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나라 이슈페이퍼] '블랙 코미디'로 들춰낸 욕망과 계급 이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지난해 한국 영화 백돌을 축하하듯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어 올해 새로운 백년의 서막을 열듯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오스카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했다. 새해 들어 미국에서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 아카데미상과 쌍벽을 이루는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SAG Awards, Screen Actors Guild Awards) ‘앙상블상’, 작가조합상 시상식 ‘각본상’, 영국아카데미상 시상식 ‘오리지널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것에 이은 쾌거다. 한국 영화가 유럽, 미국 등 국제무대에서 이렇게 연속적으로 큰 영예를 누린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간 예술적 착상과 상업적 연출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독자적인 영화문법을 구축해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어떤 매력과 울림이 있기에 유럽, 북미의 관객과 평단을 감동시키며 수상의 영광을 쏟아냈을까. 이로써 국내, 프랑스, 미국, 영국, 베트남, 일본 등으로 점차 확산되는 찬사와 흥행의 연쇄효과가 ‘기생충 신드롬’을 낳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지난 1월17일 봉 감독을 ‘세계 엔터테인먼트 리더 500인’에 선정했다. 이 글에서는 <기생충>이 흥행 면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작품성에서도 인정을 받아 국제무대에서 수상 러시를 이루고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첫째, 많은 수작 출품으로 축적된 한구 영화 및 봉준호 감독에 대한 좋은 평판과 두터운 네트워크, 둘째,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욕망과 계급 이슈의 블랙 코미디적인 재현, 셋째, 국가별, 매체별로 특화한 영화 배급 및 마케팅 기법의 주효 등이 중요한 요인이다.
그간 예술적 착상과 상업적 연출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독자적인 영화문법을 구축해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어떤 매력과 울림이 있기에 유럽, 북미의 관객과 평단을 감동시키며 수상의 영광을 쏟아냈을까. 이로써 국내, 프랑스, 미국, 영국, 베트남, 일본 등으로 점차 확산되는 찬사와 흥행의 연쇄효과가 ‘기생충 신드롬’을 낳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버라이어티(Variety)>는 지난 1월17일 봉 감독을 ‘세계 엔터테인먼트 리더 500인’에 선정했다. 이 글에서는 <기생충>이 흥행 면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작품성에서도 인정을 받아 국제무대에서 수상 러시를 이루고 있는 구체적인 이유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첫째, 많은 수작 출품으로 축적된 한구 영화 및 봉준호 감독에 대한 좋은 평판과 두터운 네트워크, 둘째,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욕망과 계급 이슈의 블랙 코미디적인 재현, 셋째, 국가별, 매체별로 특화한 영화 배급 및 마케팅 기법의 주효 등이 중요한 요인이다.
많은 수작 출품으로 축적된 평판과 네트워크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오스카상’ 수상으로 대표되는 영화 <기생충>의 성과는 한국 영화가 그간 해외시장에 끈질기게 도전하고 열강의 스크린쿼터 축소 압력이란 험한 파도 등을 넘어 이제 세계무대에 우뚝 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오스카상 수상은 스크린쿼터 사수 운동을 야기한 미국 직배영화 수입확대 압력의 본산인 할리우가 선사한 상이라는 점에서 수상식을 지켜보며 국민들이 함께 흘린 눈물의 의미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영화의 자존감을 ‘제대로 지키고 인정받기’ 위한 수십 년간의 투쟁이 성공으로 열매 맺은 것이다. 한국 영화계의 긍지이자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연중 다양한 업종의 전시회가 열리는 ‘박람회 도시’ 칸은 겉으로 보기엔 자유·평등·박애의 프랑스 도시답게 모든 것을 포용할 같다. 하지만 칸은 그간 우리나라 영화에 대해 절대 단박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문화 수준의 우위를 자존감으로 여기는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서 우리 영화는 변방의 콘텐츠에 불과했기에 그들이 지켜보는 기간은 꽤 길었다.
반대로 우리 영화인들은 이런 높고 까다로운 문화장벽의 특성을 일찍 간파하고 그 벽을 허물기 위해 줄기차게 도전했다. 그 도전은 1984년 이두용 감독, 원미경 주연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칸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특별 부문상’을 받은 이래 <기생충>의 수상까지 무려 35~36년간이나 이어졌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무엇보다도 한국 영화계가 꾸준히 이루어 낸 도전과 성과에 대한 좋은 평판과 유무형의 네트워크가 축적되어 봉준호 감독의 시대에 위력을 발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누적된 평가와 봉준호 감독 개인에 대한 명성이 결합된 것이다.
칸 진출 초창기 1984년 이두용 감독이 처음 문을 두드린 이후 한국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만든 작품들이 주목할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999년 임권택 감독은 고전 소설을 모티브로 만든 <춘향뎐>을 출품해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이 영화는 1923년 무성영화로 만들어진 이후 13번째 제작된 <춘향전>이었다. 같은 해 당시 무명의 송일곤 감독은 단편 부문에 <소풍>을 출품해 국내 영화 최초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어 임권택 감독이 2002년 <취화선>으로 드디어 ‘감독상’을,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 보이>로 ‘심사위원 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배우 전도연은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칸의 여왕’의 영예를 안았다. 다시 박찬욱 감독은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이창동 감독이 <시(詩)>로 ‘각본상’을, 홍상수 감독이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각각 받았다. 이어 2011년에는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2013년에는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 부문 황금종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2016년에는 박찬욱 감독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감독은 ‘벌칸상(Vulcan)’을 받아 우리 영화 미술의 수준을 과시했다. 벌칸상은 촬영·미술·의상 감독 등 기술 스태프에게 주는 특별상이기에 대중들에게 부각되는 배우, 감독과 달리 그간 무대 뒤에서 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스태프들에 대한 위로와 헌사(獻辭)의 의미도 있다. 칸영화제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럽권 영화제에 대한 공략도 꾸준히 전개되었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에 속하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피에타>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탄탄한 주춧돌 위에서 봉준호 감독 역시 사회성 짙은 작품들을 ‘봉테일리즘’이라 불린 ‘섬세한(detailed)’ 기획과 연출로 그려내면서 유럽 시장을 꾸준히 노크하며 그곳 관객·평단의 시선을 끌고 그들과 인연을 쌓아갔다. 결국 봉 감독은 개인적으로 칸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지 다섯 번째 만에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2006년에는 감독 주간에 그의 <괴물>이 초청받았다. 2008년에는 <도쿄!>, 2009년 <마더>가 각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다. 경쟁 부분에 초청된 것은 2017년 <옥자>가 처음이었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된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세계 최초(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아닌 작품인데도 201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블랙 코미디’로 들춰낸 욕망과 계급 이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내용 면에서 현대사회 개인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작품이다. 빈부격차 심화로 공고해진 계급 문제를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블랙 코미디’ 기법으로 구성하여 세계를 강타했다. 내용, 형식, 구성, 연출 면에서 완벽함을 갖춘 작품이라기보다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 시대적 공감을 이끌어낸 주제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관객과 심사위원단의 적극적 의미 부여가 어우러져 가치가 드높아짐으로써 수상으로 이어진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테마인 욕망과 연동된 계급 문제는 다소 불편하지만 시대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했다. 흥행을 겨냥하는 보통의 상업영화들은 유쾌하지 않은 주제들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개인과 사회의 어두운 문제를 드러냄으로써 관객들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 재편과 1998년 금융위기 이후 계급갈등은 치유 불능에 이를 정도의 중증이라는 인식이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한 상태다. <기생충>은 그 불편하고 아픈 갈등을 정면으로 두드려 공론의 장에 던진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개인의 욕망은 계급과 깊은 연관을 갖는 것으로 설정된다. 개인적 욕망은 하위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계급을 벗어나려는 동력으로 기능하지만 상위 계급에게는 계급을 유지하려는 엄혹한 타자 배제의 논리로 활용된다. 이런 이유로 <기생충>의 관객들은 속뜻은 공감하지만 동시에 적잖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회모순 비판과 풍자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칸영화제의 경향성과 맞닿아 심사위원들의 전폭적인 공감을 얻어 경쟁 작품들을 제치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일례로 <기생충>에 앞서 칸영화제에서 같은 상을 수상한 영화 <어느 가족>(2018)과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2016)도 양극화나 빈부격차 문제를 다뤘다는 것은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에 수상작 특성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봉준호는 음악계의 싱어송라이터처럼 각본·각색·연출을 다 해내는 ‘1인 다역’으로 훈련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이다. 청년시절 군사 독재를 목도한 세대로서 당시 품었던 문제의식과 사회 부조리를 웃음 요소가 깃든 영화로 만들어 비판하는 긴 여정에서 마침내 뜻깊은 결실을 거둔 것이다. 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영화 <지리멸렬>(기득권층에 대한 비판과 조롱), <괴물>(사고 공화국 비판과 괴물을 양산한 미국의 양면적 측면), <마더>(모성애의 이중성), <설국열차>(현대 사회에 만연한 계급과 차별 구조)에 이어 이 작품에도 사회학도 출신다운 직관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들춰냈다. 이 작품은 원래 무대용 희곡을 시나리오로 각색해 만든 탓에 서사 구조나 인물 대비에서 연극적 효과가 크다.
문제작 <설국열차>가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인할 수 없는 모순으로 고착화된 계급 체제를 열차 객차라는 선형적 배열로 구조화해 꼬집었다면, <기생충>은 계급 구조를 보다 단순화하여 인간의 안식처이자 가장 기본적인 욕망의 상징인 ‘집’이란 공간(지상 → 반지하 → 지하)에 수직적 단면으로 대치시켜 표출했다. 착상의 기발함에 찬사와 수상 러시가 나타난 이유다.
이 ‘뜨악’한 제목의 영화에 세계가 반응한 이유는 또 있다. 비판적 견지에서 바로 이 영화가 지금 ‘진정 누가 기생충인가?’를 묻고 있는 연극적 설정의 절묘함 때문이다. 극중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동익(이선균)과 전형적인 부잣집 사모님인 연교(조여정) 부부처럼 부유층이 보기에 가난한 사람은 구조적으로 남한테 의지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하찮은 기생충’의 처지일 수 있다. 반대로 가족 구성원이 모두 백수로 빗물이 새는 반 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충숙(장혜진), 가정부인 문광(이정은)과 근세(박명훈) 부부처럼 빈자들의 입장에서 부유한 기득권층은 국가의 시스템과 자원을 독식하는 ‘더 큰 기생충’일 수 있다.
특히 고착화된 계급구조에서 하위 계급을 대물림한 자녀들이 겪는 현실은 편리공생(片利共生)이 숙명인 몸속 기생충처럼 살 수 밖에 없기에 현재 사회상을 절묘하게 투영한다. 극중 부유층의 어린 자녀들은 세사에 둔감한 채 외려 순박한 눈으로 계급 유지를 위한 학습 활동에 몰두한다. 그러나 기우(최우식)와 기정(박소담)처럼 하층민 자녀들은 그럴 처지가 못 된다. 졸업장을 위조하고, 명문대 학생으로 학벌을 속여야 아르바이트라도 하거나 백수에서 간신히 벗어날 수 있음을 ‘극히 과장된’ 표현기법을 통해 넌지시 꼬집는다.
특히 기택 부부나 문광 부부가 집주인을 경멸하지 않고 “좋은 분”이라 치켜세우며 동류 계급끼리 서로 자리싸움을 하도록 설정된 모습은 이들이 기득권층이 설계해놓은 난공불락의 ‘요새형 계급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암시한다. 하위 계급끼리 아무리 싸워봤자 계급 사다리를 오를 수 없다는 절망의 메시지이다. 이 영화는 장장 131분 39초 동안 배우들의 뛰어난 캐릭터 연기를 통해 관객이라면 이런 메시지를 느낄 수밖에 없게 전달했기에 공감을 얻었다. 그것은 단지 대한민국만의 문제가 아닌, 프랑스, 미국 등의 문제이기도 했다.
지역별, 매체별로 특화된 '호기심 마케팅'
영화 <기생충>은 제작사 바른손엔터테인먼트의 고백처럼 내용 면에서 매우 낯설고 불편한 영화라서 처음부터 마케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궁금증을 자아내는 티저(teaser) 전략과 지역별, 매체별로 특화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대중적인 어필은 물론 까다로운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눈에도 쏙 들었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첫째, 국내에서 국내 최고 감독으로 추앙받는 봉준호 감독 자신의 명성을 활용하여 영화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것, 둘째, 톱스타 송강호 등 ‘봉준호 사단’ 출연진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이슈를 만드는 것이었다. 파트너인 번역가 달시 파켓(Darcy Paquet)도 관람문화 특성상 자막읽기를 꽤 불편해 하는 외국 관객들을 고려해 어려운 표현까지 쏙쏙 들어오도록 맛깔스럽게 번역했다.
칸의 경우 봉준호 감독과 제작·배급사가 송강호 등 출연 배우들과 현지에 도착해 평단, 심사위원단을 상대로 작품을 적극 어필했다. 이어 전세계 배급업자들의 눈길을 끌어 공식 상영 직후 192개국에 판매했다. 영화는 이렇게 프랑스 영화계를 먼저 공략하는 ‘칸 마케팅’을 선행해 황금종려상을 수상(5월26일)한 직후 국내에서 개봉(5월30일)했기에 수상의 후광효과가 발휘되어 국내 흥행과 북미 등 해외의 뜨거운 관심과 수상으로 이어졌다.
봉 감독은 온라인동영상(OTT)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손잡고 영화 <옥자>(2017)를 만들어봤기에 디지털 마케팅에도 나름 조예가 깊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은 국내 영화계에서는 이미 효과가 입증되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기생충>에서도 특별한 마케팅 수단이라기보다는 필수적인 수단이었다. 이런 노력으로 국내의 경우 1948개 스크린에 상영해 1009만 명의 관객이 관람함으로써 85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칸영화제의 수상과 국내의 흥행 실적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홍보에서는 ‘매우 비밀스러운 영화’를 콘셉트로 설정해 호기심을 한층 자아내는 ‘마법(magic) 전략’을, 배급에서는 경쟁 영화들과 직접 대진을 피해 단기에 최대한 많은 스크린 수를 확보해 선보이는 ‘광역 개봉(wide release)’을 택하였다. 북미 지역 배급사인 네온(Neon)은 이런 전략을 토대로 작년 10월부터 ‘영화의 핵심 장면과 줄거리, 단서를 전혀 노출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하는 예고편과 포스터를 제작해 마케팅 하면서 뉴욕과 LA인근 3개 스크린에서 선 개봉하였다. 소셜미디어의 경우 인스타그램 등에 장면 사진의 퍼즐을 맞추도록 게임식으로 구성하거나 박소담의 ‘제시카 송’ 같은 영상물을 퍼뜨리며 화제지수를 끌어올렸다. 아시아계 30대 중반의 초기 관객층이 다양한 부류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주별(州別), 주차별(周次別)로 마케팅 포인트를 달리하는 차별화 전략도 덧붙였다. 그 결과 현재 극장 상영관 수가 1,600개를 넘어 2,000개를 향하고 있으며 매출도 이미 365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네온과 협력해 작년 11월부터 아카데미상 수상 지원 마케팅을 펼쳤다. 유명 감독과 배우, 제작사 관계자,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하거나 미국감독조합, 배우조합, 프로듀서조합을 상대로 타깃 시사회를 열고 주요 매체에 광고를 집행했다. 시사회 전후 리셉션을 열어 우호적 여론 전파에 집중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제작사들은 틈나는 대로 미국에 건너가 홍보에 주력했다. 미국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수상, 아카데미시상식 4개 부문 수상 등은 그런 노력의 성과다. ‘기생충 신드롬’은 앞으로 그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도 많은 호평, 기록, 여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듯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드높인 <기생충>의 수상 러시는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영화와 봉 감독에 대한 축적된 평판과 네트워크란 바탕 위에 국제적 이슈인 욕망과 계급 이슈의 표출, 지역과 시기에 따라 특화된 마케팅 기법이 복합적으로 주효한 결과라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우리 영화계는 ‘기생충 현상’을 지켜보면서 매우 단순명료한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그간 이루지 못해 매우 절실했던, 그래서 매우 기분 좋은 큰 상 수상이란 ‘명분’을 계기로 새로운 과제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 과제는 우리 영화가 <기생충>에 표현된 것과 다름없는 극심한 양극화와 내수 중심의 편협한 구조에서 벗어나 ‘영화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해외 수출을 크게 늘리는 ‘실리’로 그 짜임새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영화 ‘새로운 백년’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