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상판을 뒤엎는 것은 미국의 상투적 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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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미국 조야에서는 대북제재를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벌어지는 미국 내 대북제재 유지, 강화 캠페인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북미간 핵대결의 역사속에서 중요한 국면마다 언제나 반복되어왔고, 언제나 실패했던 미국의 민망스러운 추태가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이다.
역사에서 미국의 협상판 뒤집기는 1차 핵대결이 벌어진던 90년대 초, 이른 바 핵물질량 불일치 논쟁 속에서 발생했다.
1990년대초 미국이 남한에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고, 팀스피리트 한미연합훈련 중단하자, 북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은 핵사찰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미국은 북이 신고한 핵물질량과 실제로 자신들이 계산한 핵물질량 사이에 “중대한 불일치”가 발생했다면서, 미신고 시설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이는 북이 받을 수 없는 제기였다. 결국 북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NPT탈퇴를 선언했다. 미국은 유엔을 통해 대북제제안을 결의하고 1994년 6월 16일 영변에 대한 외과수술식 폭격을 결정하기에 이른다. 물론 김영삼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이 핵전쟁 위기는 카터 대통령이 방북하여 김일성 주석과의 면담을 통해 제네바 합의로 이어지면서 일단락 되었다. 한반도 핵전쟁의 일보직전까지 갔던 1994년 핵위기는 미국이 한국정부와 논의없이 대북핵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고, 한반도 핵전쟁의 먹구름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확인해 준 역사적 사례로 남아있다.
1998년, 빠르면 3일, 늦어도 3개월, 아무리 늦어도 3년안에 망한다던 북이 건재하자 미국은 다시 ‘금창리 핵시설론’이라는 것을 퍼뜨리며 대북공세에 나섰지만, 3억달라 참관료만 지불하고 빈동굴만 구경하였다. 오히려 북이 첫 인공위성을 성공리에 발사하자 미국은 북미관계 정상화로 전략을 수정하고, 2000년 조미공동코뮤니케에 합의함과 동시에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약속까지 하기에 이른다.
어렵게 만들어진 제네바 합의와 조미공동코뮤니케를 뒤엎고 2차 핵위기를 야기한 것 역시 미국이었다.
네오콘세력을 기반으로 집권에 성공한 부시정권은 북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존 볼턴과 켈리의 합작으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한다. 부시정권은 북의 강력한 반발을 마치 '북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호도하며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고 말았다. 이렇게 호기롭던 부시정권 역시 북의 ‘핵보유 선언’에 놀라 6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은 그 합의문 서명이 마르기도 전에 방코델타 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조치로 9.19공동성명을 또 다시 파기한다. 결국 북이 1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미양자회담을 열고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였다. 답이 없는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전략적 인내’라는 무대책으로 8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 낯설지 않은 '미국의 협상판 깨기' 데자뷰를 보게된다.
2017년 북이 미국 본토타격능력이 있다는 것을 집중하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결국 북미회담장으로 끌려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으로 시작된 2018년 북미간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길로 갈 수 있다는 것, 새로운 북미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하며, 8천만 민족과 전세계의 적극적 지지와 찬동을 받았다. 이번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은 이렇게 좋게 시작된 북미관계 개선의 물꼬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가지고 한 단계 전진시킬 수 있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중대한 국면에서 또 다시 협상판을 뒤집고 말았다. 새로운 북미관계로의 진전과 대북제재의 부분해제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기득권을 너무 빨리 잃게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미국이야 협상판을 깨고 자기들끼리 대북제재 캠페인 놀음 벌이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평화와변영, 통일의 길로 가야할 절박함을 가지고 있는 한반도의 주인이다. 이제 북미협상을 관전하며 박수치는 시간은 끝났다. 언제까지 북녁의 외로운 반미항전을 구경만 할 것인가. 한반도가 미국의 전쟁위협, 제재위협의 볼모가 되는 길에서 벗어나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때이다. 미국의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것이 아니라,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제압해야 하며,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 민족의 힘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뼈에 새겨야 할 때이다.
현장언론 민플러스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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