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3.18 06:00 수정 : 2020.03.18 06:00
ㆍ해외 마케팅 ‘코로나19 비상’
ㆍ정부 ‘기업인 예외적 입국’ 추진에도 입국제한 국가는 계속 늘어
ㆍ나라별 허용 상세기준 달라…기업·외교당국, 맞춤형 대응 ‘진땀’
ㆍ정부 ‘기업인 예외적 입국’ 추진에도 입국제한 국가는 계속 늘어
ㆍ나라별 허용 상세기준 달라…기업·외교당국, 맞춤형 대응 ‘진땀’
지난 7일 현대엔지니어링 직원 10여명이 우즈베키스탄에 입국했다. 당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명에 육박하면서 한국인에 대한 경계가 강화되던 때로,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지정하는 장소에 2주일간 수용돼야 했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 직원들은 별도의 시설격리 처분도 피하고 현지 타이아타쉬 발전소 건설 현장으로 직행할 수 있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 벗고 나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편의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은 발전소 건설 현장 인근에 자율적으로 조성한 격리용 숙소에 머물면서 한국에 있는 본사와 e메일로 소통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더 이상 이들의 사례와 비슷한 특혜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도 지난 16일부터 외국과의 모든 항공·육상 교통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현지에 체류 중인 국내 기업 주재원들의 발이 꽁꽁 묶이게 된 것이다. 한 주재원은 “다른 나라로의 출국까지 금지돼 당분간 근무 교대를 하거나 휴가를 가는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출장길이 얼어붙고 있다. 17일 산업계에 따르면 각국에서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라별로 상황이 세세하게 달라 기업들이 대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정부가 가용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개별 국가들을 상대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
지난 9일 산업부 당국자는 현대자동차 임직원들과 함께 주한 터키대사관을 방문했다. 오는 7월 터키 이즈미트 지역의 현지 공장에서 ‘신형 i20’ 생산을 앞두고 100명이 넘는 직원을 파견해야 하는데 터키 정부가 대규모 인력 송출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현대차는 터키 측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직원들을 보낼 전세기를 띄운다는 데 합의하고 현재 출국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현대차 측에 ‘입국 전후 14일 자가격리와 건강확인서 제출 시 입국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들을 상대로 건강상태 확인서를 소지한 우리 기업인들의 ‘예외적 입국’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건강상태 확인이란 코로나19 음성 확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국발 입국자를 2주일 동안 격리시키고 있는 베트남 정부가 지난 13일 삼성디스플레이 엔지니어들에게 예외를 인정해 입국을 허용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한국인을 상대로 한 일부 국가의 과도한 격리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이에 중국 광둥성과 항저우 지방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처분을 당초 ‘지정 호텔 집중 격리’에서 ‘자가격리’로 변경했다. 청두와 시안에서는 코로나19 검사와 격리 비용을 한국인에게 부담시켜오다 이를 중국 정부가 부담하는 쪽으로 바꿨다.
산업부는 입국 제한을 당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피해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입국 제한 등으로 해외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코트라 해외무역관이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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