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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8일 일요일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윤석열 정권, 마침내 개념을 내려놓았나?

 

  • 이완배 기자 peoplesey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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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2022-12-19 08:05:08
  • 문재인 케어 무력화, 주 69시간 노동, 부자 감세, 이태원 참사 49재 때의 무개념 행동···. 한 주 동안 쏟아진 정권의 만행 소식을 듣다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뭔가를 내려놓은 듯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내려놓은 뭔가는 ‘개념’임이 분명하다. 한 마디로 개념이 열라 없다는 이야기다.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칼럼 주제들인데, 칼럼 주제를 이렇게 쏟아내듯 던져주니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칼럼으로 무얼 쓸까 고민할 필요 없으니 좋기는 한데 기분이 참 주옥같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놓치기 싫은(!) 여러 만행들 중 우선 주 69시간 노동 문제부터 다뤄보자. “주 120시간 바짝 일하고” 공약의 실사판 노동제도가 마침내 실행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그거 알고 있나? 주 69시간 바짝 일하면 노동 효율이 되레 낮아진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부터 그 사실을 차근차근 알려줄 테니 제발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라!

    멍 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뇌는 뭔가에 집중할 때에는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있을 때에도 뇌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를 전문 영어로 디폴트 모드(Default Mode), 혹은 내정상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내정상태에서 뇌는 무언가에 집중할 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멍 때린다는 것은 뇌가 휴식을 취한다는 뜻일 텐데, 왜 그 시간에도 뇌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멍 때릴 때조차 뇌가 무언가를 쉴 새 없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를 촬영해보면, 집중을 할 때 움직이는 뇌의 영역과 휴식을 할 때 움직이는 뇌의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휴식을 할 때 움직이는 뇌의 영역(전전두엽이나 쐐기앞소엽 등)이 바로 창의성의 영역을 관장한다. 논리적 추론, 올바른 의사결정, 미래에 대한 계획, 자기 성찰 등이 이 영역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쉬지 않고 뭔가를 하는 사람은 이쪽 뇌의 기능이 퇴화한다. 한마디로 더럽게 안 창의적인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뇌에 휴식을 주지 않는 대표적 인간 유형이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다. “나는 평생 네 시간만 자고 일했다”를 자랑으로 삼는 사람 아닌가? 2018년 특검이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을 때, 그 빌딩에서 너무나 많은 증거들이 우르르 쏟아진 사실에 온 국민이 놀랐다. 도대체 그 중요한 범죄의 증거를 왜 거기다 보관했을까?

    증거를 잘 감추기 위해서는 논리적 추론 능력, 올바른 의사결정 능력, 미래에 대한 계획 능력이 골고루 발달해야 한다. 그런데 그 능력은 휴식을 해야 발달한다. 평생 하루 네 시간만 자고 일을 하니 뇌의 그런 기능이 퇴화한다. 그러니 증거를 빌딩 안에 고스란히 모셔놓는 아둔한 짓을 하는 거다.

    왈러스의 창의성 4단계 모형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영국의 사회심리학자 그레이엄 왈러스(Graham Wallas, 1858~1932)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과정을 네 단계로 정리했다. 이른바 ‘왈러스의 4단계 모형’이라는 것이다.

    첫째 단계는 문제를 마주하는 국면이다. 이를 준비 단계(preparation stage)라고 부른다. 두 번째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끙끙 싸매도 해결책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왈러스는 부화 단계(incubation stage)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2.12.15. ⓒ뉴시스

    부화 단계의 핵심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끙끙대지 말고, 그 문제에서 떨어져 과제를 방치하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당연히 휴식이다. 잠을 많이 자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마침내 3단계가 온다.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발현 단계(illumination stage)다. 아이디어가 어떻게 떠오르느냐? 갑자기 짜잔~ 하고 머리에 떠오른다. 알이 깨지면서 병아리가 나오듯, 번개처럼 해결책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며칠 동안 끙끙대도 안 풀리던 문제가, 한 잠 푹 자고 운전대를 잡았을 때, 혹은 배부르게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배변을 할 때, 해법이 섬광처럼 머리에 떠오른 경험 말이다.

    이 단계가 가능한 이유는 2단계에서 충분히 쉬었기 때문이다. 몸이 쉬는 동안에도 뇌는 쉬지 않는다. 전전두엽이나 쐐기앞소엽같이 창의성을 담당하는 영역이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마침내 해법을 찾는다. 이러면 이제 그 해법이 적절한지를 검증하는 검증 단계(verification stage)로 넘어간다.

    수많은 천재들이 무언가에 정신없이 몰두하다가 위대한 해법을 찾았을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몰두해도 해결책이 안 나와서 휴식을 취했을 때, 번개처럼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Archimedes)가 왕으로부터 받은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장소는 연구실이 아니라 목욕탕이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노곤하게 졸던 아르키메데스 머리에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알몸으로 튀어나와 “유레카!”를 외쳤다.

    위대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장소도 사과나무 아래였다. 나무 그늘에서 멍 때리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번개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이 평생 연구실에서 죽도록 연구만 한 것으로 알면 큰 오산이다. 아인슈타인은 연구를 하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즉시 바이올린을 들고 보트를 타러 뛰어나갔다. 보트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뇌를 정지시켰다. 음악과 휴식을 통해 뇌의 창의성 영역을 발전시킨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나는 상상력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예술가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휴식이 효율성을 가져다준다

    마지막으로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레슬리 펄로(Leslie Perlow) 교수의 실험을 하나 더 살펴보자. 펄로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주 50시간 이상 일을 시키고 휴가도 일절 못 쓰게 막았다. 또 각종 통신기기를 이용해 24시간 내내 회사와 연결된 상태로 일을 하도록 했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주당 40시간만 일을 시켰고 휴가도 남김없이 쓰도록 장려했다. 퇴근 후에는 고객과 통화를 일절 못 하도록 막아 업무와 완전히 단절된 온전한 휴식을 누리도록 했다.

    어느 쪽이 더 높은 업무 효율을 보였을까? 이 질문을 잘 봐주시기 바란다. ‘어느 쪽 노동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았을까?’를 물은 게 아니다. 업무 만족도는 당연히 두 번째 그룹이 높다. 펄로 교수는 업무 만족도를 측정한 게 아니라 업무 효율성을 측정한 거다. 그런데 두 그룹의 업무를 점수로 평가한 결과, 업무 효율성마저 압도적으로 두 번째 그룹이 더 높았다.

    펄로 교수는 광범위한 후속 연구를 통해 주 5일이라면 하루 7시간, 하루 8시간이라면 주 4일 노동이 노동자들의 효율을 최대로 높이는 적절한 노동 시간임을 밝혀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어떤 방식이건 오후 6시 이후에는 무조건 노동을 중단해야 한다. 장시간 끝없이 일하는 것보다 적절한 휴식이 동반돼야, 즉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반복돼야 노동의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어떤가? 개념을 내려놓은 듯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 이쯤 말하면 이해가 가시는가? 윤 대통령이 지금 이명박의 현신이 된 듯 노동시장을 완전 개판으로 만들고 있는데 이러다 나라가 정말 개판이 될 판이다. 제발 좀 모르면 뭘 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라. 더 놀라운 일은 그가 집권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 이건 정말 호러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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