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은의 우리글 우리말(47)]‘운율’인가, ‘운률’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2.12.26 00:1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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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첫머리 즉 어두에서 발음되는 음은 국어의 음운 구조상의 제약이나 발음 습관상의 기피 현상에 기인하는 제약이 있는데, 이를 두음 법칙이라 한다. 구개음 ‘ㄴ’과 유음 ‘ㄹ’이 어두에 오지 못하는 경우다.(<보정 한글맞춤법 강의> 이희승 외) 두음 법칙은 원칙적으로 한자어에만 적용하고, ‘리을’ 같은 고유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자어 女子를 ‘녀자’로 적지 않고 ‘여자’로 적는다.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단어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제10항)에 따른 것이다. 연세, 요소, 유대, 익명 등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다음과 같은 의존명사에서는 냥(兩), 년(年, 몇 년)처럼 ‘냐, 녀’ 음을 인정한다. 단어의 첫머리 이외의 경우에는 남녀(男女), 당뇨(糖尿) 같이 본음대로 적는다.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말이나 합성어에서는 뒷말의 첫소리가 ‘ㄴ’ 소리로 나더라도 신여성(新女性), 공염불(空念佛)처럼 두음법칙에 따라 적는다.
양심(良心)은 ‘량심’이라 표기하지 않는다. 한자음 랴, 려, 례, 료, 류, 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 법칙에 따라 야, 여, 예, 요, 유, 이로 적는다(제11항). 역사, 예의, 용궁, 유행, 이발 등이 이에 해당된다. 다만 ‘리(里)’와 같은 의존명사는 ‘몇 리냐?’처럼 본음대로 적는다.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은 ‘열, 율’로 적는다. 나열(羅列), 실패율(失敗率)이 그 예다. ‘운율’도 ‘ㄴ’ 받침 뒤에 ‘률’로 적으면 잘못된 표기다. 분열, 진열, 전율, 백분율도 같은 원리다. 고유명사인 신립(申砬)처럼 외자의 이름을 성에 붙여 쓸 경우에도 본음대로 적을 수 있다.
낙원(樂園), 내일(來日)은 한자음 라, 래, 로, 뢰, 루, 르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나, 내, 노, 뇌, 누, 느로 적는다(제12항)를 적용한 것이다. 노인, 뇌성, 누각, 능묘도 동일한 기준이다. 그러나 단어의 첫머리 외의 경우에는 쾌락(快樂), 광한루(廣寒樓) 처럼 본음대로 적는다. 접두사처럼 쓰이는 한자가 붙어서 된 단어는 뒷말을 두음 법칙에 따라 적는다. 내내월(來來月), 상노인(上老人), 중노동(重勞動) 비논리적(非論理的)이 맞는 표기법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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