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3월 25일까지 위성정당 위헌여부 결정해야
우리 정치권은 눈만 뜨면 비례정당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통합당은 의석도둑질을 위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낸 지 오래지만 민주당도 13일 비례연합정당에 올라타기로 최종 결정하고 재차 민주-진보계열 정당들의 동참을 제안했다. 정의당은 지난8일 공식거부결정을 내렸으나 녹색당은 당원총투표를 진행 중이고, 합류기회를 엿보는 생소한 군소정당도 적지 않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적극적인 시민단체들도 제법 있지만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경실련 등은 반대 입장이다. 민주당의 합류결정에도 불구하고 비례연합정당의 명분과 실리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구체적 조건과 방식을 놓고 당분간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논쟁과 힘겨루기, 눈치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헌재, 늦어도 3월 25일까지 위성정당 위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실은 지금의 모든 판을 뒤흔들 수 있는 초대형 시한폭탄 하나가 잠복해있다. 위성정당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아무 때라도 내려질 수 있어서다. 현재 헌재는 미래한국당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정당등록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2개를 심리중이다. 둘 다 가처분신청이 붙어있다. 본안판결에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먼저 가처분여부를 결정해달라는 취지다.
미래한국당 정당등록의 위헌여부는 우리나라의 민주적기본질서와 4.15 국회의원총선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번처럼 최장처리기한이 정해진 중대한 헌법소원을 접수할 경우 헌법재판소는 지체 없이 공개변론과 선고기일 등 처리일정을 알려주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다. 헌재도 큰 부담을 느끼며 최대한 스피드를 내고 있겠지만 일반시민으로선 전혀 오리무중이다.
헌재가 위성정당 헌법소원의 본안판결이나 가처분결정을 4월 15일 이후에 해 위헌판단이 나오게 되면 이미 당선된 위헌정당의 비례의석이 모두 무효화된다. 이렇게 되면 역사상 초유의 엄청난 정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선거일정을 감안할 때 선고시한은 3월 25일이다. 이번 총선에 지역구후보나 비례후보를 내는 모든 정당은 3월 26일과 27일 이틀간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늦어도 3월 25일에는 위헌여부를 가려줘야 후보등록업무에 차질이 없다. 헌법과 민주적 정당질서의 권위를 확립하기 위해 헌재도 코로나방역당국이 그렇듯이 있는 힘을 다해서 하루라도 단축해야 한다. 헌재가 존재감을 발휘해야할 때다.
탈법행위, 위성정당, 비례정당 등 개념분석과 간단함의
헌재가 위성정당의 위헌여부를 판단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개념범주와 구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상언어에서 꼼수라고 불리는 것의 법적 실체는 탈법행위다. 탈법행위는 부당이득을 노린 합법가장행위를 의미한다. 개정선거법에서 ‘군소정당’ 몫으로 설정된 연동비례의석을 ‘거대정당’(민주당이나 통합당)이 부당하게 노리는 게 거대정당의 탈법목적이다. 군소정당 몫의 연동비례의석을 가로채는 탈법행위의 주체는 거대양당만 될 수 있다. 탈법행위의 목적은 금단의 연동비례의석 확보, 그 방편은 위성정당 창당이다.
둘째, 위성정당은 창당주체와 목적, 운영방식에 따라 여러 범주화가 가능하다. 여기서는 연동형선거제 아래서 연동비례의석을 노리는 거대정당의 위성정당만 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거대정당이 부당이득(연동비례의석)을 노리고 직접 창당하는 위성정당이고 다른 하나는 지지자들이 거대양당에 부당이득을 주기 위해 독자 창당하는 위성정당이다.
미래통합당의 직접창당형 위성정당이 미래한국당이라면 정봉주, 손혜원의 열린미래당은 민주당의 지지자창당형 위성정당이다. 전자는 거대정당의 위장정당 성격이 강하고 후자는 자발적 위성정당 성격이 강하다. 위장정당은 사이비정당일 뿐 정당법상의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지지자창당형 위성정당까지는 정당설립자유로 정당화가 가능해도 위장정당 성격의 직접창당형 위성정당은 정당설립자유로 옹호할 수 없다. 위장계열사를 회사설립자유로 옹호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셋째, 비례위성정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낼 수 없다. 항성정당과 경쟁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비례정당이 모두 누군가의 위성정당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선거를 포기한 국민의당(안철수신당)이 대표적 보기다. 요컨대, 독자성과 차별성이 없으면 비례위성정당이지만 독자성과 차별성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 자유한국당 플랭카드까지 재활용했던 미래한국당은 아무런 독자성과 차별성이 없는 비례위성정당이지만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과 일정한 독자성과 차별성이 있어서 비례위성정당으로 볼 수 없다.
법질서는 거대공당의 공공연한 탈법행위를 용인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법질서가 공당의 공공연한 탈법행위를 용인할 수 있는지 자문자답해야 한다. 우리 법질서는 위장전입, 위장결혼, 위장이혼, 위장창업, 위장폐업 등을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제재를 가한다. 위장00의 공통점은 부당이득을 노리고 전입, 결혼, 이혼, 창업, 폐업 등 합법행위를 가장한다는 데 있다. 겉으로는 합법행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탈세, 채무면탈 등 부당이득을 취하기 위한 법적용면탈행위, 즉, 탈법행위다.
자유한국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온갖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군소정당 고유의석에 진출하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 대기업이 위장계열사를 만들어서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진출한 것보다 더 심하다. 대기업이 위장계열사를 만들어서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진출할 때는 몰래 한다. 그런데 위성정당은 몰래 만들면 유권자들이 몰라서 표를 못 준다. 어쩔 수 없이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 시절에 내놓고 탈법행위를 했다. 그뿐이랴. 1천만도 넘는 지지자들한테도 위성정당을 찍어달라며 탈법행위 동참을 사주해왔다.
합법행위로 위장하는데다 부당이득을 노리고 진행되는 탈법행위는 모든 법질서의 영원한 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집행당국이 대형 탈법행위를 인지하고도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가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현직 대법관이 당연직위원장인 중앙선관위는 자유한국당의 탈법행위에 눈을 감았다. 정당등록을 받아주고 면죄부를 줬다. 현직대법관이 해석책임을 지는 헌법기관, 중앙선관위의 중대한 헌법판단 오류를 바로잡을 데는 이제 헌법재판소밖에 없다.
미통당은 입법에 반대했기 때문에 탈법행위를 해도 무방하다?
미래통합당은 개정선거법에 초지일관 반대했다는 이유로 자기들은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되지만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따라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민주적 입법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법에 정당이 동의를 안 한다고 정당의 준법의무가 없어지진 않는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은 자신들이 악법이라 생각하는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엉뚱하게도 직접 위성정당을 창당해서 자신이 반대했던 법의 과실(연동비례의석)을 먼저 먹겠다고 달려들었다. 밥을 굶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막상 상차림을 보고서 먼저 숟가락을 드는 격이다.
미래한국당이 위헌이면 비례연합정당도 위헌?
헌재는 작금의 상황에서 미래한국당만 위헌이라고 결정하는 게 몹시 꺼려질 수 있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이 정식 출범하면 더 그럴 것이다. 민주당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이상 비례연합정당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이라는 비판과 의혹제기는 불가피하다. 헌재가 이 문제를 곁가지로라도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법은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한다. 시민사회에서 제안된 비례연합정당은 미래한국당과 목적과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비례연합정당은 미통당의 탈법행위에 맞서는 개정선거법 지지정당들과 비례위성정당 피해정당들의 공동방위 산물이다. 굳이 정당방위라는 표현을 피한 이유가 있다. 거대정당인 민주당이 연동비례의석 도적질을 하지 않는다면 비례연합정당에는 탈법적 요소가 전혀 없다. 따라서 의석도적질을 의석도적질로 맞서는 이른바 정당방위 성격도 전혀 갖지 않는다. 따라서 비례연합정당을 꼼수(탈법행위)에 꼼수(탈법행위)로 대응하는 방안이라고 부정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은 개념적으로 잘못됐다.
비례연합정당이 거대정당 민주당의 사실상 비례위성정당 역할을 하는지를 판별하는 두 개의 확실한 기준이 있다. 하나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통해 군소정당 몫의 연동비례의석을 하나라도 가로챈다면 그만큼 위성정당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위성정당이 아니라는 거다. 다른 하나는 위의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비례연합정당에 정의당이 들어와야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되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된다는 것이다.
위의 두 요건 중 전자는 충족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그렇게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자는 정의당이 불참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이상 충족되기 어렵다. 이 경우 비례연합정당은 결과적으로 민주당 지지자의 표를 받아 민주당 비례대표뿐 아니라 친민주당 비례대표를 뽑아서 민주당에 보내는 민주당의 위성정당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헌재가 주목할 부분은 이 경우에도 정의당 등에 문을 열어놨기 때문에 탈법목적이 없다는 점이다.
탈법행위냐 법질서냐, 헌재판단만 남았다
이제 헌재 판단만 남았다. 헌재는 하루빨리 우리헌법이 과연 거대정당의 공공연한 탈법목적(“개정선거법 무력화”) 위성정당을 정당설립 자유주의와 창당요건 형식심사주의의 이름으로 보장하는지, 아니면 권리남용금지와 탈법행위금지의 이름으로 금지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새 천년하고도 20년이 지난 시점에, 그것도 촛불혁명을 거친 대한민국이 이런 초보적인 헌법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고 마냥 휘청거리는 작금의 초현실주의적 현실을 헌법재판소가 즉각 바로잡아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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