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안함 항소심 제4차 공판
어제 오후 천안함 항소심 제4차 공판이 서울고등법원 서관 312호에서 열렸습니다.
그러나 신청된 증인 두 분이 모두 ‘불출석’하는 바람에 공판이 열리지 못하고 증인 지속채택 혹은 교체여부에 대한 논의만 한 후 20여 분만에 끝났습니다.
어제 출석하기로 예정된 증인은 정◯◯(88수중개발 대표) 그리고 김◯◯(전 한국선급협회 검사관 및 합조단 조사위원) 두 분이었습니다. 정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김 전 위원은 업무상의 이유로 재판부에 불출석 통지를 보냈으며 정 대표에 대해서는 대체할 다른 증인을 피고인측에서 요청하면 들어주겠다고 하였고 김 전 위원에 대해서는 다시 출석을 요구키로 하였습니다.
다음 재판(항소심 제5차 공판)은 5월 18일(목) 오후 3:30 서울고등법원 서관 312호입니다.
2. ‘목포는 항구’고 ‘세월호는 배’다
구성진 옛노래가 있습니다. 1942년 이난영 선생님이 부른 ‘목포는 항구다’.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로 시작되어 삼학도 등대와 유달산 잔디밭을 추억하며 ‘목포가 항구’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켜 준 그 노래는 호남인들은 물론 전 국민의 애창곡이었습니다.
목포에 새로 만든 신항. 그 목포 신항에 현재 세월호가 반잠수선 위에 드러누운 채 뭍으로 올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선체는 수중에서 바로 세운 후 인양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양, 수색, 수습, 조사, 복원이 쉬워집니다. 2010년 천안함 침몰사고 때도 우현으로 90도 누워 침몰한 천안함 함수도 바로 세워 ‘직립’으로 인양했고, 2012년 선장이 먼저 탈출한 것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유람선 콩코르디아호 역시 거의 옆으로 드러누웠으나 바로 세워 인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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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이탈리아 콩코르디어호 (좌초후 거의 누운 상태였으나 직립으로 인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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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어제 육성거치를 위한 모듈트랜스포터 운송시험테스트 결과 선체가 예상보다 무거워 기존 장비로는 어렵다며 모듈트랜스포터 120대를 추가 투입하여 5/10일까지는 육상거치를 완료하겠다고 합니다.
세월호는 ‘배’입니다. 배는 물에 떠다니는 운송수단입니다. 그런 세월호가 가라앉았습니다.
물에 빠진 선박이 무슨 이유로 침몰했는지 알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인양방식을 예상하게 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선체외판의 손상가능성’입니다.
암초충돌(좌초) 혹은 선박간 충돌 그리고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선체 외판의 손상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물에 띄울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아집니다. 그러나 뻘이나 모래와 같이 해저지반이 부드러운 곳에 좌초한 경우 운항은 어렵더라도 선체외판의 손상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화물의 과적 혹은 밸러스트 과실에 따른 복원력 상실에 의한 침몰일 경우에는 선체외판의 손상이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1) 수중에서 선체를 바로 세우고
(2) 선체 내부에 부력제를 넣거나 다량의 에어백을 넣어 부력을 얻은 후
(3) 크레인으로 수면까지 끌어올리고
(4) 충분한 기일을 두고 자연배수를 실시하면
건져 올린 배를 그냥 바다 띄울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왜냐. ‘배’니까요.
물론 해저에 가라앉을 때 해저지반과의 접촉에 따라 부분적인 선체외판의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고, 그 손상이 수중에서 보수 가능한지 여부의 변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세월호의 경우 암초, 충돌, 폭발의 징후가 없었고 침몰 당시 외판의 손상(damage)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선체외판의 손상은 없거나 경미한 경우로 분류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첫째, 선체외판의 손상이 전혀없는 경우 - 크레인에 매단 상태에서 침몰의 일차적 원인이 되었던 복원력 상실 부분을 밸러스트 등으로 조절해주면 자체적으로 해상에 떠 있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이미 상당양의 해수가 선체 곳곳에 침투한 상황이므로 하중이 급격히 늘게 되어 거의 대부분 크레인 인양을 해야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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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6 양쯔강에서 침몰한 Estern Star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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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선체외판의 손상이 심각한 경우 - 현재와 같이 플로팅도크(반잠수식도크)를 선체 하부로 넣어 수면 위로 띄우면 됩니다. 단 이 모든 경우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선체를 바로 세우는 것(직립)’이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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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Dock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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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Floating Dock’라는 용어로 검색을 하면 위와 같은 사진들이 무수히 많이 나옵니다. 대부분 선체를 바로 세운 상태로 운송을 합니다.
그리고 수리조선소로 이동하게 되면 위 사진과 같이 레일(Rail)을 이용하여 거치하면 되므로 무척 쉽게 운송할 수가 있습니다.
선체를 눕혀서 인양하고, 눕힌 채로 플로팅도크에 싣고, 부두에 접안하여 모듈트랜스포터 수백 대를 동원해서 선박을 육상으로 올리고 있는 작금 대한민국 해수부의 작업은 두고두고 세계 해운·조선·인양 역사에 최악의 사례로 기록이 될 것입니다.
일단 선체가 바로 서기만 하면 미수습 희생자분들을 위한 선체수색은 즉시 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화물창 내부의 수색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선실 내 수색은 모든 경우에 있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거지요.
미수습자에 대한 수색과 수습이 완료된 이후엔 수리조선소로 이동하여 선체조사 및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하고 그것이 완료되면 선체복원 작업에 들어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해수부의 이해할 수 없는 작업들
해수부는 인양 일정도 무한정 길게 끌었고, 업체선정과 선체인양방식 그 모두에서도 부적절했습니다. 더구나 수중에서 선체에 구멍을 내는 황당한 작업까지 벌였습니다. 그 결과는 인양, 수색, 조사, 거치 그 모두에서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으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해수부는 어제 무리하게 육상거치를 시도했습니다. 그 상황을 보며 참으로 암담했습니다. 결과는 무게산정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실패했지만, 장비를 추가 투입하여 5월 10일까지 육상거치를 완료하겠다고 합니다.
현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1) 육상거치 포기를 선언하고 (2) 현상태 반잠수선 위에 놓여진 상태에서 미수습희생자 수색을 완료하고 (3) 목포 인근 조선소로 이동한 후 바로 세우고 (4) 선체조사와 진실규명 그리고 복원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되는 수순입니다. 육상거치는 부실한 조사와 선체절단 그리고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체보존을 원한다면 반드시 조선소로 가야 합니다.
나중에 유가족 분들이 ‘선체복원과 보존’을 강력히 원하면 해수부는 어떻게 할까요? 그러려면 진작에 조선소로 가야 하는데 이제 와서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절단하고 해체하는 쪽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겠습니까?
만약 유가족 분들의 ‘선체복원과 보존’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로 결정하여 육상에서 다시 반잠수선으로 실어야 한다면 그때 또 다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작업과 비용’을 투입해야만 하는데 그 이중적 부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께서 목포 신항을 방문하셨을 때 이 문제를 논의해 주시기를 기대했었는데, 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미디어오늘에 기고해 올린 그날부터 그리고 어제 천안함 항소심 재판을 위해 법원으로 출발하기 직전까지, 제 휴대폰에 들어 있는 민주당 의원분들, 특보 그 외 참모분들께 문자로 전화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처해 주실 것을 당부드렸으나 아직 검토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무척 걱정이 됩니다.
세월호는 배입니다.
물에 떠 있는 것이 고유 기능인 ‘배’입니다. 물만 빼면 물에 뜰 수도 있을 만큼 외판의 손상도 없었던 ‘배’입니다. 그것에 백 수십 개의 구멍을 뚫고 마치 물에 빠진 쇳덩어리인양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제 3일 남았습니다. 5월 10일 세월호가 육상에 거치된다면 절단되고 해체가 되거나 아니면 엄청난 이중 비용과 작업을 감수하며 다시 반잠수선에 실어야 하는 사태를 맞게 될 겁니다.
네티즌 여러분들께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관련 있는 모든 분들께 독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신상철(전 천안함 민군합동 조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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