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압감 조성하는 집단적 군복과 가스총까지 잇따라 발견되는 ‘태극기 집회’
편집자주ㅣ탄핵 이후 잦아들 것이라 예상했던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60·70·80대 노년층의 집회라 불리던 ‘태극기 집회’는 그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는 주요 방송사를 앞질렀다. 철지난 색깔론을 내뱉으며 안보장사를 한다. 대다수의 대중이 이를 애써 무시하는 듯해도, 이들은 멈추지 않고 같은 주장을 펼친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오히려 극우가 더욱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증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학술지에 실릴 논문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보다 자세히 관련 현상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폭주하는 극우’라는 주제로 몇 차례에 걸쳐 다룬다.
혐오표현으로 가득 찬 광란의 집회가 주말마다 서울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라고 통칭되는 이 집회에선 “문재인 정권이 우리사회를 공산화시키고 있다”는 식의 거짓·과장된 주장이 난무한다. 이런 주최 측의 선전·선동으로 반공이데올로기 성향이 매우 강한 60·70·80대가 대거 결집하고 있는 형국이다.
‘빨갱이’, ‘좌빨’ 등의 각종 혐오발언도 쏟아져 나온다. 이는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큰 반응을 얻으면서, 더욱 과격한 발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집회 규모까지 커지면서 자신감까지 얻은 집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대열 밖에 있는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빨갱이 XX들”이라고 부르짖으며 위협한다. 이 같은 장면은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곳이면 심심찮게 목격된다.
일부 참가자들은 집단적으로 군복을 착용해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 주변 시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가스총을 집회 도중 꺼내드는 집회 참가자들까지 반복해서 확인되고 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문 대통령 끌어내려야 애국”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서울 도심 곳곳에서 ‘태극기 집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공휴일인 이번 3·1절엔 전국 각지의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로 총집결 했다. 대한애국당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3·1절에도 서울역에서 약 1만 명이 모이는 ‘제111차 태극기집회’를 개최했다.
또 박근혜대통령1000만석방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일파만파),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전국구국동지연합회 등 극우 성향을 띠고 있는 단체들도 서울 중구·종로구 일대에서 수천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다. 이날 이들은 같은 시간 대에 행진을 진행하며 남대문로 일대를 마비시키기도 했다.
‘모든 국민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갖는다’는 헌법에 따르면, 이들의 집회시위 또한 폭넓게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태극기 집회’에서 제기되는 주장과 관련해선, 어디까지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 봐야 할지 우려가 크다. 강한 국가주의·권위주의·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파시즘’적인 거짓·과장된 주장이 난무하는 데 이어, 참가자들도 격하게 반응하면서 그들만의 울타리를 형성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주말집회와 3월1일에도 우려스러운 각종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자신들과 반대되는 시민들을 ‘촛불 쿠데타 세력’ 또는 ‘처단해야 할 배신자’로 규정짓고, 평화·통일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노력에 이념의 굴레를 씌워 혐오를 조장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미 망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제기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선포하자”는 둥 내란선동적인 발언까지도 서슴지 않았다.
“아무런 죄 없는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 손석희부터 구속시켜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은 모조리 조작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주사파 정권은 곧 무너질 것이다.” (‘대구 선글라스 아재’ 오영국 씨), “문재인은 사기탄핵, 촛불마적단, 5·18카르텔로 대한민국을 전체주의 사회로 만들고 독재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월남화, 북한화, 베네수엘라화 시키려한다…민족반역자다. 끌어내려야 한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 “정동영은 더불어노동당에서 5·18을 갖고 전체주의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5·18 비난하면 징역이라고? 쓰레기 같은 소리다. 5·18은 폭동이다.” (조영환 올인코리아 대표)
“좌파가 정권을 잡고 대한민국을 공포와 억압으로 몰아가고 있다. 거짓촛불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탈·침탈하면서 나라가 망했다. 문재인 집권 후 대한민국은 거의 사라졌다…새빨간 세력을 끌어내고, 배신자들을 처단하자.”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오늘의 거대하고 자랑스러운 번영된 대한민국을 만들었거늘, 이자들이 들어서서 부관참시하고 있다. 이 못된 족속들에 대해 우리는 전쟁을 선포할 권리가 있다.”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
박정희식 ‘반공’ 부르짖는 참가자들
군복·선글라스 복장도 박정희 스타일 선호
군복·선글라스 복장도 박정희 스타일 선호
집회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나라 경제를 모두 망가뜨렸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이 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확신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 내리는 것이 애국”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들이 매번 집회에서 강조하는 인물이 있다.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이다. 집회 시작에 앞서 항상 애국가를 부르고, 커다란 화면에 이승만·박정희·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띄우고 “충성”을 외친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선 ‘부국강병의 국부’ 등으로 표현하며, 아버지의 뜻을 잇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억울하게 수감됐다고 생각한다.
매주 서울역에서 대규모 ‘태극기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대한애국당은 “박정희 대통령의 반공정신, 새마을정신, 부국강병의 정신을 이어받자”며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박 전 대통령 생가 앞에서 ‘제90차 태극기 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의 가치관을 높게 사고 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혐오는 여기서 비롯된다.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반공’을 ‘국시(國是)의 제1의’로 삼았다. 집회 참가자들의 생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 같은 국가주의와 안보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에 북한과 대화하려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우리나라를 공산주의화 시키려는 역적” 등의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젖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이유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은 복장에서도 드러난다. 집회 참가자 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 이가 굉장히 많다. 단순히 눈이 부셔서라고 하기엔, 그늘진 집회 장소에서조차 한번 낀 선글라스를 잘 벗지 않는다. 이런 참가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마치 자신을 ‘작은 박정희’라고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중요행사 때마다 등장하는 가스총
문제는 이 같은 주장에 집회 참가자들이 크게 반응하며, 혐오와 분노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공감대가 형성된 반공이데올로기는 남북 공동행사 등 중요한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직접적인 위협행위 등으로 표출된다.
집회에 참가한 대다수는 60·70·80대다. 참가자 중엔 구국동지회 소속 육군·해군·공군 퇴역군인들도 상당수 보인다. 이들은 개개인별로 ‘사관학교 ○○기 구국동지회’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참여한다. 또 일부 참가자들은 집단적으로 해병대 군복을 차려입고 참가하거나, 특전사 부대마크가 달린 차량을 끌고 나오기도 한다. 그 자체로 주변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군복을 입은 집회 참가자 중에는 호신용 또는 경호용으로 가스총을 소지한 이가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18 왜곡 발언 규탄대회가 열렸던 지난달 23일에도, ‘태극기 집회’ 행진 대열서 ‘공수부대 마크가 달린 군 모자’를 쓴 이가 가스총을 드러내 보였다가 경찰에 연행된 바 있다. 이날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행진 중 광주시민, 주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혐오·모독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관련기사:[단독] ‘문재인 탄핵 태극기 집회’ 행진대열서 가스총 소지자 경찰 연행)
이들이 모든 집회에서 가스총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북 관련 행사 등 예민한 정치적 이슈가 예정돼 있고, 이로 인해 집회 분위기가 격해지면, 가스총을 꺼내 들어 주변 시민들 또는 집회시위 관리 경찰관을 위협하는 일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이 있던 지난해 2월11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 ‘태극기 집회’에선 흥분한 집회 참가자가 가스총으로 경찰관을 조준해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2017년 3월10일, 헌재 앞에서 격분한 군복차림의 집회 참가자가 경찰관을 향해 가스총을 겨눴다가 제압당했다.
오랫동안 집회 시위를 관리한 한 경찰 관계자는 “발견이 안 되서 그렇지, 자체 경호 등의 이유로 계속 차고 나오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찰은 별도로 집회시위 시 가스총 안전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서 가스총이 발견될 경우 관할 파출소 및 경찰서에서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게 전부다.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 주최 측은 총포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구를 휴대하거나 사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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