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정부와 청와대 '경제 사령탑'이었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하고 후임 인사를 단행했다.
경제 기조와 정책 방향을 두고 불협화음을 내왔던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을 동시에 교체하고, 새롭게 진용을 짠 것이다.
청와대 "문재인 정부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 이어나갈 적임자"
김동연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예산‧재정 분야 전문가이자 기획통으로 정평이 난 경제관료 출신인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의 첫 국무조정실장으로서, 그동안 이낙연 국무총리와 긴밀히 호흡을 맞춰온 점이 이번 인사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홍남기 내정자에 대해 "정부 출범 이후 70여 차례 지속된 이낙연 총리의 대통령 주례보고에 배석해 누구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라며 "이 총리의 강력한 천거가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후임으로는 김수현 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승진, 임명됐다.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은 초대 사회수석으로 사회 전반의 정책을 이끌어온 경험이 발탁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윤영찬 수석은 김수현 정책실장에 대해 "현 정부 국정과제를 설계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초대 사회수석을 맡아 뛰어난 정책·기획·조정능력과 균형감 있는 정무감각을 바탕으로 산적해 있던 민생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정책 전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수 야권이 소득주도성장을 흔들며 장하성 정책실장의 사퇴를 압박하던 가운데 이뤄진 이번 인사는 씁쓸한 뒷말을 남겼다. 지난 7월 소득주도 성장의 설계자였던 홍장표 경제수석이 물러난 데 이어 장하성 정책실장까지 내몰리는 형국이 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보수 야권에서는 '경제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회전문 인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연속성'을 강조했다. 윤 수석은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대통령이 지난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열린 공정경제전략회의에서 "우리 국정목표를 하나로 종합해서 말씀드리면 포용국가"라며 "포용국가를 이루는 경제 정책 기조는 사람 중심 경제인데 사람 중심 경제의 구체적 방안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이렇게 3대 축을 설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 인사 발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뉴시스
이젠 '투톱'이 아닌 '원톱'...경제사령탑은 경제부총리
그동안 김동연·장하성 두 사람이 '경제 투톱'으로 불려왔다면, 이제는 홍남기 내정자가 '원톱'으로서 경제 전반을 이끌어 나간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다. 과거 경제 정책을 둘러싼 내부 불협화음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윤 수석은 "두 분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3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사회수석과 국무조정실장으로 지금까지 정무적 판단과 정책 조율을 성공적으로 해온 만큼 '일을 만들고 되게 하는 원팀(one team)'으로서 호흡을 맞춰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홍남기 내정자는 '사령탑', 김수현 정책실장은 '설계자'라는 역할도 분명히 밝혔다. 윤 수석은 "야전사령탑으로서 홍남기 부총리가 (경제를) 총괄하기 때문에, 김수현 정책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고, 이 실행을 위해 경제부총리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윤 수석은 '실행력'과 '정책 조율 능력'을 이번 인사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경제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지금은 경제 정책이나 포용국가 정책에 있어서 어느 때보다도 서로 합심해서 목표 달성할 수 있는 호흡이 필요하다"며 "그런 호흡을 잘 맞춰왔던 분들이 가속도 있고, 힘있게 이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청와대 인사 발표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한편 이번 인사 단행으로 공석이 된 국무조정실장에는 노형욱 현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승진, 임명됐다. 기획재정부에서 재정관리관, 사회예산심의관, 행정예산심의관을 지낸 정통 관료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역시 이 총리가 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급인 사회수석에는 김연명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겸 미래정책연구단장이 임명됐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을 지내며 사회정책을 설계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전문가로 꼽히는 김연명 사회수석을 임명한 것은 '국민 눈높이'로 국민연금 개편을 추진하라는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그런 건 아니다"라며 "정책실장이 전체적인 큰 틀에서의 포용국가를 지휘한다면 사회수석은 복지와 관련된 분야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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