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농민 장녀 백도라지 씨
“언론 앞에서만 머리 숙이는 게 사과입니까. 보여주기식 사과에 유가족은 더 상처받습니다”
고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 씨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과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경찰청장은 ‘백 농민 경찰 물대포 사망사건’이 발생한 지 1년7개월이 지난 16일 오후 “백 농민과 유가족께 깊이 사과한다”는 뜻을 전했다.
“언론보도 통해 사과 소식 접해,
사건 발생 19개월 뒤 형식적인 사과에 더 상처”
사건 발생 19개월 뒤 형식적인 사과에 더 상처”
백 씨는 이날 오후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청장의 사과 메시지를 접했다. 보도를 접하기까지 경찰을 통해 경찰총수가 이런 메시지를 발표한다는 소식을 전혀 전해듣지 못했다. 그는 “진정으로 사과를 하려면 직접 찾아오거나 저희를 그 자리에 부르는 게 도리인 것 같다”며 “언론 앞에서 애도한다며 고개만 숙이는 형식적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 청장의 사과 문구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에 나온 전문을 봤는데 무엇을 잘못해서 사과한다는 건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아주 최소한의 사과의 말이 19개월만에 나왔다는 게 황당하고, 그동안 사건 책임자에 대한 직무 정지 등의 최소한 조치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과의 진정성 또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백씨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 형식치레로 인권경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 사안을 위해 아버지와 우리를 이용하는 상황에 더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한편, 백 농민은 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광장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고, 이후 300여일 간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작년 9월25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경찰 총수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사고에 대한 유감 표명만 했을 뿐 법적 책임이 따르는 차원의 사과는 거부했다. 이철성 경찰청장 역시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사과를 미뤄왔다. 그러던 중 지난 15일 서울대학교병원이 이 백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변경했고, 하루만에 경찰 총수가 백 농민에 대한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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