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북한에 대해 테러지원국가로 재지정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정부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한미일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고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한편 28일 YTN에서도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금지된 화학무기인 VX 신경제를 이용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반인륜적 범죄이며 명백한 테러 행위라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보도하였다.
이 회의에 참석한 김홍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국제 규범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 범죄라는 측면에서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고 YTN은 전했다.
1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테드 포우 (공화∙텍사스)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의회와 행정부가 즉각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절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그는 이미 북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테러행위를 전면 재조사해 이를 토대로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H.R.479)을 지난 달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의 코리 가드너 의원을 비롯한 6명의 상원의원도 최근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김정남 사건이 터지기 한 달 전에 이미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을 미 의회에서 공식 발의를 한 상태였으며 사건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영 뜻뜨미지근하다. 미국 측 당국자가 직접 나와서 발표를 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익명의 관계자 말을 빌어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오히려 리동일, 리길성 등 북의 고위 외교관들이 말레이와 중국에 갑자기 나타나 긴급 협상에 돌입했다.
미국이 북으로부터 뭔가 심각한 경고를 듣고 대책 마련에 돌입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은 칼기 폭파사건을 계기로 북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가 부시정권 말기인 2008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인지 북미대화에 대해 완전 파탄을 선언하고 전면 대결전에 돌입할 것인지 거의 양자택일을 하라는 북의 압박에 결국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의 이름을 삭제한 바 있다.
당시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은 2008년 초부터 아시아타임스 기고문 등을 통해 북의 대미 정책이 대화에서 힘으로 전환되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아마 조선인민군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권과 북미대결전을 이때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책임지기 시작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2009년의 핵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던 2차 특수 핵시험 성공 발표, 2010년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그리고 계속 이어졌던 위성로켓 발사와 2013년 3차 핵시험에 이어 지난해엔 두차에 걸친 수소탄 시험 및 각종 위력적인 핵폭탄 운반수단 시험 등을 놓고 보았을 때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불피코 북미 사이에 전쟁까지 촉발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힘의 대결전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본다.
미국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의혹투성이 김정남 암살 파문이 불거지고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에서는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도 북과 전쟁까지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선제핵타격 등 힘으로 밀어붙일 결정을 고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아직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북에 대해 험악한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이번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미국의 간부가 직접 언급한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 익명의 고위 관계자 입을 빌어 밝히는 등 미국 정부는 의회와 달리 내놓고 테러지원국 재지정 압박을 가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최선희 국장의 미국 방문이 이번 김정남 파문으로 취소되었다고는 하지만 뉴욕채널을 통한 북미접촉은 분명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 2017년 2월 28일 말레이시아 주재 북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리동일 전 유엔 차석 대사 ©자주시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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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28일 리길성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을 방문하여 왕이 외교부장 등을 접견할 것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 자주시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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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리동일 전 유엔대표부 차석 대사와 같은 거물급이 말레이시아에 나타난 것을 보면 말레이시아 외교부도 북과 긴급히 만나라는 요구를 미국으로부터 들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자금 회피처로 미국 대자본가들의 영향력이 큰 나라이고 미 CIA 중요 거점국이다.
28일 북 리길성 외무성 부상이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4박 5일 베이징을 방문하여 중국과 회담을 전격 시작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은 북과 미국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던 나라이다. 물론 롯데 이사회에서 사드 부지를 한국 정부에 제공하기로 결정을 내리는 등 미국의 사드배치가 본격화 되자 그에 대한 대응을 북과 논의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드문제로 북과 중국이 직접 만나 대책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보다는 김정남 사건 파문에 따른 북미대결전이 격화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은 뉴욕채널을 통해 김정남 암살 관련 일련의 대북 압박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단호한 경고를 미국에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고에 대해 미국이 검토한 결과 더 이상의 상황 악화만은 막자는 판단을 했을 수가 있다고 본다. 물론 미국의 대북선제타격 카드를 영영 버렸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북의 경고가 그냥 무시하고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밀어붙이기엔 너무 심각한 것이었기에 이런 긴급한 대화가 여기 저기서 추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디 대화로 잘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여기서 미국이 계속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밀어붙이고 3월 1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유례없는 대 무력을 동원한 강경 대북 압박으로 진행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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