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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4일 수요일

여기가 윤석열 정부의 '판도라 상자'다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 불통, 외교·안보 약화, 주권국 체면 손상, 민생 불편

22.05.04 20:35l최종 업데이트 22.05.05 07:15l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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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자의 첫 일성은 의외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었다. 권부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하지만 윤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이 '당선 허니문'을 누려야 할 그의 지지율을 까먹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그에 머물지 않고 윤 정부 내내 각종 재앙을 내뿜을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 같다.

첫째, 소통을 앞세운 그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 고집과 강행은 오히려 윤 당선인의 불통과 권위주의 이미지를 강화해 주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하더니 당선 뒤 갑자기 광화문을 버리고 용산을 택했다. 그 결정 과정에서 아무런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다.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를 무시한 권위주의 시대의 일방통행 일처리 방식의 전형이다. 그가 대선 때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5년 짜리 대통령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했던 말을 무색하게 하는 '내로남불' 행위다.

둘째, 용산 집무실 강행은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안보 중시' 정책이 헛말임을 보여준다. 그는 국방부에 집무실을 마련하면서 안보의 간성이라고 할 국방부와 함참의 기능을 약화시켰다. 모여 있어야 효과적으로 기능할 군의 지휘부를 흩어 놓음으로써 안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국방부와 함참 건물에 남아 있는 부서도 일부 있지만, 대통령실이 들어오면서 군의 중추부가 사실상 여러 부분으로 해체되어 분산 배치됐다. 대통령 집무실 마련을 위해 안보를 무시했다는 소리가 들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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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안보 약화에 이어 외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윤 당선자가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결정하면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징발하는 '부의 연쇄'가 이뤄졌다. 이로써 그동안 격조 높고 비밀스런 외교활동을 해왔던 국가의 주요 외교 자산이 없어지게 됐다. 외교장관 공관은 숙소용보다는 외교활동의 무대가 주요 역할이라는 점에서 외교력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징발한 윤 당선자의 우악스러움보다 이에 관해 아무런 반대 의견도 내지 않는 전직 외교관들이다. 대선 기간 중 외교부의 주류를 자임하는 전직 외교관 170명이 윤석열 후보의 외교정책 구상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는데, 이들 가운데 이런 무지한 외교력 약화 행위에 반대나 비판 의견을 냈다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출근길 치외법권 지역인 미군부대 통과, 주권국 체면 구겨 

넷째, 주권국으로서 나라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윤 당선자가 취임일부터 청와대를 하루도 쓰지 않고 국방부 사무실로 출근하겠다고 하면서 한 달여 동안 서초동 개인집에서 국방부 집무실로 출근이 불가피하게 됐다.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고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출퇴근 때 교통난 해소와 경호 문제를 감안해 미군기지를 통해 출근을 하기로 했다.

미군기지는 사실상 치외법권 지역으로 한 나라의 국가 수반이 다른 나라의 주권이 작용하는 땅을 출근길로 쓰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군의 전시작전권 행사 문제로 국제사회 일부에서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런 출근 통로는 그런 인상을 더욱 강화해 주기 십상이다. 더욱이 대통령의 출근길을 확보하면서 미군에 아쉬운 소리를 한 것이 나중에 미군기지 반환 협상 등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냉엄하게 국가이익을 다루는 국제사회에서 '공짜 점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집무실로 사용할 예정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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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미군기지 반환 이후 서울의 센트럴파크로 구상됐던 꿈이 무산되거나 크게 지연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주변에 경호차와 헬기 등이 수시로 떠야 하는 상황에서 용산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활보하며 즐기는 공원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군기지 반환과 함께 질 높은 주거 환경을 기대했던 용산 지역 주민들도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아무리 시민 활동 친화적인 경호가 이뤄진다고 해도, 국가 수반이 일하는 사무실 주변이 평범한 주거 지대와 같을 순 없다.

이렇듯 윤 당선자의 용산 집무실은 외교안보 면에서도, 시민의 생활 면에서도, 당선자의 이미지 면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도 왜 굳이 용산이고, 용산이더라도 준비 없이 서둘러 옮기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당선자와 그 부인만이 그 이유를 알고 있겠지만, 아직 당사자들로부터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때문에 '무속 논란'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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