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단 속하기 위한 경쟁 과열…PT, 간식, 홍보물 제작까지
“서울시 출입 원년 멤버 많아 끼리끼리 뭉치는 문화 강해”
출입사 기자 “투표 전, 선정 기준에 대해 내부에서 진지하게 토론한 적 없어”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는 기자들의 발표 소리가 들려왔다. 발표자는 서울시를 취재하지만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속해있지 못한 ‘비출입’기자, 청중은 기자단에 속해있는 ‘출입’기자들이었다. 브리핑실에는 출입기자들이 앉아있고, 밖에 복도에는 발표를 앞두고 있는 9개 매체의 비출입 기자들이 서있거나 소파에 앉아있었다.
본인의 순서가 되면 차례로 매체별 비출입 기자들이 브리핑실에 들어갔다. 기자들은 기자들 앞에서 PT를 하기도 하고, 본인들이 직접 만들어 온 영상을 틀기도 했다. 발표 시간은 3분이다. 발표 내용은 ‘우리 매체가 서울시를 어떻게 다뤄왔고, 취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 정도이다. 선발 당일, 한 표라도 더 받아 출입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한 비출입 기자들의 ‘어필’이 그렇게 지나간다.
발표가 끝나고 출입 기자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1출입매체당 1표를 던질 수 있다. 비출입 매체 이름 옆에 익명으로 찬성 혹은 반대를 종이에 적어 내면 된다. 과반 이상의 표를 받으면 출입사로 등록된다.
개표 상황은 출입 기자들만 앉아있는 브리핑실에서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투표결과를 칠판에 쓴 후 결과를 두고 나가면 비출입사 기자들이 확인한다. 이번 출입기자단에는 36개의 투표사 중 23표를 얻은 JTBC와 더팩트가 합류했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은 같은 방식으로 1년에 두 번 출입기자들의 총회를 진행해 신규 가입사를 선발한다.
“비출입사는 공식 만찬 참석 못해, 심층적인 취재에도 제약”
‘기자단’은 해당 기관을 취재하는 출입기자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다. 법원, 검찰, 정부기관 등에는 기자실이 따로 있고, 그곳에 상주하는 기자단이 있다.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는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기자단 운영 폐쇄성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속해있는 출입사는 2022년 5월 기준 총 46개사로,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뉴스토마토,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투데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시정신문,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스, 코리아중앙데일리, KBS, MBC, SBS, YTN, MBN, 한국경제TV, OBS, 연합뉴스TV, MTN(머니투데이방송), 채널A, JTBC, BBS, CBS, CPBC(평화방송), TBS,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뉴스핌, 더팩트 등이다.
서울시 비출입사 기자들은 취재에 일정한 제약을 받는다. 우선 서울시청을 출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한적이다. 출입사 기자들은 기자실에 따로 개인 책상이 있고 출입이 자유로운 반면, 비출입사 기자들은 서울시청 입구와 기자실만 들어갈 수 있고, 평일 오전 8시반에서 오후 6시반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 출입사에는 서울시 보도자료를 먼저 제공해주며 시장 간담회 등도 출입기자단만 참석할 수 있다.
정부기관 비출입사 A매체 기자는 “구청장들 인터뷰 등도 비출입사한테는 잘 안해준다. 심층적인 취재는 제한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9년 서울시에 출입했던 B매체 기자는 “서울시는 공식적인 만찬에 기자단이 아니면 참석할 수가 없다”며 “그 현장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출입사로 등록되기 전) 그 자리에서 듣고 기사도 쓰고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출입사인 C매체 기자는 “어떤 부서에 자료를 요구하면, 간혹 출입사냐 아니냐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은 과열된 상황이다. 출입기자단 신청 공문에는 ‘매체별로 3분씩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만 적혀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PT 발표, 간식 제공, 기자실마다 인사돌리기, 홍보물 제작 등이 당연시되어있다. 서울시 취재를 맡기 전 이미 본인 매체가 출입사로 등록 되어있었던 C매체 기자는 “우리 매체가 기자단에 이미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감을 느꼈다. 연차 있는 사람들을 배치해서 잘부탁드린다고 인사다니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신경을 많이 쓰이는게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출입사인 D매체 기자는 “이번 투표 전에도 한분 한분 기자실을 돌아다니면서 인사하시고 문자도 보내고 선물도 돌렸다”며 “책상 위에 홍보물이 올려져있거나 기자실 간식테이블 위에 비출입사 매체가 돌린 간식이 올려져 있기도했다”고 말했다. B매체 기자는 “공식적인 자리에 갈 수가 없으니까 내가 따로 취재원을 만나서 저녁 자리를 만들어서 서울시 기자단에 있는 기자들을 초청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랑 친해지고 열심히 하고있다는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선정 기준 애매해…내부에서 진지하게 토론한 적도 없어”
문제는 출입사를 선정하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선정 여부가 온전히 출입기자들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비출입사 A매체 기자는 “기준을 아무도 모른다. 개표 진행 상황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성 기자들이 발표하는 곳만 승인한 경우도 있었고, 메이저 매체만 승인한 경우도 있다. 인터넷 매체에만 반대표를 던진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PT를 진행하고 투표 절차까지 밟았지만,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들어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E매체 기자는 “보통 국장 등 윗사람들이 ‘우리 회사 도전한다’고 기존 출입기자들한테 연락하면 표를 주는 식”이라고 밝혔다.
출입사 D매체 기자는 “내부에서 어떤 매체를 뽑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거나 논의되는 부분이 없었다”며 “투표날 아침 우리끼리 카톡으로 간단히 이야기한 정도였다. 실제 출입기자들끼리 어떤 언론사가 안에 들어오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불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출입 여부를 기존 출입기자들이 평가하는 방식은 폐쇄적인 운영 문제를 낳는다. 일부러 경쟁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경계하거나, 기존 기자들끼리 뭉치는 관행이 심해지는 것이다. B매체 기자는 “기자가 기자 앞에서 PT를 한다는 것 자체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과거를 떠올린 뒤 “서울시 기자단은 서울시를 출입하는 원년 멤버가 많아 다른 기자단보다 끼리끼리 뭉치는 문화가 강하다. 그 안에 끼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비출입사 E매체 기자도 “출입기자단으로 잘 안받아주려는 경향이 있다. 출입 여부를 왜 들어가있는 기자들이 평가를 하느냐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출입사 D매체 기자는 “우리들끼리는 오히려 주요 매체일수록 들어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한다. 경쟁사니까 오히려 출입사로 안받으려고 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라며 “출입처에서 언론사들이 같이 취재를 하는 건 서로 얼마만큼의 도움을 주고받아서 값어치 있는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하는데, 뚜렷한 기준이나 진중한 논의 과정보다는 오히려 자존심이나 텃세가 더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출입사 A매체 기자도 “출입기자단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정방법을 바꿔야 한다. 기존 출입 기자들이 새로 출입을 신청하는 기자들을 투표해서 뽑아준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