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 2017.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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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까치 집, 화분 등에 둥지, 빌딩과 유리창 충돌 위험 감수해야
육아 분업…수컷은 작은 새나 쥐 잡아 암컷에 전달, 암컷이 새끼에 먹여
» 새끼에게 먹일 어린 들쥐를 물고 둥지로 향하는 황조롱이 암컷.
경기도 김포시 에코센터 건물엔 나무로 만든 탑이 세워져 있다. 이 탑에는 까치 둥지가 있는데, 지난 3월 13일 이곳에 황조롱이가 산란 터를 마련했다.
황조롱이는 둥지를 틀지 못하기 때문에 맹금류나 까치, 어치 등이 버린 묵은 둥지를 대강 고쳐서 쓴다. 번식지와 먹이 터가 훼손돼 둥지 구하기 힘들어진 요즘 왕조롱이는 도심 속 빌딩이나 아파트 베란다의 흙을 담아 놓은 화분을 대체 둥지로 쓰는 일이 많다.
육아 분업…수컷은 작은 새나 쥐 잡아 암컷에 전달, 암컷이 새끼에 먹여
» 새끼에게 먹일 어린 들쥐를 물고 둥지로 향하는 황조롱이 암컷.
경기도 김포시 에코센터 건물엔 나무로 만든 탑이 세워져 있다. 이 탑에는 까치 둥지가 있는데, 지난 3월 13일 이곳에 황조롱이가 산란 터를 마련했다.
황조롱이는 둥지를 틀지 못하기 때문에 맹금류나 까치, 어치 등이 버린 묵은 둥지를 대강 고쳐서 쓴다. 번식지와 먹이 터가 훼손돼 둥지 구하기 힘들어진 요즘 왕조롱이는 도심 속 빌딩이나 아파트 베란다의 흙을 담아 놓은 화분을 대체 둥지로 쓰는 일이 많다.
»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화분을 둥지로 활용해 황조롱이 새끼를 부화했다.
그러나 도심에서 먹이를 찾아야 하는데다 복잡한 빌딩의 방해, 투명 유리창에 자칫 부딪힐 가능성 등 위험요소가 즐비하다. 도시환경에 적응했더라도 도심 속 황조롱이는 생명을 담보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새끼를 키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 에코센터 탑의 둥지 주변에서 황조롱이 부부가 짝짓기를 한다.
» 황조롱이 부부는 정해진 장소에서 수시로 짝짓기를 한다. 산란이 임박했다.
이곳 에코센터의 황조롱이 부부는 운이 좋다. 안전한 둥지와 더불어 한강과 농경지 그리고 야생조류공원이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이고 사냥감도 아주 풍부한 곳이기 때문이다.
3월 26일, 자주 눈에 띄던 황조롱이 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알 품기가 시작되었다. 4월 23일부터는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서 가끔 보이고 둥지를 자주 들락거린다. 새끼가 태어난 것이다.
» 둥지 밖을 물끄럼이 내다보는 황조롱이 수컷.
수컷은 사냥에 열중하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뜯어 먹이는 몫은 암컷 황조롱이다. 수컷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는 방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암컷이 잘못되면 새끼들은 굶어 죽는다. 너무 높고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어 새끼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 가끔 까치가 텃세를 부려 공격해 오지만 개의치 않는다.
» 황조롱이는 정지비행의 달인이다.
5월 15일, 황조롱이 부부가 바쁘게 움직인다. 황조롱이 새끼들이 제법 자랐나 보다. 20여 일이 지나면 새끼들은 스스로 먹이를 뜯어먹는다.
수컷 황조롱이가 사냥에 성공해 먹이 전달 장소에 앉아 당당한 소리로 울어대면 암컷 황조롱이가 재빠르게 나타나 먹이를 가지고 가 새끼에게 건네준다.
들쥐와 작은 새가 주된 사냥감이다. 황조롱이는 둥지를 중심으로 이동 동선이 정해져 있어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 황조롱이 먹이 전달식 연속 동작
» 사냥감을 가지고 전달 장소로 날아가는 수컷 황조롱이.
» 날아가는 모습이 급해 보인다. 사냥에 시간이 걸렸나 보다.
» 수컷은 먹이 전달 장소인 전봇대에 도착해 암컷 황조롱이를 부른다. 앉아있을 때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감을 꽉 움켜쥐고 있다.
»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사냥감이 되었다. 암컷 황조롱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사냥감을 건네줄 준비를 한다.
» 수컷 황조롱이는 암컷이 먹잇감을 잘 물고 갈 수 있게 사냥감의 목덜미를 부리로 물고 기다린다.
» 쏜살같이 나타난 암컷 황조롱이.
» 수컷 황조롱이가 신중하게 암컷 황조롱이가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자세를 잡는다.
» 먹이 전달을 위해 수컷 황조롱이는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 암컷 황조롱이가 수컷 황조롱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 먹이 전달은 의식을 행하듯 매우 신중하게 이뤄진다.
» 암컷 황조롱이가 부리를 마치 입맞춤을 하듯 수컷황조롱이 부리 가까이 댔다.
» 눈깜박할 새 암컷 황조롱이 부리로 먹이가 전달되었다. 사냥감은 항상 목덜미를 부리로 물고 나른다.
» 먹이 전달이 끝나고 자세를 흐트러뜨리는 수컷 황조롱이.
» 암컷 황조롱이가 먹이를 물고 힘차게 둥지로 향한다.
» 수컷 황조롱이는 다시 사냥에 나선다.
5월 22일, 새끼가 둥지에서 나와 불안스런 몸짓으로 돌아다닌다. 어미는 새끼한테 먹이를 주지 않고 줄 듯 말 듯하며 둥지 밖으로 유인한다.
새끼 황조롱이와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인다. 좀처럼 어미 뜻대로 안 되지만 결국 새끼는 먹이의 유혹에 둥지를 나선다.
5월 25일, 첫 비행이 두려워 둥지에만 머물던 두 마리의 황조롱이 새끼가 용기를 내어 힘차게 하늘을 날았다. 어미가 유인하는데 이기는 새끼는 없다. 황조롱이 부부는 누구에게도 둥지를 내어주지 않고 내년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이다.
» 어미 황조롱이(왼쪽)가 큼직한 쥐를 물고 새끼를 둥지 밖으로 유인하고 있다.
» 용기를 내어 둥지 밖으로 치고 나가는 황조롱이 새끼.
황조롱이는 끝이 구부러진 윗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예리한 눈을 갖고 있다. 땅 위의 목표물을 찾아 낮게 날거나 정지비행을 하다가 급강하하여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을 한다. 앉아 있는 새를 덮치기보다는 새가 날아오르는 순간에 사냥을 한다. 날개 길이는 68~76㎝이며 암컷의 몸길이는 수컷보다 다소 큰 38㎝, 수컷은 33㎝로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농경지나 도심에서도 관찰되는 텃새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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