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연락도 종료됐어요. 그걸 없애려면 당연히 유족들한테 의견을 물어봐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말을 들어본 사람도 없고요. 종이 한 장 날아온 적이 없어요. 우리 유족들은 다른 것보다도 대통령의 사과, 정부의 사과, 진심 어린 사과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이상민 해임 건의안은 대통령이 거부하면 끝입니다.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도 정치적인 책임, 도의적인 책임 이런 거를 가지고는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가 힘들어요."
-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제가 보기엔) 뻔뻔한 거짓말들을 하고 있어요. 사고 나고 바로 이틀 후에 서울시에서는 행안부에다 희생자 명단을 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행안부 장관은 한 달이 지난 후에도 명단이 절대 없다고 했죠. 왜 장관인 자기 말을 못 믿느냐면서요. 너무 황당하지 않나요? 거짓말, 거짓말, 모두 다 국민을 호도하는 거짓말이에요.
국민들은 원스톱 지원이니 다 지원된다고 알고 계시잖아요. 전혀 아닙니다. 심지어 보상금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것도 정치적인 거예요. 여론을 호도해서 아주 악질적인 유가족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아요. 저희들이 처음 기자회견을 한 날에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됐어요.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보상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건 아주 정치적인 거예요. 유족 중 누구 한 명도 보상 얘기 꺼낸 사람 없습니다."
"당해보니 알겠다, 세월호 유족에 내가 무심했구나"
-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평범한 소시민들이에요. 정치도 잘 몰라요. 우리 지역에 해당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근데 어떻게 저희가 정치색을 띠고 뭐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억울함을 좀 밝혀달라고 얘기를 하면 (그걸로) 정치적이라고 하고, 그쪽으로 몰고 가요. 그러면 우리 유족들은 아무 말도 말라는 건데요. 우리 애들이 그렇게 됐는데, 그렇게 억울한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가만히 있습니까?
답답해서 소리 내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정치적이라는 식으로 몰고 갑니까? 어제도 권성동 의원이 '세월호의 길을 따라가지 마라' 말했지요. 세월호가 어떻게 됐는데요? 저희는 그것도 몰라요. 얘기를 한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 유족들도 세월호 유족들이 지금 어떻게 하고 계신지 몰라요. 원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잖아요. 뉴스 한 번 나오면 그걸로 그냥 끝이잖아요. 저희도 다 그런 시민이었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뭘 그동안 했는지도 몰라요. 우리가 너무 무심했구나. 당해 보니까 알겠어요."
- 정치권의 대응에 많이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장례가 끝남과 동시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명단 공개는 패륜', 그 말에 언론까지 취재도 안 해요. 그게 왜 패륜입니까? 말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정치적인 거예요. 유족들도 그것 때문에 불안해서 못 나오셨던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공개하자고 그랬어요. 우리 채림이가 나는 너무 자랑스러우니까요. 누구든지 볼 수 있게 공개한다고요. 여기저기 공개하고 다 했습니다. 나한테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그런 자식인데, 왜 창피해 하고 왜 숨겨야 됩니까? 그런 프레임 자체가 너무 정치적인 거죠.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처음 찾아갔더니 앞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다 들어드리겠다. 정부와 협상해보겠다'라고 했어요. 이러고서는 그 다음 날 나와서는 '유족을 대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렇게 말을 바꿨어요. 너무 뻔뻔하지 않아요?
우리 유족들이 그때 10여 분 계셨는데요. 우리 중 누가 유족을 대표한다고 그랬습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그 말에 분노해서 이제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었어요. 이제 정 비대위원장이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듣고 싶습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건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과"
- 유가족분들께서 현재 원하는 것이 있다면요?
"저희가 원하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사과와 그날 그 현장에서 있었던 우리 아이들이 왜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원합니다. 잘못한 사람들이 있으면 벌을 받는 게 기본 상식 아닙니까? 이상민 장관 지금도 뻔뻔하게 헛소리들 하고 다닙니다. 서울시장은 들어가서 숨어가지고 나오지도 않아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그렇게 만들어야 할 거 아닙니까?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에요.
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열심히 직장 다니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길바닥에서 주검이 됐습니다. 유족이 원하는 건 진정한 사과 한 마디, 그날 있었던 진상을 밝혀주고,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처벌해 주고, 우리나라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어느 인터뷰든 들어보세요. 그거 외에는 바라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 49재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그 날 유가족분들과 시민대책위에서 추모제를 여신다고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16일 금요일이 아이들 49재입니다. 서울 이태원 앞에서 모두 모여서 49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 국민 여러분들 많이 도와주세요. 저희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진짜 절실합니다. 저희 유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그거 하나뿐입니다."
- 진상규명의 길을 결심하셨습니다.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는 힘든 일인데요. 두렵거나 막막하지는 않으세요.
"어제(10일) 출범식 기자회견하면서도 결국 119구급차가 왔었어요. 어머니 한 분이 쓰러지셔서요. 기자회견 자리 자체가 아비규환이었어요. 어머니들 울음 때문에요. 하지만 억울하기 때문에, (진상규명 시일이) 언제가 되더라도 끝까지 갈 겁니다. 자식 잃은 부모가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모이셨던 170분 모두 다 같은 의지, 같은 생각이에요."
- 혹시 이 방이 채림씨가 쓰던 방인가요? 작품들이 정말 많네요. 그림도 있고요.
"여기 저기 창가에 놓여 있는 도자기는 다 우리 애가 만든 거예요. 여기 옷이 고등학교 다닐 때 첫 작품이고요. 저쪽 방 작업실에 가면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도 있고요. 쇼핑몰을 운영하니까... 정리 못한 재고들이 그냥 있어요. 이 공간이 다 우리 애가 쓰던 공간이에요. 하나도 정리를 못 하고 있어요."
-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 갈 때 많이 힘드셨죠.
"기차 타고 올라가면서 설마 설마 했어요. 어느 부모가 믿을 수 있겠어요. 축제에 놀러 갔던 애가... 어떻게, 어떤 부모가 그걸 인정할 수 있겠어요. 지금도 길거리를 지나다가도 눈물이 쏟아지면 꼼짝도 못하고 한 10분씩 그냥 서 있어요. 이런 걸 조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정부에서 이렇게 하지는 못할 거예요. 저희들은 아이들이 그렇게 된 것도 너무 가슴 아프지만,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행태가 그거 못지않게 더 가슴 아픕니다. 왜 우리 유족들을 정치꾼으로 몰아가면서 왜곡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유족이 되고 싶어서 유족이 됐습니까? 그런데도 정부가 국민들한테 한다는 얘기는 '정부에서 조치하고 있다. 유족들을 만나고 있다. 대화하고 있다'예요. 그 중에 진실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저희와 함께 하는 유족들이 170여 분 되는데, 그중에 정부와 그런 대화를 나눠본 분이 한 명도 없어요."
"대통령 사과가 시작... 그래야 이상민·오세훈 등도 자세 바꿀 것"
▲ 2022년 12월 12일 '10·29 이태원 참사 대전대책회의' 출범 대전지역 종교시민사회단체, 유가족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중인 송진영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 |
ⓒ 임재근 |
- 참사 이후 유가족분들께서 모이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유가족분들 모으는 데도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기사 난 거 보고, 유족들이 알음알음 알아봐서 열 분 정도가 지난달 15일에 모였어요. 그리고 성명서를 냈어요. 유가족 성명서를 민변하고 같이 냈어요. 그 기사를 보고 알음알음 또 찾아 오셨어요. 현재 돌아가신 분 기준으로 97명의 유가족 170여 명이 모인 거예요. 그동안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했겠어요.
근데 '명단 공개하면 패륜이다'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서, 유족들을 못 만나게 했어요. 시신을 40군데가 넘는 곳에 다 뿔뿔이 흩어놨어요. 이런 상황에서도 억울함이 심하니까 모이는 거예요. 내 새끼 내 자식들 억울함 풀어주려고요. 언젠가 다 공개가 되겠지만,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너무 많습니다."
-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희 채림이도 친구들과 함께 있었어요. 애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채림이는) 그때 이미 주검으로 변했는데, 그 옆을 지켜주던 친구들을 당국이 귀가 조치해서 내쫓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12시간 동안 이리저리 돌다가, 결국 경기도 평택에서 채림이를 찾았어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라요. 알려주지도 않고요.
돌아가신 어떤 다른 분은 그 옆에 같이 있던 친구가 '얘 살아있다고, 숨 쉰다고 도와달라'고 그랬는데도 현장에서 분리시켰다고 해요. 결국에 한 시간이 넘어서 사망한 경우도 있어요. 조치를 못 받고 사망했어요. 이런 사연들 아마 국민은 전혀 모를 거예요."
▲ 고인이 된 송채림님의 방에는 생전에 쓰던 물건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고인이 생전에 직접 그린 그림들 | |
ⓒ 김선재 |
- 마약 의혹 부검을 하자고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마약 부검' 이야기를 들으신 분들 많아요. 이게 애초부터 마약 수사에 초점이 잡히면서, 그래서 통제하는 경찰이 투입되지 않아 발생한 사고잖아요. 그런데 그 유가족들한테 와서 마약 부검을 하자는 게 인간이 할 말입니까?"
- 정부가 유가족과 계속 연락을 하고 있나요.
"공무원이 연락하던 것은 장례식과 동시에 끝났어요. 지난주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연락도 종료됐어요. 그걸 없애려면 당연히 유족들한테 의견을 물어봐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말을 들어본 사람도 없고요. 종이 한 장 날아온 적이 없어요. 우리 유족들은 다른 것보다도 대통령의 사과, 정부의 사과, 진심 어린 사과가 시작이라고 봅니다. 이상민 해임 건의안은 대통령이 거부하면 끝입니다. 탄핵 소추안을 발의해도 정치적인 책임, 도의적인 책임 이런 거를 가지고는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가 힘들어요."
▲ 스무살이었지만 직접 쇼핑몰을 운영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고 다재다능했던 故 송채림님 | |
ⓒ 송진영 |
-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요?
"(제가 보기엔) 뻔뻔한 거짓말들을 하고 있어요. 사고 나고 바로 이틀 후에 서울시에서는 행안부에다 희생자 명단을 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행안부 장관은 한 달이 지난 후에도 명단이 절대 없다고 했죠. 왜 장관인 자기 말을 못 믿느냐면서요. 너무 황당하지 않나요? 거짓말, 거짓말, 모두 다 국민을 호도하는 거짓말이에요.
국민들은 원스톱 지원이니 다 지원된다고 알고 계시잖아요. 전혀 아닙니다. 심지어 보상금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것도 정치적인 거예요. 여론을 호도해서 아주 악질적인 유가족으로 몰아가려는 것 같아요. 저희들이 처음 기자회견을 한 날에 대통령의 발언이 보도됐어요.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 보상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건 아주 정치적인 거예요. 유족 중 누구 한 명도 보상 얘기 꺼낸 사람 없습니다."
"당해보니 알겠다, 세월호 유족에 내가 무심했구나"
- 윤석열 정부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평범한 소시민들이에요. 정치도 잘 몰라요. 우리 지역에 해당 국회의원이 누군지도 모르시는 분들도 많아요. 근데 어떻게 저희가 정치색을 띠고 뭐를 하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억울함을 좀 밝혀달라고 얘기를 하면 (그걸로) 정치적이라고 하고, 그쪽으로 몰고 가요. 그러면 우리 유족들은 아무 말도 말라는 건데요. 우리 애들이 그렇게 됐는데, 그렇게 억울한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정부가 시키는 대로만 가만히 있습니까?
답답해서 소리 내는 거예요. 그걸 어떻게 정치적이라는 식으로 몰고 갑니까? 어제도 권성동 의원이 '세월호의 길을 따라가지 마라' 말했지요. 세월호가 어떻게 됐는데요? 저희는 그것도 몰라요. 얘기를 한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 유족들도 세월호 유족들이 지금 어떻게 하고 계신지 몰라요. 원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잖아요. 뉴스 한 번 나오면 그걸로 그냥 끝이잖아요. 저희도 다 그런 시민이었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뭘 그동안 했는지도 몰라요. 우리가 너무 무심했구나. 당해 보니까 알겠어요."
▲ 고인의 방은 생전에 쓰던 모습 그대로 남아있었다. 고인이 직접 빚은 도자기 | |
ⓒ 김선재 |
- 정치권의 대응에 많이 속상하실 것 같습니다.
"장례가 끝남과 동시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명단 공개는 패륜', 그 말에 언론까지 취재도 안 해요. 그게 왜 패륜입니까? 말도 안 되는 거예요. 그게 바로 정치적인 거예요. 유족들도 그것 때문에 불안해서 못 나오셨던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제가 먼저 공개하자고 그랬어요. 우리 채림이가 나는 너무 자랑스러우니까요. 누구든지 볼 수 있게 공개한다고요. 여기저기 공개하고 다 했습니다. 나한테는 너무나 자랑스럽고 소중한 그런 자식인데, 왜 창피해 하고 왜 숨겨야 됩니까? 그런 프레임 자체가 너무 정치적인 거죠.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처음 찾아갔더니 앞에서는 눈물을 글썽이며 '다 들어드리겠다. 정부와 협상해보겠다'라고 했어요. 이러고서는 그 다음 날 나와서는 '유족을 대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렇게 말을 바꿨어요. 너무 뻔뻔하지 않아요?
우리 유족들이 그때 10여 분 계셨는데요. 우리 중 누가 유족을 대표한다고 그랬습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그 말에 분노해서 이제 유가족협의회를 만들었어요. 이제 정 비대위원장이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듣고 싶습니다."
"유가족이 원하는 건 진상규명과 진정한 사과"
▲ 패션디자인으로 상을 받은 생전 송채림씨 모습 | |
ⓒ 송진영 |
- 유가족분들께서 현재 원하는 것이 있다면요?
"저희가 원하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사과와 그날 그 현장에서 있었던 우리 아이들이 왜 목숨을 잃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원합니다. 잘못한 사람들이 있으면 벌을 받는 게 기본 상식 아닙니까? 이상민 장관 지금도 뻔뻔하게 헛소리들 하고 다닙니다. 서울시장은 들어가서 숨어가지고 나오지도 않아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그렇게 만들어야 할 거 아닙니까?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에요.
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열심히 직장 다니던 아이들이 한순간에 길바닥에서 주검이 됐습니다. 유족이 원하는 건 진정한 사과 한 마디, 그날 있었던 진상을 밝혀주고,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처벌해 주고, 우리나라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어느 인터뷰든 들어보세요. 그거 외에는 바라는 거 하나도 없습니다."
- 49재가 다가오고 있는데요. 그 날 유가족분들과 시민대책위에서 추모제를 여신다고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16일 금요일이 아이들 49재입니다. 서울 이태원 앞에서 모두 모여서 49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시민 여러분들, 국민 여러분들 많이 도와주세요. 저희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진짜 절실합니다. 저희 유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그거 하나뿐입니다."
- 진상규명의 길을 결심하셨습니다. 얼마가 걸릴지 알 수 없는 힘든 일인데요. 두렵거나 막막하지는 않으세요.
"어제(10일) 출범식 기자회견하면서도 결국 119구급차가 왔었어요. 어머니 한 분이 쓰러지셔서요. 기자회견 자리 자체가 아비규환이었어요. 어머니들 울음 때문에요. 하지만 억울하기 때문에, (진상규명 시일이) 언제가 되더라도 끝까지 갈 겁니다. 자식 잃은 부모가 못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모이셨던 170분 모두 다 같은 의지, 같은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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