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기 전 의원, 항소심 첫 공판 출석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017년 11월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불교인권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1월 양승태 대법원에서 내란 음모는 무죄를 인정 받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과 내란 선동죄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보수단체와 일부 언론들은 불교계가 '내란선동자'를 옹호했다고 비난하고 나섰고, 상을 준 불교인권위원회(공동대표 진관·지원 스님)에 '좌파단체'라는 꼬리표까지 붙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시상식 다음날인 21일 불교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범상 스님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범상 스님은 현재 충남 홍성 석불사 주지이며 불교인권위에서 20년 넘게 활동해 왔다.
"사회적 논란 우려 있었지만 수상자 선정에는 원론적 동의"
- 이석기 전 의원 시상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이석기 전 의원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이 같은 사회적 파장을 예상했나.
"불교에서는 지옥 중생도 제도하겠다고 한다. '파지옥'이라고 해서 지옥을 깨뜨리겠다는 거다. 불교는 가장 소외된 사람도 보듬어줘야 한다. 촛불로 드러난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집단지성으로 움직여, 이석기처럼 한두 사람 의견으로 내란이 일어나거나 뒤집히진 않는다. 누구의 얘기라도 들어주는 게 사회다."
앞서 불교인권위원회 심사위원회는 이 전 의원 선정 이유로 "민족의 통일이라는 시대적 대원칙을 높이 받들고, 부처님을 살해하려 했던 '데바닷타(Devadatta)'에게도 성불의 길을 열어주는 대승보살도의 실천이라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보수언론 비판 속 이석기 전 의원 불교인권상 시상식).
- 심사 과정에서 이 전 의원 선정에 이견은 없었나.
"심사위원들이 (이석기 전 의원 선정에) 원론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현재 사회에서 갈등으로 비치면 어떡하나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각 스님은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활동했던 분이다. 정각 스님도 옳은 일이라고 했다."
범상 스님은 충남 홍성이 고향인 만해 한용운 선생의 일화로 자신의 뜻을 대신 전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1931년) <삼천리> 기자가 '당신은 독립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석가모니가 이 시대에 오면 조선의 독립 운동만 하겠나, 제국주의에 핍박받는 전 세계 인류의 행복을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해 스님은 독립운동 대상인 일본이나 미국도 어리석은 중생으로 보고 뛰어난 기술로 다른 중생을 억압하지 말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라고 했다.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이다."
"이석기도 국가 공권력 피해자... 인권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 수상자 선정 발표 뒤 보수단체의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불교계 내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불교계 내에서 스님들이 원론적으로 반발하진 않는다. 스님들은 수행자다. 신앙인하고는 다르다. 수행자 입장에선 일체중생이 제도의 대상이다. 대승불교에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수많은 보살들이 있는데 누가 누구를 배제하고서는 제도하지 못한다. 다만 대상이 사회이다 보니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불교계에서 정말 부담스러워했다면 조계사에서 행사를 못했을 것이다."
다만 범상 스님은 "불교인권위원회는 조계종이나 불교종단협의회 소속도 아니고 순수하게 불교 스님들과 불자들이 만든 단체"라면서 "어느 종단에 소속되면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밝혔다.
-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서는 보수뿐 아니라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어제(20일) 시상식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어머니(김정숙씨)를 비롯해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어머니들도 왔는데, '어머니들도 아들딸들 아니었으면 태극기 들지 않았겠느냐'라고 물으니, '우리가 어릴 때 그런 교육을 받아 자녀가 민주화운동을 안 했으면 우리도 태극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제 주변에도 태극기 집회에 갔던 사람이 있는데 조선인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판하더라. 태극기를 들었다가도 양승태 나쁜 놈, 할 수도 있는 거다. 세월호 가족들도 그렇고, 인권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이석기 전 의원은 전화 통화도 무서워 할 정도로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심했다. 이처럼 공권력에 의해 사람이 망가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내 큰아버지도 6.25를 겪은 뒤 술만 마시면 사람이 무섭게 변했다. 개인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각자 이익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당사자 입장에서, 내 아들이란 입장에서 보면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다."
- 어제 시상식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양심수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이번 일이 촉진제가 되리라 보는가.
"우린 문제 제기를 했으니 이제 사회적 논의에 맡겨야 한다. 당시 이 전 의원을 구속시켰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지금 나오고 있지 않나.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당시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내란선동죄 결론 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 전 의원 석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밀양송전탑 어르신, KTX 해고자 등 국가공권력 피해자들 선정"
- 일부 언론에선 지난 2003년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상을 준 것까지 들춰내서 문제 삼고 있다.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하는데, 선과 악으로 구분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옳고 반대쪽은 그르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카다피를 일방의 사회에선 아주 나쁘다고 보겠지만 그 사회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당시 선악 이분 논리를 앞세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맞섰다는 의미에서 카다피에게 상을 준 것이다. 지금도 한반도 통일을 중국과 미국의 대립 구도가 가로 막는 등 미국 중심의 세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 불교인권상 선정 기준은 무엇이고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이 받았나.
"불교인권위원회는 1990년 창립돼 28년이 됐고 인권상은 24년째다. '인권'이란 말이 잘못 해석되면 감옥에 있는 살인자도 인권이 있느냐고 하고, 요즘 툭하면 '인권 침해 당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당시 인권운동은 국가 공권력에 피해를 본 사람들로부터 시작했다. 권력 자체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권에 있는 게 아닌데도, 거기에 저항한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었다.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을 누가 대변할 수 있겠나. KTX 해고 노동자, 최성재 언론노조위원장 등 다양한 수상자들이 있었다. 수상자를 선정할 때 그해 가장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언론에서 잘 안 다뤄 묻혀 있는 부분들에 사회의 관심을 갖게 하려고 애를 썼다.
이석기 전 의원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지금 사회적으로 통일을 많이 얘기하는데 통일을 어떻게 할지 같이 논의해 보자는 차원이었다. 통일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양쪽이 서로 이익이 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되는 것이다. '네 생각으로는 통일이 안 돼', 그러면 논의가 안 된다.
북한 인권도 열악한데 이석기에게 상을 주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북한 인권 문제는 순수 선이라는 미국이 기축통화를 잡고 있으면서 (대북경제 제재)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나. 북한 인권은 국제 질서 속에서 북한이 처한 원인을 제거하면 좋아지게 돼 있다. 판문점 선언 등 얘기는 분분한데 통일 논의에서 누구 하나가 빠지면 안 된다."
"좌우와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 일부 언론에서 불교인권위를 좌파 단체로 분류하고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의 국보법 위반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좌파다 우파다, 하는 좌우 논리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선악의 논리도 사라져야 한다. 제국주의 시대부터 전 세계에 퍼진 선악의 논리, 좌우의 논리는 이 시대에 맞지 않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얘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과거 친일, 부역의 입장에서 살아왔고, 자사 이익의 입장에서 불교인권위원회를 좌파로 보는 거지, 본인의 이익을 배제하면 좌우가 있을 수 없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해서 좌파라고 하면 안 된다.
국가보안법도 정말 권력 유지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국보법 위반이)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국보법이 권력 유지에 사용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보법 없앤다고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지 않나. 국보법을 권력 유지에 사용하지 말라는 거다. 어떤 정당이 지지하는 정책이 헌법 정신에 맞는지 따지는 것처럼, (국보법 위반 문제보다) 국보법이 헌법 정신에 맞느냐부터 얘기해야 한다."
- 이번 일로 불교인권위원회가 불교계 안팎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양심수 문제를 알리긴 했지만 희생이 너무 크지 않았나.
"어려움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희생도 아니다. 수행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다. 수행자마저 소외된 사람들을 포기하면 누가 보듬겠나. 불교에 희생이란 말은 없다. 내가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남이 곧 나니까 전체를 위해 하는 거지. 논란이 있는 것도 사회가 성장해 가는 작은 일이 아닌가 생각하니 큰 부담감은 없다."
- 이번 일을 계기로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세상은 다 상대적 존재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처럼 세상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나를 통해 상대가 드러나고, 상대를 통해 내가 드러나는 사회 구조다. 누구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하면 안 되고 모든 걸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진정한 통일 논의는 우리 중심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 가까워지지 않겠나.
선악 프레임은 끝났다. 미국이 전쟁으로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면서 북측을 악의 축으로 몰았는데 핵이 튀어나왔고 지금은 서로 대화하고 있지 않나. 지난 300여 년 선악 논리 때문에 세계 문화가 획일화되고 다양성이 사라졌다.
예전엔 다양한 옷을 입고 살아왔는데 선악 논리가 세계를 휩쓸며 사람들이 한 색깔 옷을 만들고 하나의 생각으로 가다 보니 자본만 돈을 벌기 좋다. 과학 문명이 발달해서 선악 논리로 가면 다 죽는다. 이제 하나의 논리, 연기(緣起 인연에 따라 생겨남)적 존재라는 논리로 가야 한다. 종교가 종교적 울타리 밖으로 나와 수많은 악행으로 변하는 것도 선악 논리 때문이다. 불교인권위가 지난 20여 년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가르침에 그런 (선악)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불교에서는 지옥 중생도 제도하겠다고 한다. '파지옥'이라고 해서 지옥을 깨뜨리겠다는 거다. 불교는 가장 소외된 사람도 보듬어줘야 한다. 촛불로 드러난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집단지성으로 움직여, 이석기처럼 한두 사람 의견으로 내란이 일어나거나 뒤집히진 않는다. 누구의 얘기라도 들어주는 게 사회다."
앞서 불교인권위원회 심사위원회는 이 전 의원 선정 이유로 "민족의 통일이라는 시대적 대원칙을 높이 받들고, 부처님을 살해하려 했던 '데바닷타(Devadatta)'에게도 성불의 길을 열어주는 대승보살도의 실천이라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보수언론 비판 속 이석기 전 의원 불교인권상 시상식).
- 심사 과정에서 이 전 의원 선정에 이견은 없었나.
"심사위원들이 (이석기 전 의원 선정에) 원론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현재 사회에서 갈등으로 비치면 어떡하나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정각 스님은 부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활동했던 분이다. 정각 스님도 옳은 일이라고 했다."
범상 스님은 충남 홍성이 고향인 만해 한용운 선생의 일화로 자신의 뜻을 대신 전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1931년) <삼천리> 기자가 '당신은 독립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석가모니가 이 시대에 오면 조선의 독립 운동만 하겠나, 제국주의에 핍박받는 전 세계 인류의 행복을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해 스님은 독립운동 대상인 일본이나 미국도 어리석은 중생으로 보고 뛰어난 기술로 다른 중생을 억압하지 말고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라고 했다.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이다."
▲ 불교인권상 시상 20일 오후 서울 조계사 관음전에서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이 구속 중인 이석기 전의원의 누나인 이경진 씨에게 불교인권상을 시상하고 있다, | |
ⓒ 김철관 |
"이석기도 국가 공권력 피해자... 인권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 수상자 선정 발표 뒤 보수단체의 항의 시위가 잇따르고, 불교계 내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불교계 내에서 스님들이 원론적으로 반발하진 않는다. 스님들은 수행자다. 신앙인하고는 다르다. 수행자 입장에선 일체중생이 제도의 대상이다. 대승불교에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수많은 보살들이 있는데 누가 누구를 배제하고서는 제도하지 못한다. 다만 대상이 사회이다 보니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불교계에서 정말 부담스러워했다면 조계사에서 행사를 못했을 것이다."
다만 범상 스님은 "불교인권위원회는 조계종이나 불교종단협의회 소속도 아니고 순수하게 불교 스님들과 불자들이 만든 단체"라면서 "어느 종단에 소속되면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밝혔다.
-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해서는 보수뿐 아니라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어제(20일) 시상식에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어머니(김정숙씨)를 비롯해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어머니들도 왔는데, '어머니들도 아들딸들 아니었으면 태극기 들지 않았겠느냐'라고 물으니, '우리가 어릴 때 그런 교육을 받아 자녀가 민주화운동을 안 했으면 우리도 태극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제 주변에도 태극기 집회에 갔던 사람이 있는데 조선인 강제징용 판결 문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판하더라. 태극기를 들었다가도 양승태 나쁜 놈, 할 수도 있는 거다. 세월호 가족들도 그렇고, 인권 문제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이석기 전 의원은 전화 통화도 무서워 할 정도로 개인적인 트라우마가 심했다. 이처럼 공권력에 의해 사람이 망가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내 큰아버지도 6.25를 겪은 뒤 술만 마시면 사람이 무섭게 변했다. 개인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당사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 각자 이익을 취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당사자 입장에서, 내 아들이란 입장에서 보면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다."
- 어제 시상식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양심수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이번 일이 촉진제가 되리라 보는가.
"우린 문제 제기를 했으니 이제 사회적 논의에 맡겨야 한다. 당시 이 전 의원을 구속시켰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가 지금 나오고 있지 않나. 사회적으로 공론화돼 당시 판결에 문제가 있다면, 내란선동죄 결론 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이 전 의원 석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밀양송전탑 어르신, KTX 해고자 등 국가공권력 피해자들 선정"
- 일부 언론에선 지난 2003년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상을 준 것까지 들춰내서 문제 삼고 있다.
"사회 전체가 변해야 하는데, 선과 악으로 구분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옳고 반대쪽은 그르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카다피를 일방의 사회에선 아주 나쁘다고 보겠지만 그 사회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당시 선악 이분 논리를 앞세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맞섰다는 의미에서 카다피에게 상을 준 것이다. 지금도 한반도 통일을 중국과 미국의 대립 구도가 가로 막는 등 미국 중심의 세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 불교인권상 선정 기준은 무엇이고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이 받았나.
"불교인권위원회는 1990년 창립돼 28년이 됐고 인권상은 24년째다. '인권'이란 말이 잘못 해석되면 감옥에 있는 살인자도 인권이 있느냐고 하고, 요즘 툭하면 '인권 침해 당했다'고 얘기하는데, 그 당시 인권운동은 국가 공권력에 피해를 본 사람들로부터 시작했다. 권력 자체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정권에 있는 게 아닌데도, 거기에 저항한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었다.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을 누가 대변할 수 있겠나. KTX 해고 노동자, 최성재 언론노조위원장 등 다양한 수상자들이 있었다. 수상자를 선정할 때 그해 가장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언론에서 잘 안 다뤄 묻혀 있는 부분들에 사회의 관심을 갖게 하려고 애를 썼다.
이석기 전 의원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도 지금 사회적으로 통일을 많이 얘기하는데 통일을 어떻게 할지 같이 논의해 보자는 차원이었다. 통일은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양쪽이 서로 이익이 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되는 것이다. '네 생각으로는 통일이 안 돼', 그러면 논의가 안 된다.
북한 인권도 열악한데 이석기에게 상을 주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북한 인권 문제는 순수 선이라는 미국이 기축통화를 잡고 있으면서 (대북경제 제재)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겠나. 북한 인권은 국제 질서 속에서 북한이 처한 원인을 제거하면 좋아지게 돼 있다. 판문점 선언 등 얘기는 분분한데 통일 논의에서 누구 하나가 빠지면 안 된다."
"좌우와 선악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 불교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범상 스님. | |
ⓒ 범상 스님 제공 |
- 일부 언론에서 불교인권위를 좌파 단체로 분류하고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의 국보법 위반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좌파다 우파다, 하는 좌우 논리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선악의 논리도 사라져야 한다. 제국주의 시대부터 전 세계에 퍼진 선악의 논리, 좌우의 논리는 이 시대에 맞지 않다. 당사자의 입장에서 얘기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과거 친일, 부역의 입장에서 살아왔고, 자사 이익의 입장에서 불교인권위원회를 좌파로 보는 거지, 본인의 이익을 배제하면 좌우가 있을 수 없다.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해서 좌파라고 하면 안 된다.
국가보안법도 정말 권력 유지에 사용하지 않았다면 (국보법 위반이) 비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국보법이 권력 유지에 사용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보법 없앤다고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지 않나. 국보법을 권력 유지에 사용하지 말라는 거다. 어떤 정당이 지지하는 정책이 헌법 정신에 맞는지 따지는 것처럼, (국보법 위반 문제보다) 국보법이 헌법 정신에 맞느냐부터 얘기해야 한다."
- 이번 일로 불교인권위원회가 불교계 안팎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양심수 문제를 알리긴 했지만 희생이 너무 크지 않았나.
"어려움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희생도 아니다. 수행자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다. 수행자마저 소외된 사람들을 포기하면 누가 보듬겠나. 불교에 희생이란 말은 없다. 내가 남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남이 곧 나니까 전체를 위해 하는 거지. 논란이 있는 것도 사회가 성장해 가는 작은 일이 아닌가 생각하니 큰 부담감은 없다."
- 이번 일을 계기로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가.
"세상은 다 상대적 존재다. 같은 물이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처럼 세상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나를 통해 상대가 드러나고, 상대를 통해 내가 드러나는 사회 구조다. 누구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하면 안 되고 모든 걸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진정한 통일 논의는 우리 중심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통일이 가까워지지 않겠나.
선악 프레임은 끝났다. 미국이 전쟁으로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면서 북측을 악의 축으로 몰았는데 핵이 튀어나왔고 지금은 서로 대화하고 있지 않나. 지난 300여 년 선악 논리 때문에 세계 문화가 획일화되고 다양성이 사라졌다.
예전엔 다양한 옷을 입고 살아왔는데 선악 논리가 세계를 휩쓸며 사람들이 한 색깔 옷을 만들고 하나의 생각으로 가다 보니 자본만 돈을 벌기 좋다. 과학 문명이 발달해서 선악 논리로 가면 다 죽는다. 이제 하나의 논리, 연기(緣起 인연에 따라 생겨남)적 존재라는 논리로 가야 한다. 종교가 종교적 울타리 밖으로 나와 수많은 악행으로 변하는 것도 선악 논리 때문이다. 불교인권위가 지난 20여 년 활동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가르침에 그런 (선악)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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