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들의 모임인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가 <블룸버그통신> 이유경 기자에게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블룸버그통신의 이유경 기자가 쓴 악명 높은 기사”라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비판한 내용이 원인입니다.
‘서울외신기자클럽’의 성명서는 과거에도 몇 차례 나왔습니다. 가장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은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위한 편지입니다.
당시 가토 전 지국장은 8개월 동안 출국금지를 당해 일본으로 출국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우편으로 발송했습니다.
두 사건에 대해 서울외신기자클럽의 태도는 어떻게 달랐는지 살펴봤습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vs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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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이 출국금지에 대해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좌) 2019년 <블룸버그통신> 이유경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한 서울외신기자클럽 성명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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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신기자클럽’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편지’와 ‘성명서’로 형태부터 차이가 많이 납니다. 편지는 부탁이고, 성명서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나타내는 표현 방식입니다.
첫 문장부터 비교해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출국금지에 대하여 우려하고 있습니다’라고 표현했지만, 성명서에는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라며 강한 어조로 시작됩니다.
편지의 두 번째 문단을 보면 ‘팔순이 넘는 어머니와 장모가 귀국할 거라 믿고 있다’라며 애절한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습니다. 또한, ‘서울외신기자클럽’이 그동안 많은 기여를 했다며 선처를 부탁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성명서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라며 언론을 핍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강하게 비난합니다. 편지의 세 번째 문단에 있는 ‘나쁜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표현과 비교하면 마치 문재인 정부의 언론 환경이 박근혜 정권보다 더 나쁘게 보입니다.
마지막을 보면 편지는 끝까지 박근혜 대통령에게 관심을 보여 달라며 부탁을 하는 어조입니다. 그러나 성명서는 ‘즉시 철회’를 요구하는 명령조입니다. 차이가 나도 너무 납니다.
박근혜 때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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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국민방송이 보도한 ‘외신이 본 박근혜 정부 1년’ 리포트 ⓒKTV국민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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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국민들은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일부 외신의 날카로운 보도를 찾아 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외신이 박근혜 정권을 비판한 것은 아닙니다.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부를 비교해보면 어느 정권이 언론을 억압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서울외신기자클럽’이 민주당 대변인 논평 하나만을 가지고 언론 통제를 운운하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경향이 보입니다.
기사의 문제는 기자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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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6일 이유경 기자가 쓴 블룸버그 기사 ⓒ블룸버그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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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신기자클럽’은 성명서에서 “기사와 관련된 의문이나 불만은 언론사에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제기되어야 하고 결코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겨냥해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I don’t think of Moon as Kim’s spokesperson, but rather a leader who realizes he needs both Kim and Trump amenable to agreement,” said Noerper. Moon’s approach “risks accusations of compromise, but in reality is geared toward effectively managing two outsized egos.”
노에르퍼는 “나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기보다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 모두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문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타협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두 명의 초대형 인물의 자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했다. (번역: 뉴스프로)
<블룸버그통신> 이유경 기자의 기사는 전형적인 ‘낚시 기사'(내용과 전혀 다른 제목으로 클릭수를 높이려는 기사)입니다. 본문에는 분명 ‘대변인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결론을 내릴만한 근거가 희박하거니와 억지스럽습니다.
이유경 기자와 <블룸버그통신>은 미디어오늘이 공식적으로 요청한 ‘김정은 수석대변인’ 기사에 관한 물음에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왜 기자가 자신의 기사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하지 않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취재한 외신 기자라면 한국의 언론 상황이나 ‘기레기’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겁니다. 이유경 기자의 기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과연 언론 탄압인지 ‘서울외신기자클럽’이 스스로 반문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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