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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31일 화요일

출입기자단 들어가기 위해 기자들 앞에서 PT하는 기자들

 

  • 기자명 윤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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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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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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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입기자단 속하기 위한 경쟁 과열…PT, 간식, 홍보물 제작까지
    “서울시 출입 원년 멤버 많아 끼리끼리 뭉치는 문화 강해”
    출입사 기자 “투표 전, 선정 기준에 대해 내부에서 진지하게 토론한 적 없어” 

    지난 16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는 기자들의 발표 소리가 들려왔다. 발표자는 서울시를 취재하지만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속해있지 못한 ‘비출입’기자, 청중은 기자단에 속해있는 ‘출입’기자들이었다. 브리핑실에는 출입기자들이 앉아있고, 밖에 복도에는 발표를 앞두고 있는 9개 매체의 비출입 기자들이 서있거나 소파에 앉아있었다. 

    본인의 순서가 되면 차례로 매체별 비출입 기자들이 브리핑실에 들어갔다. 기자들은 기자들 앞에서 PT를 하기도 하고, 본인들이 직접 만들어 온 영상을 틀기도 했다. 발표 시간은 3분이다. 발표 내용은 ‘우리 매체가 서울시를 어떻게 다뤄왔고, 취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다’ 정도이다. 선발 당일, 한 표라도 더 받아 출입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한 비출입 기자들의 ‘어필’이 그렇게 지나간다. 

    발표가 끝나고 출입 기자들의 투표가 진행됐다. 1출입매체당 1표를 던질 수 있다. 비출입 매체 이름 옆에 익명으로 찬성 혹은 반대를 종이에 적어 내면 된다. 과반 이상의 표를 받으면 출입사로 등록된다. 

    개표 상황은 출입 기자들만 앉아있는 브리핑실에서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투표결과를 칠판에 쓴 후 결과를 두고 나가면 비출입사 기자들이 확인한다. 이번 출입기자단에는 36개의 투표사 중 23표를 얻은 JTBC와 더팩트가 합류했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은 같은 방식으로 1년에 두 번 출입기자들의 총회를 진행해 신규 가입사를 선발한다. 

    “비출입사는 공식 만찬 참석 못해, 심층적인 취재에도 제약”

    ‘기자단’은 해당 기관을 취재하는 출입기자들이 모여 만든 임의단체다. 법원, 검찰, 정부기관 등에는 기자실이 따로 있고, 그곳에 상주하는 기자단이 있다. 출입기자단 가입 여부는 기자단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기자단 운영 폐쇄성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속해있는 출입사는 2022년 5월 기준 총 46개사로,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뉴스토마토,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아시아투데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아시아경제, 아주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시정신문,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스, 코리아중앙데일리, KBS, MBC, SBS, YTN, MBN, 한국경제TV, OBS, 연합뉴스TV, MTN(머니투데이방송), 채널A, JTBC, BBS, CBS, CPBC(평화방송), TBS,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뉴스핌, 더팩트 등이다. 

    서울시 비출입사 기자들은 취재에 일정한 제약을 받는다. 우선 서울시청을 출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한적이다. 출입사 기자들은 기자실에 따로 개인 책상이 있고 출입이 자유로운 반면, 비출입사 기자들은 서울시청 입구와 기자실만 들어갈 수 있고, 평일 오전 8시반에서 오후 6시반까지만 출입할 수 있다. 출입사에는 서울시 보도자료를 먼저 제공해주며 시장 간담회 등도 출입기자단만 참석할 수 있다.

    ▲ 서울시청. 사진=gettyimages.
    ▲ 서울시청. 사진=gettyimages.

    정부기관 비출입사 A매체 기자는 “구청장들 인터뷰 등도 비출입사한테는 잘 안해준다. 심층적인 취재는 제한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9년 서울시에 출입했던 B매체 기자는 “서울시는 공식적인 만찬에 기자단이 아니면 참석할 수가 없다”며 “그 현장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출입사로 등록되기 전) 그 자리에서 듣고 기사도 쓰고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출입사인 C매체 기자는 “어떤 부서에 자료를 요구하면, 간혹 출입사냐 아니냐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출입기자단에 들어가기 위한 기자들의 경쟁은 과열된 상황이다. 출입기자단 신청 공문에는 ‘매체별로 3분씩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만 적혀있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PT 발표, 간식 제공, 기자실마다 인사돌리기, 홍보물 제작 등이 당연시되어있다. 서울시 취재를 맡기 전 이미 본인 매체가 출입사로 등록 되어있었던 C매체 기자는 “우리 매체가 기자단에 이미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안도감을 느꼈다. 연차 있는 사람들을 배치해서 잘부탁드린다고 인사다니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신경을 많이 쓰이는게 보인다”고 말했다. 

    ▲ 2022년 5월 진행된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신청한 더팩트 프린트물.
    ▲ 2022년 5월 진행된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신청한 더팩트 프린트물.

    현재 서울시 출입사인 D매체 기자는 “이번 투표 전에도 한분 한분 기자실을 돌아다니면서 인사하시고 문자도 보내고 선물도 돌렸다”며 “책상 위에 홍보물이 올려져있거나 기자실 간식테이블 위에 비출입사 매체가 돌린 간식이 올려져 있기도했다”고 말했다. B매체 기자는 “공식적인 자리에 갈 수가 없으니까 내가 따로 취재원을 만나서 저녁 자리를 만들어서 서울시 기자단에 있는 기자들을 초청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랑 친해지고 열심히 하고있다는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선정 기준 애매해…내부에서 진지하게 토론한 적도 없어” 

    문제는 출입사를 선정하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선정 여부가 온전히 출입기자들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비출입사 A매체 기자는 “기준을 아무도 모른다. 개표 진행 상황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성 기자들이 발표하는 곳만 승인한 경우도 있었고, 메이저 매체만 승인한 경우도 있다. 인터넷 매체에만 반대표를 던진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PT를 진행하고 투표 절차까지 밟았지만,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들어가지 못한 경험이 있는 E매체 기자는 “보통 국장 등 윗사람들이 ‘우리 회사 도전한다’고 기존 출입기자들한테 연락하면 표를 주는 식”이라고 밝혔다. 

    출입사 D매체 기자는 “내부에서 어떤 매체를 뽑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거나 논의되는 부분이 없었다”며 “투표날 아침 우리끼리 카톡으로 간단히 이야기한 정도였다. 실제 출입기자들끼리 어떤 언론사가 안에 들어오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가 불충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사진=gettyimages.
    ▲ 사진=gettyimages.

    기자들의 출입 여부를 기존 출입기자들이 평가하는 방식은 폐쇄적인 운영 문제를 낳는다. 일부러 경쟁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경계하거나, 기존 기자들끼리 뭉치는 관행이 심해지는 것이다. B매체 기자는 “기자가 기자 앞에서 PT를 한다는 것 자체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과거를 떠올린 뒤 “서울시 기자단은 서울시를 출입하는 원년 멤버가 많아 다른 기자단보다 끼리끼리 뭉치는 문화가 강하다. 그 안에 끼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비출입사 E매체 기자도 “출입기자단으로 잘 안받아주려는 경향이 있다. 출입 여부를 왜 들어가있는 기자들이 평가를 하느냐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출입사 D매체 기자는 “우리들끼리는 오히려 주요 매체일수록 들어오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한다. 경쟁사니까 오히려 출입사로 안받으려고 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라며 “출입처에서 언론사들이 같이 취재를 하는 건 서로 얼마만큼의 도움을 주고받아서 값어치 있는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되어야하는데, 뚜렷한 기준이나 진중한 논의 과정보다는 오히려 자존심이나 텃세가 더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출입사 A매체 기자도 “출입기자단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선정방법을 바꿔야 한다. 기존 출입 기자들이 새로 출입을 신청하는 기자들을 투표해서 뽑아준다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은 4125명 풀뿌리 일꾼을 뽑는 날…우리의 선택은?

     등록 :2022-06-01 07:00수정 :2022-06-01 08:58

     
    오늘 지방선거 4125명 일꾼 선출
    윤 대통령 취임 22일만에 전국선거
    여 “지방권력 교체” 야 “독주 견제”
    대결 넘어 풀뿌리 자치 살려내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투표안내 홍보조형물이 걸려 있다. 6월1일 선거일 기준 18살 이상의 국민은 오전6시~오후6시(코로나19 확진 유권자는 오후6시30분~오후7시30분) 지정된 본인의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기타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가져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지사와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의원, 구.시.군의회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투표안내 홍보조형물이 걸려 있다. 6월1일 선거일 기준 18살 이상의 국민은 오전6시~오후6시(코로나19 확진 유권자는 오후6시30분~오후7시30분) 지정된 본인의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기타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가져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지사와 구.시.군의 장, 시.도의회의원, 구.시.군의회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민생과 지역을 보듬을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1일 치러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72명, 기초의원 2988명, 교육감 17명,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의원 5명 등 4125명의 지역 일꾼을 선출한다. 대구 수성구을, 인천 계양구을 등 전국 7개 선거구에서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22일 만에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다. 대선 연장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풀뿌리 선거를 ‘국정안정론’과 ‘견제론’이라는 거대 담론이 휘감았다.


    여야는 저마다 필승해야할 절박한 까닭이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167석을 차지한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에서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면 압승이 절실하다. 1년여 전인 4·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부산 시장을 내주고, 지난 3월 대선에서 0.73% 포인트 차로 패해 정권을 잃은 민주당은 연패를 끊고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민심을 얻어내야한다.


     여야의 31일 마지막 호소도 이런 연장선 상에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 회의에서 “지난 대통령선거가 대한민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선거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에 혁신을 수혈하는 절호의 기회”라며 “반드시 승리해 정권교체를 완성하자”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이 정치에서 고개를 돌리면 윤석열 정권은 오만과 불통, 독선의 국정운영으로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 양당의 대결구도에 본질이 가렸지만 지방 선거는 일상과 가장 가까운 ‘풀뿌리’ 선거다.


    전국 유권자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헐거워진 동네 구석구석을 챙길 살림꾼들을 뽑는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이후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교육정책과 지방행정 등 생활 정치에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대선 연장전이란 차원보다는 삶에 밀접한 변화들을 생각해서라도 투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도 있다. 바로 10대 청소년 후보들이다. 지난 1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피선거권이 만 18살까지 넓어진 결과다. 이들은 그간 소외됐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있는 지역 소멸의 시대지만, 지방 정부간 편차가 과거보다 도드러진다는 점에서 지역 유권자의 선택은 중요하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지방소멸과 기후위기 등으로 비수도권의 정책 환경이 크게 변화한 데다 최근 대부분의 정책이 지방 주도형으로 전개되고 있어 지방선거에서의 선택이 특히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석유 금수에서 드러난 '분열된 유럽'…힘 받는 '우크라 영토 양보론'

     프·독·이 협상 추구에 동유럽 반발…미국서도 '우크라에 선 그어야' 목소리



    유럽이 가까스로 러시아산 원유 부분 금수에 합의했지만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의 분열이 가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지도자들이 빠른 휴전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상 재개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이 반발이 거세다. 바다 건너 영국과 미국은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선'을 일러주라는 의견이 나오는 등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빠른 휴전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보면 30일(현지시각)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회의를 가진 EU 정상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부분 금수하는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셸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에 "이번 합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3분의 2가 즉시 차단돼, 전쟁기계(러시아)의 막대한 수입원이 끊긴다"고 설명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이날 EU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서 해상 운송을 통한 수입은 전면 금지됐지만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지나 폴란드, 독일,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등으로 이어지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수입은 예외적으로 허용됐다. 러시아산 석유의 3분의 2는 해상운송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3분의 1은 송유관을 통한다. 폰데어라이엔은 송유관이 지나는 독일과 폴란드의 경우 자발적으로 송유관을 통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의 강한 반발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러시아에 대한 EU의 6번째 제재 조치로 원유 수입 부분 금지뿐 아니라 러시아 최대은행인 스베르방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 달 가까이 표류하다 가까스로 도출된 이번 합의안에 대한 반응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출혈에도 불구하고 제재에 동참할 것을 결의하는 등 추가 제재에 대한 강한 압박이 느껴지던 제재 계획 발표 당시와는 사뭇 달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원유 금수가 물론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 손실을 입히겠지만, 당장 러시아의 자금 조달에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매체는 에너지데이터업체 케플러(Kpler)를 인용해 5월 러시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전달에 비해 20만배럴 늘었다며, 세계 구매자들이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30달러 가량 싸게 살 수 있는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인도는 5월에 하루 70만배럴 이상이 원유를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또 이번 제재에 반대해 온 헝가리의 석유회사 MOL의 정제수익이 러시아산 원유 할인으로 치솟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구매자들이 점점 제재에 무감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 칼럼니스트 사이먼 젠킨스는 이 매체에 30일 원유 금수를 포함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제재와 이에 따른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흑해 봉쇄 등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세계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제재는 불가피하게 그 피해를 러시아 외부로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헝가리 등의 반발을 받아들여 송유관 공급을 제외한 해상 운송 석유만 금수하겠다는 이번 조치와 이를 도출해내기 위한 과정에서 겪은 진통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럽 내부의 분열을 강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초 비교적 단결된 강한 제재 목소리를 냈던 유럽 각국은 전쟁이 장기화하며 국민들의 관심이 전쟁 자체보다 전쟁의 여파로 급등하는 생활비 문제로 이동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빠른 휴전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전쟁 초반에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휴전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최근 힘을 받는 이유다. 지난주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부 장관의 발언은 이 논의를 수면으로 올리는 촉매가 됐다. 키신저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경계선은 개전 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어야 할 것"이라며 두 달 내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가 말한 '개전 전 상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장악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방의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을 비공식적으로 통제했던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 쪽엔 실질적인 영토 포기를 의미한다. 

    프·독·이 빠른 휴전 유도…동유럽국들 "푸틴을 어떻게 믿나" 반발 

    유럽연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확전 방지와 빠른 휴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달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협상을 촉구했고 이달 초 러시아에 굴욕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함께 28일 푸틴과 한 전화 회담에서 협상 재개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의 빠른 회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는 자료를 내 이날 양국 정상이 푸틴에 세계 식량 위기를 피하기 위해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수출을 허용하고 우크라이나 수출항인 오데사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련의 지배를 받은 적 있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동유럽 국가들은 이를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마르코 미켈손 에스토니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마크롱과 숄츠의 푸틴과의 전화통화를 두고 "프랑스와 독일의 지도자들이 부주의하게 러시아에 새로운 폭력행위의 길을 열어 주고 있는 것이 놀랍다. 왜 주요 유럽국에 대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푸틴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전화를 끊고 서둘러 우크라이나 여행을 예약하라"고 소셜미디어에 지적했다.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부총리 또한 소셜미디어에 "정치 현실과 괴리돼 있고 수치심을 느껴야 할 서방 지도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썼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29일 "침략자에게 영토를 점유할 기회를 주는 것은 이런 일이 다른 곳에서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지난 22일 "불행히도 최근 유럽 내부에서 우크라이나가 푸틴의 요구에 굴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오직 우크라이나만이 스스로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도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26일 푸틴에 대한 "유화정책"에 대해 경고하며 동맹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데 "후퇴"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의회(ECRF)의 동유럽연구팀인 더넓은유럽프로그램의 이사를 맡고 있는 마리 뒤물랭은 27일 ECRF에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과 러시아와의 협력 여부를 두고 유럽은 분열할 수 밖에 없지만 영토 양보 안을 두고는 "더 심각한 분열이 초래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영토 포기 주장에 반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향후 불가피하게 영토 포기에 동의한다 해도 무력으로 영토를 얻고 결국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가 영토를 지킨다는 선례를 남기는 협상에 많은 EU 회원국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국은 러시아에 대한 억제만 생각하는 데 반해 다른 일부 국가는 유럽의 안정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떤 형태의 협약으로든 러시아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 전쟁이 "전쟁의 결과와 관계 없이 유럽을 계속해서 분열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방이 형식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미국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지속 수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비교적 강경한 입장을 피력해 왔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내부에서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명확한 선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우크라이나가 말하는 '침공 전' 상황으로의 회복, 즉 루한스크와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고자 하는 희망조차 우크라이나의 능력 밖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내려면 통상 3배에 가까운 병력이 필요한데 이 같은 일은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체는 우크라이나가 자국군 사상자수를 기밀로 취급하고 있다고도 덧붙엿다. 매체는 앞서 19일 편집위원회 의견에서 바이든이 "젤렌스키와 그의 국민들에게 미국과 나토가 제공할 수 있는 무기, 자금, 정치적 지원에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정부의 결정은 얼마나 더 큰 파괴를 견뎌낼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 평가에 기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협상 국면으로 들어서면 요구되는 영토에 대한 뼈아픈 결정을 해야 하는 건 우크라이나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최대 리스크, 허위사실 유포 수사

     “가중처벌 요소 보여”...재산축소신고로 당선 무효 사례도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가가 지난 24일 경기 양주 덕정역 앞에서 강수현 양주시장 후보와 선거유세를 하며 미소짓고 있다. ⓒ제공 : 뉴시스, 김은혜 캠프 제공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의 리스크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혜 후보는 그동안 공개토론에서 KT 취업청탁과 재산축소신고 의혹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부인해 왔는데, 이 중 일부 의혹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로 인정하면서다. 당선되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선관위가 재산축소신고 의혹을 사실로 판단하고 선거 당일 투표소에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국민의힘 누리집 게시판에는 “김은혜 후보가 당선되어도 당선된 것이 아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figcaption>
    31일 이주희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는 “최근 선거 추세가 한 끗 차이로 당락이 오갈 정도로 과열되는 분위기이고, 민의가 왜곡되어 반영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선거범죄는 엄격하게 볼 수밖에 없다”라며 김은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당선 무효 처분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설사 당선되더라도 수사 받고 당선무효 걱정하느라, 일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며 페이스북에 재산축소신고로 당선이 무효 처리된 사례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선관위 이의제기 결정내용 공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치동 D빌딩 15억 축소
    계좌누락으로 1억 축소
    김은혜 재산축소신고, 선관위도 인정
    빌딩 지분 주장도 “사실 아니다”


    김은혜 후보의 재산축소신고에 관한 수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후보는 지난 5월 12일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

    김 후보가 제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공직선거후보자재산신고서’를 보면, 김은혜 후보는 배우자 소유의 빌딩과 연립주택 가액을 각각 158억6785만 원, 10억8880만 원이라고 신고했다. 이 신고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지난 23~24일 방송 토론회에서 강용석 무소속 경기지사 후보가 처음 제기했다.

    그러자, 김은혜 후보는 “그런 거 허투루 신고하고 그렇게 살지 않았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은혜 후보 캠프도 카카오톡 ‘김은혜 알림방’을 통해 “법에 따라 적법하게 재산신고를 했다”며 다시 한번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또 토론회에서 강용석 후보가 김은혜 후보 배우자의 대치동 D빌딩 지분이 “4분의 1”이라고 짚으며, 월 1억5천만 원 정도의 월세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자, 김은혜 후보는 “4분의 1이 아니라, 8분의 1이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김은혜 후보의 반박 발언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민주당은 지난 5월 25일 선관위에 김은혜 후보 재산신고와 관련해 이의제기를 한 바 있는데, 선관위는 민주당의 이의제기를 지난 30일 인용했다. 선관위는 김은혜 후보가 16억 원가량을 과소 신고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결정내용 공고에 따르면, 김은혜 후보는 배우자 소유 D빌딩 가액을 신고하면서 14억9408만 원을 과소 신고했다. 173억6194만 원으로 기재해야 하는데, 158억6785만 원이라고 빌딩 가액을 낮게 신고했던 것이다. 또 후보자 재산신고 내역 중 계좌 일부를 누락하여 1억2369만 원을 과소 신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D빌딩 지분이 “8분의 1”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배우자의 빌딩 지분은 ‘4분의 1’이었다.

    선관위가 공지하진 않았지만, 김은혜 후보는 배우자 소유의 연립주택 가액도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서 해당 연립주택을 검색해보면, 2021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은 12억2600만 원이다. 이는 김은혜 후보가 선관위에 신고한 연립주택 가액과 1억3720만 원가량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의혹을 모두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의 판단도 있었던 만큼,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검찰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양형위원회 허위사실공표 가중요소 ⓒ양형위원회
    당선됐을 때 문제없을까?

    이주희 변호사는 “선거범죄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을 보면, 허위사실공표의 경우 ‘허위사실 또는 비방내용이 후보자 평가에 관한 선거구민의 매우 중요한 판단 사항에 관계된 경우’(특별양형인자)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경고 등을 받고도 범행한 경우’(일반양형인자) 등을 가중요소로 보고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후보의 사례에서 선거범죄 양형기준 가중요소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첨예한 선거에서 공직자의 재산이 더 늘었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고, 선거의 당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이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인식을 피하고자, 재산증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어 보이고, 이는 형 가중요소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누락 신고 절대액이 16억 원에 이른다는 점, 누락 신고가 한 건이 아니라는 점 등도 가중요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방선거에서 재산을 축소해 신고한 경우, 실제 당선 이후 혐의가 확정돼 직을 상실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례를 공유했다.

    윤종서 부산 중구청장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7억 원 상당의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 등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2019년 11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0만 원,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 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을 어기고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13억 원가량 재산신고를 누락했다가 벌금 300만 원이 확정돼 피선거권이 박탈된 사례도 있다. 2016년 총선에서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가 기소된 강지용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제주지역 특보는 이 판결로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당시 재판부는 “단순한 실무상 착오였다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봤다. 김은혜 후보 측은 재산축소신고에 관해 선관위가 이의제기 결정내용을 공고하자 “단순 실무진의 착오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KT 채용 청탁 내부 보고 명단 ⓒ민중의소리
    한편, 민주당이 김은혜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검찰에 고발한 건은 김동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아들, 배우자 친척 KT 취업청탁, 김동연 후보 후원금, 재산축소신고 등 크게 4가지다. 이 중 재산축소신고 외에도 KT 채용청탁 의혹도 수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는 지난 19일 김은혜 후보가 과거 KT 공개채용 당시 취업을 청탁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검찰은 KT 내부 보고 내용을 재판 증거자료로 제출했는데, 이 자료에는 당시 유력 정치인과 고위 임원이 청탁한 지원자 9명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이 증거자료에는 김은혜 후보가 추천한 A(1982년생) 씨의 사례도 적혀 있었다. A 씨의 추천인은 ‘김은혜 전무’이고, 불합격 처리됐던 1차 면접을 합격처리 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은혜 후보는 청와대에서 일하다가 KT 임원으로 간 상황이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때였다.

    민중의소리 보도 이후, 김은혜 후보가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배우자 친척을 추천한 사실을 시인했다는 KBS 보도도 이어졌다.

    하지만 김은혜 후보는 공개 토론회에서 “부정채용에 관여한 적 없다”라며 의혹을 여러 차례 부인했다. 민주당은 이를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허위사실 공표로 보고 검찰에 지난 20일 고발했다.

    국민의힘 압승? 민주당 선방? 관전포인트 셋

     '국힘 9곳 이상·민주 4곳 이상' 광역단체장 당선 예측... '대선 연장전' 향후 정치판 결정

    22.05.31 23:26l최종 업데이트 22.06.01 07:33l

    큰사진보기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오전 경기도 분당구 이매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7일 오전 경기도 분당구 이매2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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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 9곳에서 최대 12곳" vs. "최소 4곳에서 6곳"

    6.1 지방선거 하루 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자 예측한 광역단체장 17곳 성적표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외 모두 패했던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 직후 열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기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4년 전과 달리 '선방'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광주·전남·전북·제주 등 4곳을 당선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김민석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5월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선거 시작 후 생긴 안팎의 변수들이 있어서 지금은 (광주·전남·전북·제주) 네 군데를 확실하게 이기고 그에 대해 5, 6곳을 이기면 굉장한 선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중 최소 9곳은 이길 수 있다고 예상한다. 공표금지 기간 전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에 우세한 걸로 나타난 서울·인천·충북·강원·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에선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김민석 민주당 본부장과 같은 방송에 출연해 "처음 시작할 때부터 최소 9석 이상은 확보해야 되겠다고 판단해 왔다"고 말했다. 다만, 대전·세종·충남·경기 등 중부권 등에서 "100표~200표 차의 접전"을 예상하면서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이는 말 그대로 예측치일 뿐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어느 한쪽이 맥없이 지는 선거라고 보기는 굉장히 어려운 초경합 선거로 바뀌고 있다"면서 인물 경쟁력에 따라 승패가 엇갈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승리를 자신하고 있는 강원지사 선거의 경우, "(민주당) 이광재 후보의 인물론이 이제 김진태 후보보다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월 3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지역조직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도 맞대응을 해야 한다. 역대 선거에서 예상이 뒤집어진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다소 느슨해진 당의 분위기를 다잡고 나서기도 했다.

    압승과 선방, 그 사이를 가로지를 6.1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관전포인트①] 허니문 선거
      
    큰사진보기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을 방문, 낙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2.5.31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을 방문, 낙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2.5.3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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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전' 혹은 '선방' 등 수세적인 태도를 취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6.1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지는 이른바 '허니문 선거'다.

    민주당은 불과 85일 전 대선에서 패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 인선에 비판받을 점들이 있지만 고작 23일 일한 정부라 아직은 정책실패를 논하거나 정권심판 정서가 형성되기 어렵다. '대통령이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국정안정론이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다.

    '허니문 선거'의 사례로는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 뒤 113일만에 치러진 2008년 4월 18대 총선이 있다. 당시 정권교체를 통해 여당이 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친박(친박근혜)학살'이란 공천파동으로 극도의 내부 갈등 양상을 보였지만 153석을 얻어 과반을 넘겼다. 당의 공천결과에 반발, 따로 당을 만들거나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선 의원들이 '친박연대(14석)' 및 '친박무소속연대(12석)'으로 생환한 점까지 감안하면 범여권의 압승이었고, 이후 이들은 세력을 합쳐 거대여당을 형성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이번 지방선거 사이의 기간은 더 짧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정당지지도 역시 여당이 힘을 받는 흐름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5%(4월 4주차)→41%(5월 1주 차)→42%(5월 3주 차)'로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도는 같은 기간 '34%(4월 4주 차)→30%(5월 1주 차)→30%(5월 3주 차)'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그 낙폭이 더 컸다. 5월 1주 차 조사에서 41%를 기록했던 민주당 지지도는 5월 3주 차 조사 땐 29%로 내려앉았다. 5월 1주 차 조사 당시 40%를 기록했던 국민의힘 지지도는 5월 3주 차엔 43%를 기록했다(자세한 조사결과 및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전포인트②] 이재명의 운명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3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산역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3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계산역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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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가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 이번 지방선거에서 다시 이슈의 중심에 있는 상황이 결국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주목해볼 포인트다. 

    2010년 지방선거에선 무상급식과 야권연대, 2014년 지방선거에선 세월호 참사, 2018년 지방선거에선 남북정상회담 등 대형 선거 이슈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선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에 더해 안철수 성남분당갑 국회의원 후보까지 등판하며 이슈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대선 연장전' 같은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대선 당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이른바 '집토끼' 전략을 집중 구사하는 중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반(反)이재명' 정서를 일으키는 데에 주력했다. 이재명 후보와 직접 경쟁하지 않는 다른 지역의 국민의힘 후보들도 마치 대선 연장전처럼 '대장동 사건' 비판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연고가 없는 지역에 출마한 일을 '도망'이라고 비난하고 '김포공항 이전·통합' 공약을 집중 공격했다. 

    '이재명이 돌아왔다'를 지방선거 주요 승부수로 띄운 민주당이 노린 것은 대선 때 이 후보를 찍은 지지층의 재결집이다. 정권심판론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0.73%p 차이'로 대선에 석패한 아쉬움을 지방선거에서 지지층 재결집으로 만회하자는 긴급 처방이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속지 말라"면서 지지자들의 투표를 호소했다. 선거 초반 이 후보의 넉넉한 승리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선거 막판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5월 23~24일 계양을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45.5%의 지지율을 얻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44.3%)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와는 달리 넉넉하게 승리한다면 이재명 지지층의 재결집이 이뤄걸로 봐야 하고 '아직 이재명이 통한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 이 경우 이 후보는 오는 8월 전당대회 출마 등을 통해 당권을 확보하고 헤게모니를 확실히 움켜쥘 수 있다. 이는 2012년 대선 패배 후 전당대회에 도전해 당대표가 되고 대권까지 확보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만 이겨선 곤란하다. 이재명의 등판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을만큼 민주당 전체의 성적도 '선전'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가능한 얘기다. 

    국민의힘으로선 이 후보를 또한번 낙선시키는 게 가장 큰 수확이겠지만, 이재명 후보가 '신승'하더라도 민주당의 선전을 막는다면, 이재명 후보에겐 내상을 입히는 셈이고 민주당 역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론 공방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관전포인트③] '윤심 마케팅' 결과는? 
      
    큰사진보기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오른쪽).
    ▲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오른쪽).
    ⓒ 권우성(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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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지방선거가 국정안정론으로 윤 대통령을 밀어주는 결과가 될지는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에 달렸다. 전체 선거를 이겨도 경기도에서 진다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겐 떨떠름한 승리일 뿐이다. 

    경기도는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경기도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46만2810표(5.32%p) 뒤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당내 경선 당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사면서 본선 후보로 출격한 상황이다.

    특히 김은혜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중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 정부가 한다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보여드리겠다"면서 노골적인 '윤심' 마케팅을 진행했다. 출마선언 당시에도 "이재명의 시대를 지속하느냐, 극복하느냐를 묻는 선거다. 정권교체는 완성되지 않았다"면서 경기지사 선거 승리를 '정권교체의 완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즉, 경기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정치적 의미가 강하게 투사된 곳인 셈이다. 이 때문에 경기지사 선거결과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정권 초반 낮은 국정수행 지지율을 얻고 있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고 윤핵관' 김은혜 후보의 승리 여부가 향후 국정동력을 얻는 데에 더욱 중요해졌다. 

    2022년 5월 30일 월요일

    "존버·틀딱·맘충...우리가 만든 말이 다시 우리를 만들기도 하죠"

     

    "존버·틀딱·맘충...우리가 만든 말이 다시 우리를 만들기도 하죠"

    입력
     
    2022.05.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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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쓴 금정연 작가

    25일 오후 금정연 작가가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신간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서평가로서 그간 다양한 책을 써왔지만 사회성이 강한 이번 책은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최주연 기자


    신조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말’을 뜻한다. 그 말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시대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신조어는 매우 유용한 사회학적 분석 도구이기도 하다. 금정연 작가의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는 총 24개의 신조어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본 책이다.

    가장 첫 번째로 했던 작업은 ‘어떤’ 신조어를 분석 대상으로 삼을지 정하는 일이었다. 2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금 작가는 “지나치게 좁은 곳에서만 쓰이거나 유행어처럼 쓰고 마는 단어보다는 사회적 의미층이 두터운 것들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비혼’처럼 처음 쓰인 것은 2000년 전후지만 최근 들어 사회적 맥락 속에 자리 잡은 단어나, ‘가짜뉴스’나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일반적인 조어거나 전문용어에 해당할지라도 특정 기간 폭발적으로 사용된 용어는 신조어로 분류했다.

    책은 ‘돈’ ‘문화’ ‘소통’ ‘사회 갈등’의 총 네 부분으로 나눠 신조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는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하며 인생역전을 기다리고(존버, 손절), 취업은 점차 어려워지며(취준생), 불평등을 체념하게 만들고(금수저와 흙수저), 세대 간 격차(틀딱)와 세대 내 격차(인싸와 아싸)가 두드러지며,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지고(시발비용), 차별과 혐오(맘충, 노키즈존, 휴거)가 만연한 곳이다.

    6일 '노키즈존'으로 운영되는 한 이디야 지점 문 옆 유리창에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많은 사람이 ‘가성비’가 유행하기 시작한 후로 전보다 더 꼼꼼하게 ‘가격 대 성능비’를 따지고, ‘손절’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된 후로 누군가와의 ‘손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을 거라는 점에서, “이 단어들은 우리가 만든 것이지만, 어느 정도는 우리를 만든 것이기도 하다”고 금 작가는 말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4장에서 설명하는 ‘틀딱’ ‘맘충’ ‘노키즈존’ ‘민식이법 놀이’ 등의 신조어들은 혐오 표현이 어떻게 다시 혐오를 재생산하는지 보여준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키즈존’이다.

    “노키즈존과 아이 거부는 길항작용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를 거부하는 정서가 노키즈존이란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가 다시 아이 거부의 정서를 확산시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맘충’이나 ‘노키즈존’이라는 단어가 들불처럼 번진 이후의 우리 사회는 그 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유독 부정적인 정서와 차별 표현들이 힘을 얻는 것일까? 금 작가는 “‘가시화’가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과거에도 비속어나 은어는 많이 만들어졌어요. 다만 대부분 특정 또래 집단에서만 쓰이다 사라졌죠. 그런데 우리들끼리만 낄낄대며 썼을 말들이 요즘엔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금방 확산돼요. 그러다 보니 사회 전체의 하향 평준화랄까,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기도 해요.”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의 모습.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지역에서 야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속도 제한을 시범적으로 완화한다고 밝혔다. 뉴스1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된 단어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미디어다. ‘민식이법 놀이’가 대표적인 예다. “민식이라는 아이가 스쿨존에서 죽었고,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만든 게 민식이법이에요. 그걸 두고 수많은 어른들이 실체도 없는 상상의 위협에 몰두하며 자신이 잠재적 피해자인 듯 굴었고, 언론이 조명했죠. ‘민식이법 놀이’는 언론이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았을 거예요."

    애초 생각했던 책의 제목은 ‘미래사어사전’이었다. “모든 신조어와 유행어는 언젠가 사어가 될 운명과 함께 태어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 작가의 말처럼, “유행이 지나 아무도 쓰지 않는다고 해도” “그 단어들을 탄생하게 한 사람들의 마음과, 그 단어들이 사람들의 마음에 남긴 흔적 같은 것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금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다. "개인적으로는 ‘민식이법 놀이’라는 말이 한때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사회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습니다."

    금정연 에세이 '그래서...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한소범 기자

    2022년 5월 29일 일요일

    한자를 공부한다는 것

     (시론)한자를 공부한다는 것

    입력 : 2022-05-30 06:00:00  수정 : 2022-05-30 06:00:00

    언젠가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옥편을 갖고 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한자를 잘 모르는 요즘의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한자 공부를 쉽게 공부할 수 있을까'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강의의 성격상 한자를 모르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한자를 알아야 우리나라 말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옥편이 무어냐고 묻는 학생도 있었고, 옥편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어도 집에 옥편이 없다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이렇게 한자는 일상에서 불편한 존재로 우리와 같이 호흡하고 있다.
     
    누가, 한글만 잘 알면 되지 한자까지 알아야 하냐고 반문을 할지도 모른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말을 잘 안다는 것과 한자를 안다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한국어를 구성하는 어휘의 약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과 우리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를 한자로 풀어서 설명해주면 이해를 돕는 데 수월하게 작용하지 않는가. 그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글이 가진 절대적인 우수성을 깎아내리는 행위가 아니다.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화두로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2021년 4월, 한국교총이 전국 초중고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저하 요인'을 설문 조사한 결과(중복 응답)에서, "한자교육을 소홀히 해서"(16.6%)와 "학교 교육에서 어휘 교육을 소홀히 해서"(13.9%)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내가 대기업에서 한자시험 출제위원을 몇 년간 한 적이 있다. 당시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면접과 함께 별도로 한자시험을 치러야만 했다. '국제화', '세계화'를 지향하던 사고가 꽃 피던 시절, 한자가 필요했던 것으로 회고된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의 동아시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화가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쌀, 불교, 유교, 그리고 한자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한자는 세 나라의 문화적 유대와 교류에 중요한 바탕이다. 
     
    우리가 정한 상용한자는 1800자. 일본은 2136자다. 2010년까지는 1945자였는데, 주로 글자체가 바뀐 경우가 대부분. 다시 말해서 한국인이 우리가 생활에서 쓰는 상용한자를 알면, 일본에서 쓰는 한자를 이해하는 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한자 2500자를 알면, 일상생활에 쓰이는 한자 대부분이 해결된다는 문장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쓰는 상용한자 1800자로 일본, 중국 두 나라의 언어를 습득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산이 된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몇 년 전에는 동아시아 세 나라가 모여서, 한자 808자를 공통한자로 지정한 사실도 있다.  
     
    대한민국은 새삼 통계를 내밀지 않아도 교육열이 높은 나라, 고학력 국가다.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신문에 나오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초래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한자교육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식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더욱 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한자를 쉽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좋은 사고다. 미래지향적 사고다. 우리말의 약 7할이 한자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자는 암기과목이라서 그때그때 잠깐 외우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와 같이 일상에서 호흡하는 문자다. 만 17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 갖고 있는 주민등록증에도 한글과 한자가 병기되어 있다. 자신의 이름을 한글과 영어표기는 자연스럽게 할 줄 아는데, 한자는 잘 쓰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그것도 정상적이지 않다. 
     
    우리가 한자를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말을 잘 이해하는 중요한 방식의 실천일 뿐이다. 다만, 지나치게 어려운,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지도 않은 한자를 다용하는 것도 당연히 지양해야 한다. 그런 행위가 일반 사람들에게서 한자를 멀어지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자와 우리와 편안하게 동행하는 길, 그런 일상을 꿈꾼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