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열린 노동절 대회에 7만 5천명 운집…끝없는 행진 대오, 인수위로 향했다
- 남소연 기자 nsy@vop.co.kr
- 발행 2022-05-01 19:48:2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2022 세계노동절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5.01 ⓒ민중의소리
132주년 노동절을 맞은 1일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모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2년여만에 열린 대규모 집회가 반가운 듯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우렁찼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부터 이틀간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역에서 '차별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불평등 체제교체! 2022년 노동절 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국에서 열린 노동절 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만 7만5천여명에 이른다.
서울 본대회가 열린 세종대로에는 1만여명(주최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형형색색의 깃발과 손피켓을 들고 6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당초 대회는 5개 차로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참석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본대회 시작 전 1개 차로를 더 늘렸다. 대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외에도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 진보정당 인사들도 함께했다.
거리두기 해제로 2년여 만에 열린 대규모 집회
양경수 위원장 "오랜만에 동지들과 모여"
이날 서울 본대회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정말 오랜만에 동지들과 확 트인 공간에 모이니 너무 좋다"며 감격을 표했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이유로 유독 노동자의 집회·시위만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제한적으로 열렸던 집회는 참석 인원이 초과됐다는 이유로 불법집회로 규정됐고,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양 위원장은 이를 '민주노총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40여명의 간부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으며, 총연맹 임원과 간부 2명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친구를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은 적으로 삼고 싶다면 우리는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공공과 민간부문을, 청년과 기성세대를, 남성과 여성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갈라치려는 저들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범 앞둔 새 정부 향해 “노동자 삶 책임져야”
조합원에게는 ‘차별 없는 노동권’ 위한 투쟁 당부
새 정부 출범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날 민주노총의 요구도 주로 윤 당선인에게 향했다.
양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검찰의 낡은 캐비넷을 뒤질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고 세상을 보시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받으며 죽도록 일하다 과로로, 산업재해로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이 보일 것이다. 이중삼중의 차별을 감내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릴 것"이라며 "처참하고 열악한 이 땅 노동자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 없는 노동권과 안전한 일터를 위해", "비정규직 없는 좋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원들에게도 '차별 없는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양 위원장은 "내가 남성이면 여성을 위해, 내가 정규직이면 비정규직을 위해, 내가 큰 회사에 다니면 작은 사업장을 위해, 내가 비장애인이면 장애인을 위해 나서자"며 "우리가 가진 노동조합의 힘으로 모든 노동자를 위해 투쟁하자"고 당부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내자"며 "그래서 다가오는 5년은 윤석열 시대가 아니라 노동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인근까지 행진한 민주노총
인수위 앞에서 막혔지만 큰 충돌 없이 해산
'차별 없는 노동권'을 바라는 당사자의 절박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언론노조방송작가지부 유지향 사무국장은 조합원이 된 후 처음으로 노동절 대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동절에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처지였던 탓이다.
유 사무국장은 "법이 인정한 근로자가 되기가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법적으로 근로자라 인정받아야만 노동자인가"라며 "프리랜서 방송작가도 노동자다. 프리랜서도 법 테두리 안에서 노동권을 보호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유 사무국장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장시간 야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아야 하고,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임금이 깎이거나 밀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4대 보험에 가입돼 일하는 보통 노동자처럼 보통의 것을 누리며 살 권리가 프리랜서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필수노동자'로 호명되면서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돌봄 노동자도 발언에 나섰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은 "우리 사회 돌봄노동을 정의하면 차별과 저임금, 고임금 노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민간기관의 이윤을 위한 구조가 아닌 국공립 기관을 대폭 확대해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16개 산별노조의 요구를 담은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선언문'이 발표됐다.
각 산별노조는 ▲안전한 건설 현장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 3권과 정치 자유 보장 ▲노동 중심 산업전환 실현 ▲여성 노동자의 임금차별 철폐 ▲의료 불평등 해소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안정·노동기본권 보장 ▲학생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 등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절 대회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통의동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인수위 건물 인근에 펜스를 치고 막았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날부터 이틀간 서울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역에서 '차별없는 노동권, 질 좋은 일자리 쟁취! 불평등 체제교체! 2022년 노동절 대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국에서 열린 노동절 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만 7만5천여명에 이른다.
서울 본대회가 열린 세종대로에는 1만여명(주최 추산)이 모였다. 이들은 형형색색의 깃발과 손피켓을 들고 6개 차로를 가득 메웠다. 당초 대회는 5개 차로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참석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본대회 시작 전 1개 차로를 더 늘렸다. 대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외에도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 진보정당 인사들도 함께했다.
거리두기 해제로 2년여 만에 열린 대규모 집회
양경수 위원장 "오랜만에 동지들과 모여"
이날 서울 본대회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정말 오랜만에 동지들과 확 트인 공간에 모이니 너무 좋다"며 감격을 표했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이유로 유독 노동자의 집회·시위만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제한적으로 열렸던 집회는 참석 인원이 초과됐다는 이유로 불법집회로 규정됐고,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양 위원장은 이를 '민주노총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에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40여명의 간부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있으며, 총연맹 임원과 간부 2명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장은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친구를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20만 민주노총 조합원은 적으로 삼고 싶다면 우리는 피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공공과 민간부문을, 청년과 기성세대를, 남성과 여성을,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갈라치려는 저들에 맞서 힘차게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범 앞둔 새 정부 향해 “노동자 삶 책임져야”
조합원에게는 ‘차별 없는 노동권’ 위한 투쟁 당부
새 정부 출범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이날 민주노총의 요구도 주로 윤 당선인에게 향했다.
양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검찰의 낡은 캐비넷을 뒤질 것이 아니라 고개를 들고 세상을 보시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 받으며 죽도록 일하다 과로로, 산업재해로 쓰러져가는 노동자들이 보일 것이다. 이중삼중의 차별을 감내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릴 것"이라며 "처참하고 열악한 이 땅 노동자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게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별 없는 노동권과 안전한 일터를 위해", "비정규직 없는 좋은 일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원들에게도 '차별 없는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양 위원장은 "내가 남성이면 여성을 위해, 내가 정규직이면 비정규직을 위해, 내가 큰 회사에 다니면 작은 사업장을 위해, 내가 비장애인이면 장애인을 위해 나서자"며 "우리가 가진 노동조합의 힘으로 모든 노동자를 위해 투쟁하자"고 당부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어내자"며 "그래서 다가오는 5년은 윤석열 시대가 아니라 노동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인근까지 행진한 민주노총
인수위 앞에서 막혔지만 큰 충돌 없이 해산
'차별 없는 노동권'을 바라는 당사자의 절박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언론노조방송작가지부 유지향 사무국장은 조합원이 된 후 처음으로 노동절 대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규직이 아닌 프리랜서 노동자들은 노동절에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처지였던 탓이다.
유 사무국장은 "법이 인정한 근로자가 되기가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법적으로 근로자라 인정받아야만 노동자인가"라며 "프리랜서 방송작가도 노동자다. 프리랜서도 법 테두리 안에서 노동권을 보호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유 사무국장은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장시간 야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아야 하고,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임금이 깎이거나 밀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4대 보험에 가입돼 일하는 보통 노동자처럼 보통의 것을 누리며 살 권리가 프리랜서에게도 있다"고 말했다.
'필수노동자'로 호명되면서도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돌봄 노동자도 발언에 나섰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오대희 지부장은 "우리 사회 돌봄노동을 정의하면 차별과 저임금, 고임금 노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민간기관의 이윤을 위한 구조가 아닌 국공립 기관을 대폭 확대해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함께 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16개 산별노조의 요구를 담은 '세계노동절 민주노총 선언문'이 발표됐다.
각 산별노조는 ▲안전한 건설 현장 ▲공공성 강화와 노동권 확대 ▲공무원 노동자의 노동 3권과 정치 자유 보장 ▲노동 중심 산업전환 실현 ▲여성 노동자의 임금차별 철폐 ▲의료 불평등 해소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 안정·노동기본권 보장 ▲학생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산업단지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 등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노동절 대회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통의동까지 행진했다. 경찰은 인수위 건물 인근에 펜스를 치고 막았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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