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연합뉴스 ‘[외교문서] 北, 아웅산 테러사건 담당 판사 딸 살해’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고 기가 막혀 한동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19대선이 임박하자 하다하다 안 되니 이런 짜라시 수준도 못 될 억지 기사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신사에서 써 내고 있다는 생각에 참담한 마음 억제할 수가 없었다.
연합뉴스는 “북한이 아웅산 테러범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판사의 딸 피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당시 우리 정부가 포착한 사실이 11일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며 무슨 최신 정보를 정부에서 발표한 듯이 보도했지만 그 근거라는 것이 1986년 12월 이상옥 당시 주제네바 대사는 주제네바 미얀마 대사와 만난 뒤 작성한 2급 비밀문서에서 "아웅산 테러사건 재판에 관여했던 판사의 딸이 약 1년 반 전 일본 유학 중 변사한 사건이 있었다"는 상부 보고서를 이유도 밝히지 않고 11일에 정부에서 공개한 것이었다.
연합뉴스에서 아직 정부 공개 보고서 중에 공개하지 않은 근거가 더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기사에서는 언급한 그 근거란 것이 아주 맹랑했다. 그 상부 보고서에는 "현장에서 북한제 담배꽁초가 발견됐으며 자살할 만한 특별한 동기도 없어 사인 규명에 노력했으나, 진상을 밝히지 못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살한 여성 인근에서 북한제 담배꽁초가 발견된 것이 북이 살해한 것 아니냐는 핵심 근거였다.
아울러 연합뉴스는 “아웅산 테러 담당 판사의 딸이 일본에서 살해된 시점은 1985년 6월께로, 김진수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이후일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라며 이 여성이 아웅산 폭파범 사형 집행 이후에 죽은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근거도 없이 단지 추정만으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이후에 여성이 죽었다고 해도 그게 북의 소행이라는 증거는 절대 될 수 없다. 폭파범 재판과 사형집행은 미얀마에서 진행했고 그 집행시점 등을 우리 정부에 정확히 통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합뉴스 기사에 이런 추정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과연 기사라고 할 수 있는가. 그런데 지금 이 시각에도 연합뉴스 첫머리뉴스에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다.
아웅산테러는 북에서 하지 않았다고 전면 부인한 사건이다. 북의 소행이라는 결정적 근거도 발표되지 않았다. 특히 이유 없이 대통령 등이 사건 현장에 늦게 나타나 화를 피했다는 등 당시에도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에서 적폐청산과 나라의 근본적 개혁을 이루어 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후보를 뽑는 것이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절감케 하는 연합뉴스의 기막힌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모든 나쁜 일은 다 북의 소행으로 몰고가자는 신종 북풍이 봄꽃 흐드러진 한반도를 마구 할퀴어댈 것 같다. 도가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정세가 심상치 않은데 대선 북풍 일으키려다 전쟁 혈풍 초래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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