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 |
- 입력 2022-12-29 06:47 | 수정 2022-12-29 06:48 | 발행일 2022-12-29 제22면
공공언어의 생소한 어휘표현
쉬운 공공언어의 정착 위해
公기관 자료·문서 평가 바탕
국민 소통 언어정책 펼쳐야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
새로운 유형의 변종 코로나바이러스는 2019년 11월에 중국 우한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급성 호흡기 전염병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6억6천만여 명의 확진 환자 수를 기록했고, 사망자 수도 670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런 코로나 시대를 맞아서 특별히 생소한 어휘 표현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비말, 코호트격리, 드라이브스루, 팬데믹, 진단키트, 언택트, 의사환자 등의 단어들은 방송, 미디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공문서에도 의식 없이 사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공공언어라고 하는데, 이것은 공문서, 보도자료, 민원 서식, 법령, 게시문, 안내문, 설명문, 홍보문, 정책 보고, 대국민 담화와 공공성을 띤 기사문, 계약서, 제품설명서, 포스터, 광고, 간판, 현수막, 방송언어가 모두 포함된다.
공공언어를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쉬운 영어 쓰기 운동(Plain English Campaign)은 1971년 영국에서 시작한 시민운동이다. 공공언어의 이해나 공문서 작성에 대한 어려움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행정과 복지에 접근하지 못하던 국민을 위해 쉬운 영어 사용하기 운동을 펼친 것이다. 또한 쉬운 글쓰기 법(Plain Writing Act)은 1960년대 미국에서 소비자 보호 운동과 인권운동으로 시작되었다. 2010년에는 정부 문서 각종 서식과 연방 규칙을 쉬운 영어로 작성하여,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각종 규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제정되었다. 그리고 2014년에 시작된 더 쉬운 일본어 번역(もっとやさしい日本語付) 운동은 지진이나 자연재해에 대비해서 재해 지원의 일본어를 쉽게 알아듣고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몇 년 전에 국립국어원은 국민이 공공기관의 어려운 공공언어로 인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서 허비하는 시간 비용이 연간 284억5천만원이라는 결과를 제시한 적이 있다. 그래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공공언어를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사용하기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쉬운 공공언어의 정착을 이루고 국민과의 소통을 활성화하며 이를 바탕으로 쉬운 공공언어 정책의 성과를 확산하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21년에 대구시와 경북대 한국어문화원은 코로나 관련 공공언어에 대한 대구시민의 이해도를 조사한 적이 있다. 대구 거주 총 1천224명에게 설문을 받은 결과 코로나 관련 어휘 표현 123개 중에 96개 항목이 10% 이하의 낮은 이해도로 확인되었다. 이는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코로나 관련 어휘 표현을 생소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나라는 국어기본법 제14조에 공문서의 작성 및 평가에 대한 조항이 있다. 2021년 6월에는 공공기관에서 작성한 공문서를 매년 평가한다는 법적 규정이 추가 제정되었다. 그래서 내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공공기관의 보도자료나 공문서 등을 평가한다고 한다. 이러한 정부의 시책은 국민의 건강한 공공언어 소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어렵게 마련된 공공언어 활성화 정책이 부디 국민의 건강한 소통 문화를 새롭게 일궈내고, 쉬운 공공언어 표현을 사용하는 세계적 흐름과 질병의 예방에도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 시대에 지금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비말은 침방울로, 코호트격리는 동일집단격리로, 드라이브스루는 승차진료소로, 팬데믹은 감염병 세계적 유행으로, 진단키트는 진단도구로,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의사환자는 의심환자로 바꿔서 사용하기를 바란다.
김덕호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