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이름은 한자로 된 이름과 우리말 이름이 공존하며 전승되기도 한다. 서울의 지하철역 이름으로 '아현(阿峴)'과 '애오개' '대치(大峙)'와 '한티'가 같이 쓰인다. '버티고개역'은 한자 이름 대신 예전부터 사용하던 우리말 이름만 사용하는 예다. 최근 어느 도시의 새로 만들어진 공원의 이름을 '센트럴파크'와 같이 이름 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리말 지명의 어원을 밝히는 일이 어려운 때가 있다. '한티, 밤티, 곰티, 말티, 배티' 등에서처럼 고개를 뜻하는 '티'가 들어간 지명이 그런 경우다. '티'의 어원이 한자라는 견해와 고유어라는 설로 나뉜다. 문헌자료는 '티'가 우뚝솟다, 언덕, 고개를 뜻하는 한자 '峙(치)'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1576년 무렵 나온 한자 학습서 '신증유합(新增類合)'에 '峙 우득할(할의 'ㅏ'는 아래 아) 티'가 있어 당시의 한자음이 '티'로 확인된다. 또한 1617년에 간행된 '동국신속삼강행실도(東國新續三綱行實圖)'에 '웅치'(熊峙)를 '곰티'로 번역한 사례도 '티'가 고유어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한자와 연관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티'의 어원을 밝히고자 할 때 역사적 언어변화 또한 설명해야 한다. '티'는 국어의 역사적 언어변화(구개음화)를 거쳐 '치'로 되어야 하지만 일부 지명은 구개음화하지 않고 '티'를 유지하여 예외적이다. 현재까지는 '티'와 같은 예를 찾기 어려운데 '티'가 언어변화를 피해 갈 만큼 강한 언어 내적인 힘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최근 공주에 있는 동학농민혁명의 전적지 중 하나인 '우금치' 지명을 예전부터 불렀던 이름인 '우금티'로 바꿔 부른다고 한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당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일이 역사적 사실의 가치를 높이는 면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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