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2월 22일에 발표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시작합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개봉합니다. 오는 4월경에는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으로 가입해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편집자말] |
▲ 4대강 사업이 끝나고 금강에는 녹조가 해마다 창궐했다. 공주보 앞에도 녹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녹조가 피어있다. | |
ⓒ 김종술 |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순간 속일 수는 있어도, 쌓이고 쌓이면 진실은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10년간 말 못 하는 금강은 온몸으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이야기해 왔다. 최근 일부 학자와 보수언론이 나서서 금강이 좋아졌다고 말하고, 자유한국당은 '멀쩡한 보'를 왜 해체하느냐고 성토하고 있지만, 강은 멀쩡하지 않았다. 거의 매일 금강에 나가 취재를 하면서 지금까지 1600여 개의 기사를 쓴 내가 목격한 금강은 달랐다.
[2007년 이전] 사람들로 북적이던 비단강
▲ 4대강 사업 전 공주보 상류 모래톱에는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찾아든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 |
ⓒ 김종술 |
금강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새벽녘 안개가 자욱한 강변에 가면 고라니들이 넓은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다가 화들짝 놀라 달아나곤 했다. 봄이 되면 아이들은 색동옷을 걸치고 모래톱으로 달려 나와 놀았다. 엄마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나물을 캤다. 긴 낚싯줄을 허공에 날리며 물고기를 잡던 시민들에게 금강은 놀이터이자 삶의 공간이었다.
1500년 백제 고도의 역사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강변 모래사장을 걸으며 물수제비를 뜨고 사진을 찍었다. 어스름한 어둠이 내리면 눈길을 걷듯 청춘남녀들이 모래밭을 걸으며 사랑의 감정을 나눴다. 모래톱에서 모닥불을 지피고 놀다가 흥이 오른 아저씨들은 웃옷을 벗고 허리춤까지 잠기는 곳에 가서 멱을 감았다.
[2008~2009년] 경제살리기 홍보전
▲ 4대강 반대 여론이 70%가 넘자 정부에서는 정화활동이라는 명목으로 공주 중·고등학생들을 금강으로 불러 홍보물을 나눠주며 4대강을 홍보했다. 당시 학생들에게 나눠줬던 홍보물. | |
ⓒ 김종술 |
내가 금강에 대한 기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발표하면서부터다. 평화롭던 금강이 술렁였다. 정부는 강변 둔치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농약을 뿌려서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다면서 '환경파괴범'으로 몰아 내쫓을 명분을 축적했다. 4대강 사업을 하면 수질이 개선되고 홍수를 예방할 수 있으며,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유혹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인사들을 향해 '밥 먹고 반대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헐뜯었다. 한편으로는 하천 정화 활동 명목으로 공주 중·고등학생을 강으로 불러들여 4대강 홍보물을 나눠줬다. 민방위 교육장과 마을회관은 4대강 홍보장으로 변했다. 자치단체장들은 관변단체를 홍보전의 첨병으로 활용했고, 언론들도 정부의 일방적 홍보를 받아 적었다.
[2010~2011년] 속도전의 희생양
▲ 4대강 사업과 함께 몰려든 중장비들이 금강의 뼈와 살을 발라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공산성 앞 모래톱에 모래를 싣고 가기 위해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있다. | |
ⓒ 김종술 |
홍보전에 이어 속도전이 벌어졌다. 금강에 첫 중장비가 몰려오고 공주대교 아래 돌보를 해체하면서 모래웅덩이에서 겨울잠을 자던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첫 사고였다. 수십, 수백 대의 중장비가 태곳적부터 고스란히 간직한 금강을 발라냈다. 강변에 살아가던 새들과 야생동물은 중장비 소음에 흩어지고 떠나갔다. 산란기 웅덩이에 찾아든 물고기는 불도저에 집단 매립됐다.
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강을 찾아와 삽질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과 곰나루 솔밭에서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단식 농성도 했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소신공양(燒身供養)한 스님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사고는 계속됐다. 물고기 떼죽음이 반복됐고, 공사 현장에서는 기름유출도 수시로 발생했다.
강은 온통 흙탕물과 죽은 물고기, 기름으로 뒤범벅됐다. 그 뒤부터 금강에서 멱을 감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012년] 물고기 떼죽음의 악몽
4대강 사업 준공과 함께 대형 사고가 터졌다. 2012년 10월 백제보 왕진교 상류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이다. 제보를 듣고 현장에 달려가서 첫 기사를 썼던 내가 10일간 헤아린 죽은 물고기만도 60만 마리가 넘었다. 매일같이 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물고기를 수거했지만 다음 날이면 죽은 물고기가 하얗게 떠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사과한 적이 없었다.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했다. 물고기 떼죽음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침묵했고, 공무원들은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무슨 대수냐'면서 비아냥거렸다. 나는 공무원들이 땅속에 묻고 풀숲에 숨긴 죽은 물고기 마대 자루를 뒤져가면서 기사를 썼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야생동물에 찢긴 사체, 썩어가는 사체. 금강은 젓갈 국물로 변해갔고 나에게는 지옥과 같은 나날들이었다. 나는 매일 악몽을 꿨고, 정신과 약을 한 주먹씩 털어 넣으면서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다. 내가 첫 기사를 썼을 때 전국에서 몰려왔던 수백 명의 직업기자들은 2~3일 만에 종적을 감췄다.
[2013년] 공산성 붕괴에 대한 기억
2010년 기자는 4대강 준설과 함께 하류에 보가 생기면 공산성이 붕괴할 수 있다는 기사를 썼다. 실제로 공산성 성곽에 이상 증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2660m 성곽 둘레 중 금강과 맞닿아 있는 450m 구간에서 배부름 현상이 발견됐다.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3~4개였는데, 70~80곳으로 늘어갔다.
공산성 안 영은사가 있는 삼각지점의 성곽이 무너졌다. 그리고 결국 공북루 좌안 공산정 앞 성곽 10m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날 제보를 받고 달려간 나를 막아선 것도 공무원과 작업 인부들이었다. 비행기를 띄워서 현장 사진을 찍어 첫 기사를 날렸다. 하지만 정부는 "가을비 80mm에 공산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면서 "성곽의 동전 크기만 한 구멍에 빗물이 유입되어 붕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전 크기만 한 구멍으로 공산성 붕괴 원인을 가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정치인들은 무너진 성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전국에서 몰려온 언론들은 이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공주를 떠났다.
[2014~2015년] 이상한 생명체, 이상한 징후들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녹조가 창궐했다. 2013년부터 눈에 띄게 녹조가 늘어났다. 2014년에는 녹조라떼·녹조 잔디구장·녹조 카펫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한 농민들은 "이런 물로 농사를 지어도 되냐"면서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쌀 보낼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때에도 '기준치 이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2014년에는 낯선 생명체가 발견됐다. 나는 처음으로 담수호 등 2~3급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를 금강에서 발견했다. 세종보부터 공주보·백제보의 갇힌 물속을 낯선 생명체가 뒤덮었다. 이때에도 언론들은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정부는 '큰빗이끼벌레가 녹조를 먹기 때문에 수질이 정화된다'고 반박했다.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부유물은 보에 걸렸고 수자원공사는 배를 띄워 이를 거르는 작업을 반복했다. 강바닥에도 펄이 쌓였다. 펄이 썩으면서 물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켰다. 기온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썩은 펄들은 수면 위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2016~2017년]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의 창궐
2~3급수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가 금강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질정화 벌레라고 홍보했던 정부는 말을 바꿔서 금강의 수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조는 계속 짙어졌고, '멀쩡한 보'에 가로막힌 강바닥에는 펄이 계속 쌓였다. 2015년에 처음으로 그 펄 속에서 붉은 깔따구 유충이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붉은 깔따구는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이다. 일부 학자와 언론들은 당시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졌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는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2016년에는 금강 펄을 한 삽 푸면 발견되는 붉은 깔따구 유충의 개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도 처음으로 발견됐다. 영남인들의 식수원인 낙동강과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에서도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 거머리 등의 4급수 지표종이 발견됐다. 4대강 사업 이후 이때까지 4대강 보는 멀쩡했지만, 강은 멀쩡하지 않았다.
[2018년] 20cm 내린 수문, 조금 열린 희망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대에 고정되어 있던 수문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 소위 '4대강 관피아'로 불리는 이들은 수문을 개방하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이유를 대기 시작했다. 금강의 공주보 20cm 개방. 낙동강에서도 '찔끔 방류' 상황이 연출됐다. 수문은 잠시 열렸다가 닫히기를 거듭했다.
수문 개방 모니터링을 위한 기간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수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환경단체들은 실망했다. 4대강 사업을 완공한 뒤 나타난 현상만으로도 모니터링은 끝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녹조는 계속됐고, 강바닥의 펄은 4대강 수문을 넘지 못하고 계속 쌓여갔다.
하지만 세종보를 상시 개방하면서부터 희망이 보였다. 처음에는 시궁창 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이 갈수록 모래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모래톱 위 자갈밭에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주먹만한 펄조개 사체가 즐비했고, 4대강 사업 이후 사라졌던 재첩이 나타났다. 공주보 수문을 개방하자 예전에 시민들이 멱 감고 뛰놀던 공산성 앞의 모래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9년 봄] '공주보 전투',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을 제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공도교 기능을 살린 채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자는 방안이었다. 해체와 부분 해체를 결정한 3개의 보는 그대로 두는 것보다 해체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과거 정권 흔적 지우기'라며 발끈했다. 공주 시내에 '공주보 철거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를 300여 장 붙였고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위시한 의원들이 공주와 세종을 돌면서 "문재인 정권의 안하무인격 엽기적인 나라 파괴 발상에 소름이 끼친다"는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공주 지역에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4대강조사위는 주민들의 주요 민원인 공주보의 다리 이용을 감안해 공도교 기능을 살린 부분 해체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역에서는 공주보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까지 나서서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지하수가 고갈됐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금강에서 농업용수를 사용하지 않았고, 지하수 관정을 열자 지하수가 쏟아져 나왔다.
누가 거짓말을 퍼트리는 것일까? 10년 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국운 융성을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4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대강도 살리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22조2천억 원의 세금을 쓰면서 경제성 분석도 하지 않았다.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제시했을 당시 경제성 분석(BC분석) 2.3이라는 수치만을 되뇌었다. 100원 투자하면 230원 벌 수 있는 장밋빛 프로젝트. 강은 죽었고 48만 개의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았다.
당시 거짓말은 "멀쩡한 보를 그대로 두는 게 수백억 원을 들여 보를 해체하는 것보다 세금을 아끼는 것이다"라는 구호로 진화했다.
[2032년?] 시간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4대강조사위는 이번에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보를 해체하는 데 1~3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에는 보 해체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2021~2022년에 보 해체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만약 이런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지난 10여 년간 파괴된 금강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시간과는 역순으로 보에 쌓인 펄이 사라지면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녹조는 시간이 갈수록 완화되고, 펄과 모래가 뒤범벅된 모래톱도 깨끗해질 것이다.
2032년쯤엔 어떤 금강이 되어 있을까? 4대강 사업 이전처럼 고라니와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런 강을 보고 싶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강은 온통 흙탕물과 죽은 물고기, 기름으로 뒤범벅됐다. 그 뒤부터 금강에서 멱을 감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2012년] 물고기 떼죽음의 악몽
▲ 2012년 금강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은 10일간 60만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죽었다. 환경부·국토부·수자원공사·자치단체에서 죽은 물고기를 수거하고 있다. | |
ⓒ 김종술 |
4대강 사업 준공과 함께 대형 사고가 터졌다. 2012년 10월 백제보 왕진교 상류에서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이다. 제보를 듣고 현장에 달려가서 첫 기사를 썼던 내가 10일간 헤아린 죽은 물고기만도 60만 마리가 넘었다. 매일같이 100여 명의 인력이 동원되어 물고기를 수거했지만 다음 날이면 죽은 물고기가 하얗게 떠올랐다.
하지만 정부는 사과한 적이 없었다. 사고를 축소하고 은폐했다. 물고기 떼죽음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강변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침묵했고, 공무원들은 '물고기 몇 마리 죽은 게 무슨 대수냐'면서 비아냥거렸다. 나는 공무원들이 땅속에 묻고 풀숲에 숨긴 죽은 물고기 마대 자루를 뒤져가면서 기사를 썼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물고기, 야생동물에 찢긴 사체, 썩어가는 사체. 금강은 젓갈 국물로 변해갔고 나에게는 지옥과 같은 나날들이었다. 나는 매일 악몽을 꿨고, 정신과 약을 한 주먹씩 털어 넣으면서 죽어가는 금강을 기록했다. 내가 첫 기사를 썼을 때 전국에서 몰려왔던 수백 명의 직업기자들은 2~3일 만에 종적을 감췄다.
[2013년] 공산성 붕괴에 대한 기억
▲ 공산성 앞 강바닥의 모래를 준설하면서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적 제12호 공산성 성곽이 뒤틀리고 높이 2.5m 길이 9m, 10톤 정도의 성곽 사석이 무너져 내렸다. | |
ⓒ 김종술 |
2010년 기자는 4대강 준설과 함께 하류에 보가 생기면 공산성이 붕괴할 수 있다는 기사를 썼다. 실제로 공산성 성곽에 이상 증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2660m 성곽 둘레 중 금강과 맞닿아 있는 450m 구간에서 배부름 현상이 발견됐다.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3~4개였는데, 70~80곳으로 늘어갔다.
공산성 안 영은사가 있는 삼각지점의 성곽이 무너졌다. 그리고 결국 공북루 좌안 공산정 앞 성곽 10m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이날 제보를 받고 달려간 나를 막아선 것도 공무원과 작업 인부들이었다. 비행기를 띄워서 현장 사진을 찍어 첫 기사를 날렸다. 하지만 정부는 "가을비 80mm에 공산성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면서 "성곽의 동전 크기만 한 구멍에 빗물이 유입되어 붕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전 크기만 한 구멍으로 공산성 붕괴 원인을 가릴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정치인들은 무너진 성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전국에서 몰려온 언론들은 이 말을 그대로 받아 적고 공주를 떠났다.
[2014~2015년] 이상한 생명체, 이상한 징후들
▲ 저수지나 댐 등에서 발견되던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가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 |
ⓒ 김종술 |
물고기 떼죽음 사건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녹조가 창궐했다. 2013년부터 눈에 띄게 녹조가 늘어났다. 2014년에는 녹조라떼·녹조 잔디구장·녹조 카펫이란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한 농민들은 "이런 물로 농사를 지어도 되냐"면서 서울에 있는 아들에게 쌀 보낼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때에도 '기준치 이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2014년에는 낯선 생명체가 발견됐다. 나는 처음으로 담수호 등 2~3급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를 금강에서 발견했다. 세종보부터 공주보·백제보의 갇힌 물속을 낯선 생명체가 뒤덮었다. 이때에도 언론들은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정부는 '큰빗이끼벌레가 녹조를 먹기 때문에 수질이 정화된다'고 반박했다.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부유물은 보에 걸렸고 수자원공사는 배를 띄워 이를 거르는 작업을 반복했다. 강바닥에도 펄이 쌓였다. 펄이 썩으면서 물속 용존산소를 고갈시켰다. 기온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썩은 펄들은 수면 위로 메탄가스를 내뿜었다.
[2016~2017년]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의 창궐
▲ 환경부 수질등급별 수생생물 수질등급 판정 기준표에 따르면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서식하는 곳은 ‘수돗물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로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 사용가능하다. 4대강 사업 이후 공주보 상류 강바닥에 서식하고 있는 붉은깔따구 유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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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급수에 산다고 알려진 '큰빗이끼벌레'가 금강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질정화 벌레라고 홍보했던 정부는 말을 바꿔서 금강의 수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녹조는 계속 짙어졌고, '멀쩡한 보'에 가로막힌 강바닥에는 펄이 계속 쌓였다. 2015년에 처음으로 그 펄 속에서 붉은 깔따구 유충이 창궐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붉은 깔따구는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이다. 일부 학자와 언론들은 당시 금강에서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졌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는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2016년에는 금강 펄을 한 삽 푸면 발견되는 붉은 깔따구 유충의 개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도 처음으로 발견됐다. 영남인들의 식수원인 낙동강과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에서도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 거머리 등의 4급수 지표종이 발견됐다. 4대강 사업 이후 이때까지 4대강 보는 멀쩡했지만, 강은 멀쩡하지 않았다.
[2018년] 20cm 내린 수문, 조금 열린 희망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세종보의 수문이 열리면서 강바닥에 펄이 씻기고 모래톱이 돌아오고 있다. | |
ⓒ 김종술 |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대에 고정되어 있던 수문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공무원들, 소위 '4대강 관피아'로 불리는 이들은 수문을 개방하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는 이유를 대기 시작했다. 금강의 공주보 20cm 개방. 낙동강에서도 '찔끔 방류' 상황이 연출됐다. 수문은 잠시 열렸다가 닫히기를 거듭했다.
수문 개방 모니터링을 위한 기간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수문이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환경단체들은 실망했다. 4대강 사업을 완공한 뒤 나타난 현상만으로도 모니터링은 끝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녹조는 계속됐고, 강바닥의 펄은 4대강 수문을 넘지 못하고 계속 쌓여갔다.
하지만 세종보를 상시 개방하면서부터 희망이 보였다. 처음에는 시궁창 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이 갈수록 모래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모래톱 위 자갈밭에 새들이 둥지를 틀었다. 주먹만한 펄조개 사체가 즐비했고, 4대강 사업 이후 사라졌던 재첩이 나타났다. 공주보 수문을 개방하자 예전에 시민들이 멱 감고 뛰놀던 공산성 앞의 모래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9년 봄] '공주보 전투', 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 농업용수 부족, 지하수 고갈, 공도교 사용을 주장하며 공주보 철거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현수막이 공주보 주변과 도심에 수백장이 걸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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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을 제시했다.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공주보는 공도교 기능을 살린 채 부분 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자는 방안이었다. 해체와 부분 해체를 결정한 3개의 보는 그대로 두는 것보다 해체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과거 정권 흔적 지우기'라며 발끈했다. 공주 시내에 '공주보 철거 결사반대'라는 플래카드를 300여 장 붙였고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위시한 의원들이 공주와 세종을 돌면서 "문재인 정권의 안하무인격 엽기적인 나라 파괴 발상에 소름이 끼친다"는 정치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공주 지역에는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4대강조사위는 주민들의 주요 민원인 공주보의 다리 이용을 감안해 공도교 기능을 살린 부분 해체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역에서는 공주보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마타도어가 난무하고 있다. 일부 농민들까지 나서서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지하수가 고갈됐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금강에서 농업용수를 사용하지 않았고, 지하수 관정을 열자 지하수가 쏟아져 나왔다.
누가 거짓말을 퍼트리는 것일까? 10년 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국운 융성을 하겠다고 공언했었다. 4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대강도 살리겠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시 22조2천억 원의 세금을 쓰면서 경제성 분석도 하지 않았다. 한반도대운하 공약을 제시했을 당시 경제성 분석(BC분석) 2.3이라는 수치만을 되뇌었다. 100원 투자하면 230원 벌 수 있는 장밋빛 프로젝트. 강은 죽었고 48만 개의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았다.
당시 거짓말은 "멀쩡한 보를 그대로 두는 게 수백억 원을 들여 보를 해체하는 것보다 세금을 아끼는 것이다"라는 구호로 진화했다.
[2032년?] 시간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 갈수기에 물이 줄어들고 홍수기에 물이 가득 차는 곳이 강이다. 4대강 사업 전 공주보 모습. | |
ⓒ 박용훈 |
4대강조사위는 이번에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보를 해체하는 데 1~3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에는 보 해체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2021~2022년에 보 해체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만약 이런 제안이 현실화된다면 지난 10여 년간 파괴된 금강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시간과는 역순으로 보에 쌓인 펄이 사라지면서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녹조는 시간이 갈수록 완화되고, 펄과 모래가 뒤범벅된 모래톱도 깨끗해질 것이다.
2032년쯤엔 어떤 금강이 되어 있을까? 4대강 사업 이전처럼 고라니와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런 강을 보고 싶다.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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