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19 20:10:00 수정 : 2022-12-19 22:53:27
문해력 낮은 장애인도 알기 쉬워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
언어 능력이 낮은 장애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성된 법원 판결문이 처음으로 나왔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청각장애인 A씨가 서울시 강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장애인 일자리사업 불합격처분취소 소송에서 ‘이지 리드(Easy-Read: 쉽게 읽히는) 방식’을 활용해 판결문을 작성,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 옆에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문장을 나란히 적었다.
이지 리드 방식은 단문과 동사 위주의 쉬운 문장과 그림 등을 사용해 문해력이 낮은 장애인이 해당 문서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주로 수어로 소통하는 청각 장애인(농인)들은 문해력을 키우기 어렵다. 실제 2014년 국립국어원에서 실시한 ‘농인의 문해 교육 실태 기초 연구’에 따르면 농인 학생의 국어 문해력 지수는 비장애인 학생의 65% 정도에 불과하다.
A씨는 직접 법원에 탄원서를 내 “알기 쉬운 용어로 판결문을 써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는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라고 응답했다. 지난 9월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UNCRPD)도 대한민국 정부에 “장애인의 사법 접근을 완전히 방해하는 제약이 존재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점자, 수화, 이지 리드 등 법적 절차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보강 수단을 개발하라”고 강력 권고했다.
재판부는 그림 등을 이용해 알기 쉽게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일자리사업) 면접시간이 다 돼서야 수어통역사를 만났고, 통역을 통해 면접을 보게 돼 실질적 면접시간이 줄어들었음에도 추가 시간을 부여받지 못했다”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키가 각자 다른 세 사람이 똑같은 발 받침대를 밟고 서 있어 키가 작은 이는 경기를 볼 수 없는 상황을 그린 그림을 제시하며 “이 상황이 원고가 겪은 상황이라면,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 상황은) 발 받침대의 높이가 모두 같지만 세 사람 모두 경기를 관람하는 데에는 장애가 없는 높이인 경우로 볼 수 있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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