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국내 10대뉴스
실언 논란 뒤 멈춰선 ‘도어스테핑’…야당 협치는 과제로
3월9일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2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는 득표율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였다. 5월10일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유’를 35차례 강조한 반면, ‘통합’은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고 ‘용산 시대’를 열었다. 정부 출범 3주 만인 6월1일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시·도지사 중 12곳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하지만 곧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 대통령실은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을 ‘윤석열 시대’ 주요 변화상으로 꼽았지만,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자주 논란으로 번졌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이 이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축출 혼란상까지 더해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취임 3개월 만인 8월 2주차 24%(한국갤럽,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외교 참사’ 비판을 받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직후인 9월 5주차에도 한번 더 최저점(24%)을 찍었다. 국정 운영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 사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나 ‘동해 어민 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 결정에 대한 검찰 수사는 빠르게 이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지난 11월, 61차례로 멈췄다. 미국 뉴욕 순방 때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처와 그에 따른 마찰 속에 빚어진 결과였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던 자리에는 시야와 동선을 가로막는 가벽이 설치됐다.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실언 논란이 줄면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올랐다.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을 내세워 엄정 대응한 것 또한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2023년 집권 2년차를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윤석열표 정책과제’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필수적인 야당과의 협치는 여전히 큰 과제다.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세월호 참사 이후 인명 피해 최다
지난 10월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인명 피해다. 핼러윈을 맞은 주말에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폭 4m 이내의 경사진 골목에서 수백명이 끼여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여성 희생자가 102명(65%), 20대 희생자는 106명(67%)이었다. 외국인도 26명(16%)이었다.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11월1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해 20여명이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11월24일 국회도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유가족은 지난 14일 이태원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남북, 서로 “주적” 한반도 위기 고조
한반도 하늘을 전쟁 위기의 공포가 다시 뒤덮었다. 5월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과 북은 서로를 “주적”이라 규정하며 으르렁거렸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통일·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북쪽은 “이명박 역도의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 폄훼했다. 남과 북 사이에 미사일이 미사일을 부르고, 포사격이 포사격을 부르고, 전투기 위력시위가 전투기 위력시위를 부르는 ‘힘자랑’이 불을 뿜었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안전판이라 불리는 9·19 군사분야 합의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합동참모본부 발표 기준으로, 북쪽은 역사상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36차례, 75발)을 올해 쐈다. 북쪽은 ‘선제 핵공격’을 배제하지 않은 ‘핵무력정책법’(9월8일)까지 만들었다. 2023년엔 평화의 빛을 다시 볼 수 있을까.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투자·수출·금융·부동산 등 경제 영역 전반에 휘몰아친 ‘경제의 해’였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7월·23년8개월 만에 최고치), 미국은 9.1%(6월·41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이어진 저금리 유동성 잔치가 종말을 고하고, 통화긴축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책금리는 미국은 연 4.25~4.50%, 한국은 연 3.25%까지 뛰었다. ‘자이언트 스텝’ ‘빅스텝’ 따위 낯선 말이 일상 용어가 됐다. 인플레발 금리 충격과 수출 둔화, 무역적자 지속에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며 1444.20원(10월25일)까지 올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이 본격 파급되는 ‘역경의 2023년’이 눈앞에 와 있다.스토킹·성폭력…반복되는 ‘젠더 살인’
비극은 또다시 반복됐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생된 이들이 올해도 있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6년이 흘렀지만, 한국 사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9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던 여성 역무원이 살해됐다. 범인은 피해자를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였다. 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살인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인하대에서는 성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급생인 가해자는 피해자를 성폭행하다 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8차례 반성문을 써서 법원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카카오 먹통’에 일상도 마비
10월15일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멈추면서 한국인의 일상이 마비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장애로 온라인 대화가 멈췄고, 택시 이용(카카오T), 송금·결제(카카오페이), 포털 검색(다음), 음악 스트리밍(멜론), 웹툰 구독(카카오웹툰) 장애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서비스가 복구되는 데 걸린 127시간33분은 플랫폼 독과점 시대의 위험성을 드러낸 시간이었다.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사임했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카카오는 자체 조사를 통해 데이터센터 이중화가 미흡했고, 인력 및 가용자원이 부족했다며 인프라 구축 투자 비용을 대거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데이터센터와 플랫폼 사업자의 재난관리대책 수립 등을 의무화한 ‘카카오 먹통 방지법’도 국회를 통과해 내년에 시행된다.2년만에 ‘위드 코로나’ 도전
학교 교실이 다시 열렸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자유도 돌려받았다. 지난 4월 정부는 모임 인원 제한 등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년 만에 해제했다. 이로써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역 체계를 갖추기 위한 도전이다.그러나 11월 들어 겨울철 유행(7차) 파고가 밀려들면서 신규 중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층·기저질환자의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경제적 취약층이 정부 권고대로 ‘자발적 거리두기’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하다.‘기록적 폭우’ 14명 사망·6명 실종
올해는 기록적인 폭우·가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를 체감할 수 있었던 한해였다. 지난 8월 수도권과 강원, 충남 등에 쏟아진 폭우로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특히 서울 일 강수량으로는 기상 관측 115년 만에 최고치였다.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등에서도 인명피해(사망·실종 12명)가 잇따랐다. 반면 전남 지역에서는 지난 22일 기준 올 한해 강수량이 845.8㎜에 그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졌다. 이는 1995년(843.2㎜)을 제외하고는 1973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다. 이상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11월 말 포근한 기온으로 한반도 곳곳에서 봄꽃인 개나리와 철쭉이 피더니, 12월 중순부터는 최저기온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K영화’ 열기 이은 ‘헤어질 결심’
영화 <기생충>의 2019년 칸국제영화제와 2020년 아카데미 동시 석권,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계 시장 제패에 이어 2022년에도 한국 콘텐츠 파워는 기세 좋게 빛났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멜로드라마와 미스터리를 박찬욱 식으로 엮은 <헤어질 결심>은 칸에서 공개됐을 때 외신의 극찬을 받으며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이로써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에 이어, 세번째 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헤어질 결심>은 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에도 올라 또 다른 성취를 기대하게 한다.“노동개혁” 내세워 노조 파업 압박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조합과 노동계를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보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고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다. 지난 6월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51일간 계속된 하청노동자의 파업 당시 공권력 행사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걸어 압박했다. 11월24일부터 16일간 이어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2차 파업 때도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등을 발동해 백기 투항을 받아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는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노동조합 재정 투명화 등 공세를 퍼붓고 있다. 새해 본격적으로 ‘노동개혁’이 추진되면 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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