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포스트 하노이, 한반도는 어디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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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
하노이 회담을 통해 패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제국주의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북미정상회담은 어떻게 가능했나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북이 핵무력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기초하여 북이 ’대화를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이라는 경로를 전략적으로 결단하고, 핵과 미사일실험을 중단하는 등 선제적 동결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이 당면한 미 본토위협을 감소시키고, 전임자를 뛰어넘는 업적을 쌓아보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와 맞물리며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은 북미사이 핵전쟁을 막고 새로운 북미관계-평화적 관계로 전환할 것을 협상하는 핵보유국사이의 평화협상이다.
‘북미 평화협상’인가 ‘북한 비핵화협상’인가
북이 일관하게 '신뢰에 기반한 단계적 동시조치'를 '새로운 북미관계를 위한 협상원칙'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입장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협상을 '새로운 북미관계를 위한 평화협상'이 아닌 '최고압박을 통한 북한비핵화 협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협상동기에 대한 이해가 다르다. 미국은 북이 대미협상에 나온 이유를 대북제재 등 강력한 압박의 결과로 보고 있다. 반면 북은 미본토위협과 북의 선제적 조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목표 역시 다르다. 북은 북미적대관계를 종식하고 대화를 통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을 목표로 한다. 반면 미국은 북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 대화의 동기, 의도, 목표는 당사자들이 각자 자기생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단 협상장에 앉아 결과물을 내려면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 북은 신뢰관계회복이 핵심이며, 단계적 동시이행을 주장하는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하여 상당부분의 선제적 양보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무 하는 일 없이 북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FFVD)가 이루어질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존 볼턴은 북이 말하는 "단계적 접근"은 제재완화를 얻어내기 위한 책략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노이 회담이후의 양측의 입장도 완연히 다르다. 북은 리용호외무상의 하노이 기자회견을 통해 영변핵시설영구폐기와 대북제재완화를 우선 이행하자는 입장은 회담이 다시 열린다 해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반면 트럼프정권은 3차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북한(조선)이 FFVD에 맞는 안을 갖고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비핵화 협상“에서 ”북미간 평화협상“으로 넘어가는 결절점
많은 전문가들이 북미 양자간 견해의 격차가 너무 커서 협상에 실패했다는 분석한다. 현상적으로는 비슷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옳지 않다. 북미상호간의 정치철학과 협상의 목표, 지향의 차이를 근본적으로 구별하지 않은 기계적인 중립이나 양비론적 시각, 평론가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비핵화할 의사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의지가 없었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고 대답했다. 비핵화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북미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북이 분명히 가지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북이 근본적으로 바라본 시선은 평화였고,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이었다. 그 방법론으로 단계적 동시행동을 통한 신뢰관계회복이었다. 북의 젊은 지도자는 비록 자기손에 핵무기를 쥐고 있으나 철천지 원수 미제국주의에게 신뢰에 기초한 북미관계를 형상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정적들에게 둘러쌓인 늙은 미국의 대통령은 기술적 권모술수로 답했다.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단순히 2차 회담이 아니었다. 북미회담이 미국의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북비핵화 협상“에서 ”북미간 평화협상“으로 넘어가는 결절점이었다. 하노이 회담이 불발된 조건에서 북미간 평화협상을 앞당기는 새로운 고리가 무엇인지는 별도의 탐색이 필요하다.
그러나 2차 하노이 회담에서 명백히 확인된 것은 미국은 북미간 평화협상을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하노이 2차 회담이 불발된 것은 단순히 북미간 견해차이가 컸기 때문도 아니고 북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나 의지가 없어서도 아니고, 미국이 북미간 평화협상을 할 생각이 없거나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은 '최고압박=FFVD' 정책
하노이 회담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미국의 실체는 트럼프의 최고압박정책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론을 제안하여 하노이 북미회담을 무산시키면서 그 미래는 '1년 후에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아마도 미국은 1년 정도 대북제재를 더 지속하면 북이 견디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언론들이 북의 외환보유고가 1년 정도 지나면 바닥이 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년 후면 트럼프의 재선이 걸린 미국대선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북한비핵화의 성과를 재선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다.
트럼프가 하노이 합의에 사인하지 않은 데에는 미국내 대북강경세력과 반트럼프세력의 반발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주된 원인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트럼프와 미국내 대북강경세력의 차이는 압박과 협상을 병행할 것인가 아니면 협상을 배제할 것인가 하는 것일 뿐이다. 제재와 압박을 북비핵화의 강력한 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지금 북미담판은 북미사이 70년에 걸친 적대관계와 그 연장선에서 벌어지는 전략적 대결이다. 여기에 비해 미국내 정치적 역학관계는 부분적 변수에 불과하다.
특히 영변핵시설영구폐기와 제재완화를 맞바꾸는 것은 북의 입장에서는 부등가교환이다. 대북제재해제는 북의 핵실험장영구폐기 미사일실험중단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에 해당한다. 핵시설폐기는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서나 취하는 조치이다. 북이 이를 앞당겨 조치하겠다고 한 것은 트럼프의 정치적 부담을 줄여주고 대북강경세력의 압박을 차단함으로써 북미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의도였다. 최선희 부상이 "미국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첬다",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의 셈법에 이해할 수 없어 하신다."고 발언한 대목도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북의 이러한 '대범한 양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합의를 걷어찼을까? 물론 직접적으로는 딮스테이트라고 불리는 미국내 대북강경세력에 굴복한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트럼프 자신도 '최고의 압박'정책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상장에 앉는 트럼프나 대북강경제세력이나 본질에서는 '제국주의 미국'이라는 동종의 무리이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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