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표면 알에 침 주둥이 꽂아 체액 섭취…“개구리 알 생존율에 영향”
» 개구리 알을 꺼내 붙들고 뾰족한 주둥이를 찔러넣어 먹는 소금쟁이. 와타나베 외 (2020) ‘곤충학’ 제공.
새는 벌레를 먹고, 벌레는 식물을 먹고…무척추동물은 척추동물의 먹이라는 이런 통념을 깨는 동물이 적지 않다. 먹고 먹히는 관계는 간단치 않고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곤충인 사마귀가 잡아먹는 척추동물에는 작은 새를 비롯해 도마뱀, 개구리, 생쥐, 뱀, 거북에 이어 물고기까지 포함된다(▶관련 기사: 곤충계 최고 포식자 사마귀,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또 다른 곤충 포식자인 물장군의 메뉴에도 뱀과 거북이 들어있다(▶관련 기사: 뱀과 거북까지 사냥하는 ‘포식자 곤충’, 물장군).
사마귀나 물장군보다 덩치는 작지만, 소금쟁이도 물가의 포식자다. 주요 먹이는 곤충이지만 개구리의 알을 집중적으로 포식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와타나베 레이야 일본 쓰쿠바대 생물학자 등은 일본 곤충학회가 발행하는 저널 ‘곤충학’ 최근호에 소금쟁이의 개구리 알 포식 사실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지난해 4월 애소금쟁이 성체가 3개 지역에서 참개구리 등 개구리 3종의 알을 다량 포식하는 모습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 소금쟁이의 공격을 받은 참개구리 알 무더기. 흰 알은 내용물이 먹힌 것이고 검은 알은 피해를 보지 않은 알이다. 와타나베 외 (2020) ‘곤충학’ 제공.
후쿠이 현 나카이케미 습지의 논에 참개구리의 알 무더기가 물 표면에 드러났는데, 애소금쟁이 성체 18마리가 들러붙어 알을 먹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소금쟁이가 침처럼 생긴 주둥이를 알에 꽂고 있었다”며 “내용물을 먹힌 알은 흰색으로 변했고 그렇지 않은 알은 검은색이었는데, 물 표면에 드러난 알은 모두 희게 변색해 있었다”고 논문에 적었다.
참개구리는 한 번에 1800∼3000개의 알을 무더기로 낳는데, “수심이 얕아 물 표면에 드러나는 알이 많을 경우 소금쟁이의 포식은 개구리 알의 생존율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소금쟁이는 보통 물에 떨어져 허우적거리는 곤충 등을 주로 잡아먹는다. 물 표면의 진동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능력이 있지만, 이번 개구리 알 포식처럼 시각 자극을 이용해 움직이지 않는 먹이나 물고기 등 동물 사체를 먹기도 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뾰족한 주둥이를 개구리 알에 박아넣고 내용물을 빨아먹는 소금쟁이. 와타나베 외 (2020) ‘곤충학’ 제공.
이번에 관찰된 애소금쟁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시아에 분포한다. 와타나베는 지난해 물방개 애벌레가 연가시를 포식한다는 관찰 결과를 보고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연가시 잡아먹는 물방개 애벌레 발견). 또 두꺼비를 잡아먹는 딱정벌레 애벌레가 이스라엘에서 보고되기도 했다(▶관련 기사: 딱정벌레 애벌레, 두꺼비 잡아먹어 ‘먹이의 반란’).
인용 저널: Entomological Science, DOI: 10.1111/ens.1239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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