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마지막 야생' 남극, 한 해 4만4천명 몰린다
플라스틱 쓰레기에 외래종 유입, 번식 펭귄 스트레스까지
» 관광객을 태우고 남극에 도착한 크루즈선. 남극은 많은 관광객에게 마지막 버킷 리스트에 오른 관광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웬만한 전 세계 유명 관광지를 둘러본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남극이다. 우리나라에서 남극까지 가려면 비행기 타고 3일이나 걸린다. 그렇게 멀지만 최근 남극을 생태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
남극 국제관광협회(IAATO) 자료를 보면, 2016∼2017년 관광시즌에 약 4만4000명의 관광객이 남극을 방문했다. 남극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5%씩 증가한다. 눈길을 끄는 통계는, 남극 관광객을 국적별로 볼 때 미국인이 전체의 3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중국인으로 12%를 차지했다. 최근 중국은 경제적인 여유가 생김에 따라 남극을 방문하는 관광객 또한 다른 나라보다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반 유람형 관광에서 벗어나 생태관광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생태관광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세계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인 남극을 대상으로 살펴보자.
» 남극반도의 젠투펭귄 서식지. 관광객이 찾는 시기는 많은 남극 생물이 번식기와 일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생태관광이란 ‘자연자원의 보전이 곧 지역주민의 편익이 될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서,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하여 자연 지역으로 떠나는 의미 있는 여행’으로 정의한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면 생태관광(에코투어리즘)은 우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하는 인식을 일깨워주며 그 보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포함한 관광을 의미한다.
몇 년 전 남극 과학기지에서 연구하면서 극지 관광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최근 생태관광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극은 더는 강한 심장의 모험가에게만 열린 땅이 아니다. 남극의 혹독한 자연환경과 어려운 접근성이 오히려 생태관광객들을 모으고 있다.
» 남극 관광에 나선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사선. 제이슨 오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통신과 교통의 발달이 남극과의 거리를 좁혀놓았다. 예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칠레를 오가는 연락선을 통해 편지로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시내전화처럼 통화하고 있다. 심지어 남극에서도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남극 생태관광객들은 처음엔 크루즈선을 타고 남극 대륙 주위를 도는 정도에 그쳤지만, 요즘엔 아예 경비행기를 타고 남극점까지 간다. 다른 관광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예약이 몰린다.
남극 생태관광의 비용 가격은 얼마나 될까? 비행기로 가는 상품은 가장 싼 것이 약 4000달러(460만원), 비싼 것은 2만 달러(2300만원)가 넘는다. 관광객이 몰려들자 남극의 러시아 기지에선 여행객들에게 쇄빙선을 대여해 주기도 한다.
» 크루즈에서 카약으로 갈아타고 빙산을 둘러보는 관광객. 남극 국제관광협회(IAATO) 제공.
칠레의 남단에 있는 푼타아레나스는 남극으로 가는 생태관광객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푼타아레나스 여행사에는 비행기를 이용한 1박 2일 투어비용이 3950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매년 남극의 여름인 1월엔 성수기여서 예약이 거의 다 차 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남극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극의 환경파괴를 우려한 국제기구가 남극 선박의 중유 사용을 금지하고 조난을 막을 수 있는 견고한 선체를 요구하는 규제가 2010년부터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그해 "과학계의 규제 움직임으로 2010년이 대규모 상업적 생태관광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남극을 올해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선박과 관광 방식에 대한 규제 강화도 단단한 소형 선박과 철저한 관리로 무장한 생태관광 산업의 성장을 막지 못하고 있다.
환경적으로 남극은 일 년 내내 기온이 너무 낮아 음식물 쓰레기가 잘 분해되지 않고 얼어버린다.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남극 과학기지들은 쓰레기는 물론이고 종이 등을 태운 재도 다시 남극 밖으로 가지고 나간다. 물론 우리나라 남극 과학기지도 이렇게 쓰레기를 철저하게 처리하고 있다.
» 펭귄 번식지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남극국제관광협회(IAATO)
남극 현지 생물들 또한 매일 마주치는 관광객들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짝짓기 기간과 어린 새끼를 키우는 양육 시기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서식지 변경이나 출산율 저하 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관광객들이 의도하지 않게 가지고 들어가는 외래 동·식물들은 아직 정착 사례가 거의 보고 되지 않았지만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최근 남극 국제관광협회 보고서를 보면, 남극 관광객 일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관광객 중 일부가 생태관광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회에서는 남극 생물을 채취는 말할 것도 없고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 말며, 옷이나 신발에 붙은 외래생물의 유입 가능성에 주의하고 가지고 간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의 회수를 당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관광객들이 남극 위에 상륙하면서 생물자원을 채집하는 등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환경과 현지 생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여행 방식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남극뿐 아니라 지난 66년간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지역과도 관련이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여러 가지 관광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그보다는 잘 보전된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은주/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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