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극우정치는 민족공동체의 파괴를 부를 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나경원이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시간 남짓에 걸쳐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그가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을 향해 퍼부은 독설은 극우정치가 어떻게 민족공동체를 증오와 분열의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먼저 연설문의 요지를 보여주는 대목들을 보기로 하자.
"국민 여러분,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려가고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의 역사가, 기적처럼 몰락하고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붕괴되고 있고, 경제는 얼어붙고, 산업 경쟁력은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습니다. 힘겹게 피와 땀과 눈물로 쌓아올린 이 나라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에 의해 쓰러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습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나경원이 강조하는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 역사'는 무엇을 가리키는가? 1948년 8월부터 1960년 4월까지 계속된 이승만 정권의 독재정치,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를 일으켜 민선정부를 뒤엎은 박정희가 18년 동안 이나 계속한 군사적 통치가 그 '위대한 역사'에 포함된다는 뜻인가? 박정희의 죽음 이후 군사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탈취한 전두환과 노태우의 집권 12년도 그 평가 속에 들어 있는가? 사리사욕을 위해 국정을 농단한 이명박과 박근혜의 집권 9년은 또 어떤가?
문재인 정부가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업적을 세우지 못한 채 젊은 세대의 일자리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가 하면 '촛불혁명'의 정신에 충실하게 적폐 청산과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있음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구·극우세력을 대변하는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좌파정권'이 이 나라를 쓰러뜨리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라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문재인 정권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비해 적대적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출발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갖은 뒤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합의 내용은 남한과 북한이 전쟁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확약의 표현이었다.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이후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던 남과 북은 평화공존 체제를 굳혀 가고 있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회담은 정체 상태이지만 남과 북의 신뢰 관계는 확고하다. 그런데도 나경원은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은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도박일 뿐입니다. 이제 그 위험한 도박을 멈추십시오." 그러면서 나경원은 "자유한국당이 직접 굴절 없는 대북 메시지 전달을 위한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는 '뜬금없는' 공약을 했다.
나경원은 문재인 정권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결국 자신들만이 오직 선이요 정의며, 모든 반대세력을 악과 불의로 규정하는 이분법과 선민의식에 찌든 정권입니다. 사상독재, 이념독재, 역사독재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유, 다시 세우겠습니다." 그러면서 '먹튀정권, 욜로정권, 막장정권'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비난도 퍼부었다. 마치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거리와 서울시청 광장을 누비는 태극기부대의 '수석대변인'을 자처하는 듯한 언행이었다. 이런 정치인은 민족공동체의 화합이 아니라 파괴를 부르는 극우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cckim999@naver.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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