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창간 22주년 기획 릴레이 기고⑨
-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span style="font-size: 0px; letter-spacing: -0.8px;"> </span>
- 발행 2022-05-10 17:21:07 <span style="font-size: 0px; letter-spacing: -0.8px;"> </span>
- 수정 2022-05-09 14:21:18
편집자주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그간 어렵게 진전시켜온 민주주의마저 퇴행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벌써부터 인사와 정책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의 언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외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면서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고민이 많을, 더 많은 민주주의와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는 이들에게 전하는 제언을 연재기고로 담았습니다. 노동, 기후, 젠더 등의 현장에서 뛰는 활동가와 정치, 경제, 사회에 걸친 전문가의 기고가 이어집니다. 이번 새로운 상상과 진보의 성장에 좋은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2년 전 김종철 선생님은 민중의소리 기고에서 “코로나 사태라는 비상상황 속에서 공생의 윤리가 새로운 상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초를 보았다”고 쓰셨다. ‘기본소득’이나 ‘노동시간 단축’의 실현 가능성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선생님께서 기대하셨던 ‘상식’의 회복은 한국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공정과 상식’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집권으로 귀결되었다. 국정 110대 과제 ‘상식과 공정’ 원칙 수립의 대표과제는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다. 선생님의 부재만큼 황망한 결과다. 윤석열 정부에서 원자력은 ‘상식’을 대표한 정책이자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기도 하다. 앞으로 5년 정부의 기후와 에너지 정책 어떻게 될까?
2050년 정해진 미래와 좋은 삶
기후위기에 직면한 세계는 지난 2~3년 사이에 극단의 처방을 받아들였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가 137개국이다. 우리도 2050년 탄소중립,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앞으로 30년 이내에 5,000만 명이 넘은 한국사회가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화석에너지’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세계 주요 10대 경제 국가가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보면 세상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30년 이내에 전 세계가 배출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이 허언이 아니라면, 우리가 직면해야 할 미래는 석유·석탄·천연가스 산업의 몰락, 특정 산업 분야의 대량실업과 물가상승이다. 탄소중립을 통한 성장만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탄소중립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기후재난이나 탄소중립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전환 충격이 생존 토대가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기후위기 적응과 감축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22~2026년 앞으로 5년 사이에 벌어질 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세계의 과제이다. 애초에 한국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은 국제사회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인류는 코로나,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올 에너지·식량 대란 속에서 탄소중립도 이뤄야 한다. 세계 경제는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와 배출행위에 대한 비용 부과 △공급망 위기와 세계 물가상승 △화석에너지 산업 몰락 △감축과 적응에 필요한 자원배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는 EU의 탄소국경조정,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배터리 탄소발자국 표시 의무화 등으로 제도화되고,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비용 부과도 탄소세, 비행세, 육류세, 배출권 거래가격 상승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과 투자 분야에서 공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후위기 제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관련재무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기업도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위해 협력업체에 온실가스 자료제출과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외부요인을 경제비용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특히 EU는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전환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 경제와 에너지 수급에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강력한 상수가 등장했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 문제에 여전히 둔감하다.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에너지다소비 산업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탄소배출량이 높으며, 전력의 60% 이상을 석탄과 가스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이 속에서 미국과 EU가 통상규제에 온실가스 배출 관리를 연계하고 있고,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을 기반으로 한 경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하지만 정부도 기업도 전환에 대한 ‘시급성’과 ‘절박함’을 볼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국정 110대 과제를 보면, 놀랍게도 국정 철학과 시대 인식을 밝히는 부문에 기후위기는 언급조차 없다. 원전은 에너지 정책이 아닌 ‘상식과 공정’의 대표정책이다. 신고리 3·4호기 건설, 원전수명연장,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그린 텍소노미에 원전 포함, SMR(소형모듈원전) 등 원전 기술 R&D 자금 집중과 같이 매우 구체적이다. 원전부흥에 모두 거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 대책보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화력발전을 2027년까지 40% 감소하겠다고 밝혔고, 재생에너지는 ‘고도화’만 언급할 뿐 구체적인 목표와 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탄소중립 정책은 ‘환경부’ 정책으로 한정해 접근하고 있으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2023년 3월까지 수립한다고 되어있다. 결국 2022년에도 계획만 만들고 실행은 뒷전일 수 있다. 2030년 감축목표 상향에 따른 3기 배출권거래제 재할당에 대한 언급은 없고,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확대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탈-탈원전 정책은 시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원전 자체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한다 하더라도 건설 기간, 대규모 송전을 위한 전력망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심지어 2030년에도 신규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원전 수명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텐데, 윤석열 당선인의 임기 내에 계속 운전 여부를 신청해야 하는 원전은 고리, 한빛, 한울, 월성 각지에 총 10기가 넘는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원전의 수명연장은 안전성, 경제성 검토는 기본이고 지역민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2024년 4월 10일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은 지역에서는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쟁점이 되면 국민의 힘도 무턱대고 수명연장을 밀어붙이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는 정부다. 2030년 목표 달성에 있어 상당한 기간인 2027년 5월 9일까지 국정을 맡기에,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정부다. 석탄발전은 빠지고, 원전의 감축 효과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본인들이 공격했던 재생에너지를 챙겨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당장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하려면 4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하는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 에너지기본계획이 빠지면서 근거법이 사라진 상황이 되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에너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탈원전 폐기 정책도 어려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앞에 놓여있는 숙제는 원전 갈등, 석탄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송전탑 갈등, 재생에너지 갈등, 제주도 출력제한 문제, 기업의 RE100 요구, 한전 적자 등 한둘이 아니다. 국민의 힘도 기존의 비판하던 입장에서 일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었다.
진보진영의 과제
기후위기가 일상을 위협하고, 불평등은 심각하고, 핵발전과 석탄발전이 폐해가 명징해지면서 체제전환을 요구하는 시민 행동도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만 확대하면 된다는 정부의 등장은 퇴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퇴행은 결국 시민들의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에서도 고민은 더 치열해져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기후에너지 운동은 폭넓어지고 세력도 확산하였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석탄을넘어서, 탈핵시민행동,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기후정의동맹, 멸종반란과 멸종저항, 60+기후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에너지 운동에서 ‘원전’이 기후위기 대응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히 합의되어 같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왜곡될 가능성이 큰 기후정의 목소리가 중요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경북 울진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한울 3·4호기 착공을 진행하겠다고 발언했다. 윤정부의 기후정의는 이런 식일 수 있다. 드러내놓고 시장주의와 규제 완화를 표방한 정부라 ‘기후정의’도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또는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정의’로 기울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정의로운 전환의 제도화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전력시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기존의 석탄발전 중심으로 설계된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가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할 때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공공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공기업이 송전, 배전, 판매한다고 해서 공공성을 보장한다고 보긴 어렵다. 분산형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협동조합, 지지체 에너지공사, 기업, 스타트 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어야 일자리와 지역의 에너지자립률을 높일 수 있다. 전력시장 개편과 전기요금 문제를 민영화냐 아니냐 논의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동안 기후, 탈핵, 에너지 진영 모두가 숨이 가쁘게 활동해야 할 것 같다. 윤정부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탄소중립을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나오미 클라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것의 전환”을 의미하고, 따라서 탄소중립은 기존 관성을 넘어서는 실험,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탄소중립’과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진보의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진보진영의 모든 자원과 인력을 모아 2~3년 정도 기간을 잡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순히 에너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산업, 일자리, 돌봄, 농업, 도시, 존엄성, 다양성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 보는 일 말이다. 윤석열 정부 5년이 이제 시작이다. 그 시간을 견디려면, 우리가 살고 싶고, 만들고 싶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하기에, 진보진영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업을 제안한다.
선생님께서 기대하셨던 ‘상식’의 회복은 한국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에서 ‘공정과 상식’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집권으로 귀결되었다. 국정 110대 과제 ‘상식과 공정’ 원칙 수립의 대표과제는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다. 선생님의 부재만큼 황망한 결과다. 윤석열 정부에서 원자력은 ‘상식’을 대표한 정책이자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기도 하다. 앞으로 5년 정부의 기후와 에너지 정책 어떻게 될까?
2050년 정해진 미래와 좋은 삶
기후위기에 직면한 세계는 지난 2~3년 사이에 극단의 처방을 받아들였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가 137개국이다. 우리도 2050년 탄소중립,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앞으로 30년 이내에 5,000만 명이 넘은 한국사회가 대기 중에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화석에너지’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세계 주요 10대 경제 국가가 줄이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보면 세상의 방향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30년 이내에 전 세계가 배출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탄소중립’이 허언이 아니라면, 우리가 직면해야 할 미래는 석유·석탄·천연가스 산업의 몰락, 특정 산업 분야의 대량실업과 물가상승이다. 탄소중립을 통한 성장만 이야기하는 것은 거짓말이거나 탄소중립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기후재난이나 탄소중립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전환 충격이 생존 토대가 취약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기후위기 적응과 감축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2022~2026년 앞으로 5년 사이에 벌어질 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은 세계의 과제이다. 애초에 한국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은 국제사회 흐름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인류는 코로나,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올 에너지·식량 대란 속에서 탄소중립도 이뤄야 한다. 세계 경제는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와 배출행위에 대한 비용 부과 △공급망 위기와 세계 물가상승 △화석에너지 산업 몰락 △감축과 적응에 필요한 자원배분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규제 강화는 EU의 탄소국경조정,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배터리 탄소발자국 표시 의무화 등으로 제도화되고, 온실가스배출에 대한 비용 부과도 탄소세, 비행세, 육류세, 배출권 거래가격 상승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과 투자 분야에서 공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후위기 제도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관련재무정보 공개를 의무화하고, 기업도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위해 협력업체에 온실가스 자료제출과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외부요인을 경제비용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특히 EU는 러시아에 대한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전환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 경제와 에너지 수급에 있어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강력한 상수가 등장했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 문제에 여전히 둔감하다.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에너지다소비 산업을 기반으로 제조업의 탄소배출량이 높으며, 전력의 60% 이상을 석탄과 가스발전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이 속에서 미국과 EU가 통상규제에 온실가스 배출 관리를 연계하고 있고,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산업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자원순환을 기반으로 한 경제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하지만 정부도 기업도 전환에 대한 ‘시급성’과 ‘절박함’을 볼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국정 110대 과제를 보면, 놀랍게도 국정 철학과 시대 인식을 밝히는 부문에 기후위기는 언급조차 없다. 원전은 에너지 정책이 아닌 ‘상식과 공정’의 대표정책이다. 신고리 3·4호기 건설, 원전수명연장,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그린 텍소노미에 원전 포함, SMR(소형모듈원전) 등 원전 기술 R&D 자금 집중과 같이 매우 구체적이다. 원전부흥에 모두 거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 대책보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화력발전을 2027년까지 40% 감소하겠다고 밝혔고, 재생에너지는 ‘고도화’만 언급할 뿐 구체적인 목표와 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 탄소중립 정책은 ‘환경부’ 정책으로 한정해 접근하고 있으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2023년 3월까지 수립한다고 되어있다. 결국 2022년에도 계획만 만들고 실행은 뒷전일 수 있다. 2030년 감축목표 상향에 따른 3기 배출권거래제 재할당에 대한 언급은 없고,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확대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탈-탈원전 정책은 시민들의 반대도 있지만, 원전 자체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한다 하더라도 건설 기간, 대규모 송전을 위한 전력망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심지어 2030년에도 신규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원전 수명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텐데, 윤석열 당선인의 임기 내에 계속 운전 여부를 신청해야 하는 원전은 고리, 한빛, 한울, 월성 각지에 총 10기가 넘는다.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원전의 수명연장은 안전성, 경제성 검토는 기본이고 지역민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2024년 4월 10일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은 지역에서는 안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회의원 선거에서 쟁점이 되면 국민의 힘도 무턱대고 수명연장을 밀어붙이기 힘들 것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는 정부다. 2030년 목표 달성에 있어 상당한 기간인 2027년 5월 9일까지 국정을 맡기에,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정부다. 석탄발전은 빠지고, 원전의 감축 효과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본인들이 공격했던 재생에너지를 챙겨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될지도 모른다.
당장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하려면 4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하는데,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에 에너지기본계획이 빠지면서 근거법이 사라진 상황이 되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에너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탈원전 폐기 정책도 어려울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앞에 놓여있는 숙제는 원전 갈등, 석탄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 송전탑 갈등, 재생에너지 갈등, 제주도 출력제한 문제, 기업의 RE100 요구, 한전 적자 등 한둘이 아니다. 국민의 힘도 기존의 비판하던 입장에서 일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었다.
진보진영의 과제
기후위기가 일상을 위협하고, 불평등은 심각하고, 핵발전과 석탄발전이 폐해가 명징해지면서 체제전환을 요구하는 시민 행동도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만 확대하면 된다는 정부의 등장은 퇴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퇴행은 결국 시민들의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진보진영에서도 고민은 더 치열해져야 한다.
다행히 한국의 기후에너지 운동은 폭넓어지고 세력도 확산하였다. 기후위기비상행동, 석탄을넘어서, 탈핵시민행동,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기후정의동맹, 멸종반란과 멸종저항, 60+기후행동, 청년기후긴급행동, 청소년기후행동 등. 기후에너지 운동에서 ‘원전’이 기후위기 대응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명확히 합의되어 같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왜곡될 가능성이 큰 기후정의 목소리가 중요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경북 울진 산불피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신한울 3·4호기 착공을 진행하겠다고 발언했다. 윤정부의 기후정의는 이런 식일 수 있다. 드러내놓고 시장주의와 규제 완화를 표방한 정부라 ‘기후정의’도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또는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 ‘정의’로 기울어질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정의로운 전환의 제도화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전력시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기존의 석탄발전 중심으로 설계된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가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할 때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공공성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공기업이 송전, 배전, 판매한다고 해서 공공성을 보장한다고 보긴 어렵다. 분산형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시스템 전환 과정에서 협동조합, 지지체 에너지공사, 기업, 스타트 업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어야 일자리와 지역의 에너지자립률을 높일 수 있다. 전력시장 개편과 전기요금 문제를 민영화냐 아니냐 논의로만 좁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 동안 기후, 탈핵, 에너지 진영 모두가 숨이 가쁘게 활동해야 할 것 같다. 윤정부는 “실현가능한 탄소중립”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편으로 탄소중립을 현실 가능한 수준에서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나오미 클라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기후위기 대응은 “모든 것의 전환”을 의미하고, 따라서 탄소중립은 기존 관성을 넘어서는 실험, 과감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다. ‘탄소중립’과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진보의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진보진영의 모든 자원과 인력을 모아 2~3년 정도 기간을 잡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순히 에너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산업, 일자리, 돌봄, 농업, 도시, 존엄성, 다양성 등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우리가 살고 싶은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려 보는 일 말이다. 윤석열 정부 5년이 이제 시작이다. 그 시간을 견디려면, 우리가 살고 싶고, 만들고 싶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하기에, 진보진영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작업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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