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데일리임팩트 주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 최강욱(54) 씨는 화제와 물의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법조 출신답게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말과 글과 행위로 이목을 끌어온 ‘스타’(스스로 타락한 사람?)다. 그가 최근엔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고 다채롭게 하는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한자 이름은 높을 최(崔), 편안 강(康), 햇살 치밀 욱(旭)인데, 모든 일에 거침이 없어 ‘최강으로 욱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는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이 줌(Zoom)으로 화상 회의를 할 때 A 의원이 카메라를 켜지 않자 “얼굴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가 “얼굴이 못생겨서요”라고 답하자 재차 카메라를 켜라고 하면서 “○○이 하느라 그러는 거 아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동료 의원에게 성적 행위를 상스럽게 표현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회의 참석자 중엔 여성도 여럿 있었는데, 당에 신고·제보된 발언은 “○○이 치러 갔느냐?”였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자 최 의원실 보좌진은 “○○이가 아니라 짤짤이였다”고 해명했고, 본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심각한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가벼운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지시하고, 당내 비판 성명까지 나오자 최 의원은 민주당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다음 날, “최 의원을 가해자로 몰아가는 박 위원장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변함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한 ‘민주당 소속 여성 보좌진’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고맙습니다”라고 썼다. 사과는 했지만,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은 없다는 뜻 같았다.

그가 말했다는 짤짤이는 ‘상대방이 동전을 주먹으로 쥐면 홀인지 짝인지 알아맞혀 돈을 건 만큼 가져가는 놀이’이다. ○○이는 혼자서 하는 짓이고, 짤짤이는 여럿이 하는 유희이며 게임이다. 짤짤이는 ‘한다’고 하고 ○○이는 ‘친다’고 한다. 그런데 진중권 전 교수의 표현에 의하면 최 의원은 이를 구개음화해서 다른 말로 바꾸어 앞뒤도 안 맞는 말장난을 한 것이다.

우리말의 독특하고 자랑스러운 점은 의성어 의태어가 풍부한 것이다. 그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를 활용해 의인화를 하면 어떤 물건이나 인물의 특성을 단번에 알게 해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방향 지시등보다 깜빡이라는 말이 더 알기 쉽다. 좀 모자라는 사람을 멍청이라고 하는 것보다 띨띨이, 칠칠이라고 하면 더 명쾌해진다.

짤짤이, ○○이처럼 같은 단어로 이루어진 말을 한번 찾아볼까. 깔깔이는 표면이 멜론의 껍질처럼 주름진 직물, 즉 조젯(georgette)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흔히 군용 방한 내피를 말하는데, 은행에서 갓 나온 새 돈도 깔깔이라고 한다. 꿀꿀이는 욕심이 많은 사람, 돼지라는 뜻이다. 쩝쩝거리고 꿀꿀거리며 먹는 모습이 연상된다. 여러 가지 먹다 남은 음식을 섞어 끓인 죽은 꿀꿀이죽이라고 한다. 꼬마돼지를 꼴꼴이라고 쓴 글도 보았다.

꿀꿀이와 함께 알아두어야 할 말이 찔찔이다. 찔찔이는 원래 몸무게를 불려 돈을 더 받으려고 물을 먹인 돼지를 말한다. 요즘은 너무 많이 먹거나 물을 많이 마시거나 돼지같이 어떤 짓을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쓰고 있다. 괜히 국회의원들이 연상된다.

깽깽이는 해금이나 바이올린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떠들거나 나대는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국회의원이 또 생각난다. 낄낄이는 뭘까. 낄낄거리고 잘 웃는 사람인가? 아니, 그런 말은 아직 안 만들어졌나 보다. 낄낄이는 여치의 경남 방언이라는데 이게 참 묘하다. 같은 경남이라도 여치를 찔찔이라고 하는 곳이 있고, 경북 지역에서는 칠칠이라고 한다니 같은 경상도 안에서도 어찌 이리 다를까 싶다.

문제의 ○○이는 종을 때려 소리를 내는 작은 쇠방울, 삼륜차나 경운기의 속칭 외에 실내에서 신는 슬리퍼라는 뜻도 있다. ○○이차는 지형이 험하고 좁은 도로에서 짐을 나르기 위해 특별히 만든 일종의 무적차량을 가리킨다. ○○이 아빠는 아들 없이 딸만 계속 낳은 사람이다. 알고 보면 ○○이는 이렇게 쓰임새가 아주 많은 똘똘한 말이다. 똘똘이는 똑똑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면서 남자 성기의 은어로도 쓰인다. 딱딱이는 좀 생소하지만 딱딱한 복숭아라고 한다. 사람도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경우 이 말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강아지들이 갖고 놀기 좋아하는 삑삑이 장난감. 대체로 듣기 싫은 소리가 난다. 
이제 ㅂ으로 넘어가 보자. 빡빡이는 머리를 빡빡 민 사람, 빵빵이는 빵빵하게 살이 찐 사람, 뽁뽁이는 포장용 ‘에어 캡(air cap)’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뿍뿍이는 바닥에 닿을 때마다 소리를 내는 신발, 뿡뿡이는 방귀 대장, 삑삑이는 입으로 물면 소리가 나는 강아지 장난감이다. 그러면 뻑뻑이는?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일 법한데 용례를 못 찾겠다.

씽씽이는 아이들이 잘 타는 킥보드 또는 아기 자동차다. 짤짤이는 앞에서 설명했고, 짝짝이는 손안에 넣고 마주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 따위, 캐스터네츠 그런 것이다. 쫄쫄이는 몸매가 잘 드러나게 밀착된 옷, 그러니까 레깅스나 타이즈를 말한다. 찍찍이는 옷이나 신발 따위의 두 쪽을 한데 붙였다 떼었다 하는 물건으로, 단추나 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귀여운 반려묘 '찡찡이'.
찡찡거리는 아이는 찡찡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문재인 대통령의 고양이 이름이 ‘찡찡이’다. 고양이를 앵앵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모기든 벌이든 파리든 사람이든 앵앵거리고 다니는 건 다 앵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팔팔이는 참을성이 적고 성질이 급한 사람이나 동물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힘과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나 동물도 팔팔이다. 사람이 찡찡이 앵앵이면서 팔팔이라면 정말 최악이겠다.

최강욱 의원은 이렇게 다양하고 생동하는 우리말을 생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주었다. 한 가지 정말 얄궂은 것은 ○○이가 짤짤이의 경남 방언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는 “내가 한 말은 짤짤이가 맞다”고 더 우겨도 될 법했다. 아, 아니구나. 최 의원은 경남 출신이 아니라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사람이니 이 말이 잘 안 통하겠구나.

대선 하루 뒤인 3월 10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내 생애 최고의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런 것도 청원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지만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든 분이라는 청원인의 극찬에 감격한 듯 문 대통령은 착실하게 감사를 표현하며 충실하게 답변했다. 퇴임을 앞두고 말과 글로 문재인 정부 5년에 대해 자기평가를 하는 작업에서도 반성보다는 자기 칭찬이 두드러졌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시작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문재인 지음, 김영사 출판)를 이루어냈다는 자부와 자위를 읽을 수 있었다.

이번 최 의원의 말장난을 보면서 아래와 같은 불경스러운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사람들은 모이면 짤짤이를 하고, 혼자 있으면 ○○이를 치는 게 아닐까, 아니 모여서도 ○○이를 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이런 띨띨하고 찜찜하고 찝찝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끼끗하고 털털하고 끌끌하지 못하고 까칠하고 깔깔한 탓이다.



출처 : 데일리임팩트(https://www.dailyimp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