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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한 해 끝자락, 대통령실 앞에서 촛불 든 이태원 참사 유가족

 


‘국정조사 방해’ 국민의힘 향한 울분 터져 나온 2차 추모제 “국정조사가 충성 맹세의 장인가”

30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2차 시민추모제에서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2.12.30. ⓒ민중의소리

그날의 참사가 아니었다면 연말의 따스함을 느꼈을 올해 마지막 금요일, 빨간 목도리를 두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진상규명'을 외쳤다.

참사의 진실을 밝혀야 할 국회 국정조사는 정부 방어에 매진한 국민의힘의 노골적인 방해에 파행을 거듭하고 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책임자들은 진정한 사죄 대신 책임회피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국정조사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유가족들은 "진상을 규명한다는 국정조사에서 왜 진실을 막느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30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시민 추모제를 열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인 지난 17일 이태원역 앞에서 연 첫 시민추모제에 이어 두 번째 추모제다.

이번 추모제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정조사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분노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턱없이 부족한 '45일'이라는 국정조사 기간 중 이제 남은 시간은 주말을 포함해도 단 8일. 이 소중한 시간을 정쟁으로 허비해버린 건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법적 구속력도 없는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를 빌미로 국조특위에서 전원 사퇴했다가, 조사 기간 절반을 넘긴 지난 20일에야 유가족의 거센 질타에 복귀했다.

이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현장 조사는 특위 출범 27일 만에 이뤄졌고, 이어지는 기관 보고에서도 국민의힘은 참사의 본질과 동떨어진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 논란만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에 분노한 유가족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따라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전날 국정조사특위에서 진행하기로 한 2차 기관 보고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파행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보좌진이 의정활동 기록의 일환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이를 '불법 촬영'이라고 반발하며 회의에 불참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정회된 회의는 속개되지 못한 채 그대로 끝이 났다.

한술 더 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유가족들의 항의를 두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위원들에게 구사해 폭언으로 거칠게 항의하는 것은 국정조사 성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유가족들을 나무랐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희생자의 언니는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던 국정조사 기관 보고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 참사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핑계만 댈 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제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럴 거면 국정조사는 왜 하느냐"며 "국정조사는 정치적으로 서로 공격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진심을 가지고 대하라. 여태 허비한 국정조사 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주길 바란다. 책임회피, 떠넘기기, 거짓·허위·위증이 아닌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온 진심을 다해 책임 규명에 힘써달라"고 힘줘 외쳤다.

추모제 시작 전부터 대통령실을 한참 동안 바라본 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왜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은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한탄했다.

이 대표는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누구를 위한 충성 맹세의 장인가"라며 "진실은 뒤로한 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당리당략으로 기관보고를 이용했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에게는 고통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을 넘어 용납하기 어려운 질의와 답변에 유가족들은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졌다"며 "각자 예리한 질문을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같은 질문을 여러 의원이 돌아가면서, 굳이 그 아까운 시간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고 이주영 씨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국정조사가 파행의 길로 가고 있다"며 "또다시 이 파행의 끝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추모제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대통령실을 바라보고 "대통령은 사과하라", "진실을 규명하라", "책임자 처벌하라", "2차 가해 중단하라", "유가족 공간, 추모 공간 마련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유가족들은 추모제 후 녹사평역에 마련된 분향소까지 행진했다. 3차 추모제는 내달 14일에 열릴 예정이다. 

30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2차 시민추모제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22.12.30. ⓒ민중의소리


30일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2차 시민추모제에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2022.12.30.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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