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넙치 '숨소리'도 잡아내는 물범 수염
예민한 물범 수염, 바닥에 숨어있는 넙치 아가미 방출 물살도 감지
위협 느낀 물고기는 일시 호흡 중지로 대응하기도, 물속 '감각 전쟁'
» 물범은 한참 전에 물고기가 일으킨 물살도 감지할 정도로 수염이 예민하다. 이 수염으로 바다 밑바닥 물고기의 호흡도 알아채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연구자들의 실험에 참여한 물범. Marine Science Center Rostock
바닷물 속에서 이리저리 유연하게 헤엄치는 물범은 꼭 노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물범은 이미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한참 전에 지나간 물고기의 흔적을 더듬고 있을 수도 있다.
금붕어를 이용한 실험에서 물고기가 남긴 물살은 3분 이상 물속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자기 물을 박차고 떠난 물살의 흔적은 오래 남는데, 물범은 수염의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수백m 떨어진 물고기가 물속에 남긴 물살을 추적할 수 있다.
» 사냥 중인 물범.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물론 바닥에 숨은 물고기도 잘 잡아먹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범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와 함께 바닥에 사는 넙치 등을 주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헤엄치며 물살을 일으키지도 않고 바다 밑바닥에서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완벽하게 위장해 숨어있는 넙치는 어떻게 사냥할까.
이제까지의 가설은 물범이 바다코끼리처럼 수염으로 바닥을 훑는 방식으로 저서성 물고기를 잡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실험결과가 나왔다. 물범은 숨어있는 넙치의 아가미가 일으키는 미세한 물살을 감지해 사냥한다는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 물범이 넙치의 호흡 물살을 감지하는지 알아본 실험 얼개. 하늘색은 수중 카메라, 붉은색은 넙치를 흉내 낸 노즐이다. <실험생물학>
독일 로스토크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실험생물학> 1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길들인 잔점박이물범 3마리를 이용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넙치를 대신해 초속 25㎝의 속도로 45도 각도로 물을 분출하는 노즐을 반자연 실험 풀에 설치하고 물범이 이것을 감지해 잠시 동작을 멈추면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물범에 눈가리개를 씌우거나 씌우지 않은 상태로 실험했는데, 어떤 상태에서도 물범은 넙치(노즐)를 잘 찾아냈다. 그런데 수염을 가리자 사냥 성공률은 영으로 떨어졌다. 물범은 아예 넙치를 찾을 엄두를 내지 않은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 넙치가 호흡하면서 아가미에서 일으키는 물살의 모습. <실험생물학>
물범이 수염으로 움직이지 않고 숨어있는 물고기의 ‘숨소리’마저 감지한다면 물고기는 잡아먹히는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일부 물고기는 위험을 감지하면 일시적으로 숨을 멈추는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물고기의 이런 이상한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고 보았다. 연구자들은 “포식자가 아가미 호흡이 일으키는 물결을 감지하는 것은 일부 물고기가 호흡을 억제하는 행동을 이끈 진화적 원동력의 하나였을 수도 있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 넙치가 물범을 피하는 길은 물범의 접근을 눈치채고 숨을 멈추는 것뿐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물고기는 옆줄로 물범의 수염보다 10~100배 예민하게 물살을 감지한다. 탁하고 캄캄한 바다 밑에서 물범과 넙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nedikt Niesterok et al, Hydrodynamic detection and localization of artificial flatfish breathing currents by harbour seals (Phoca vitulina),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7) 220, 174-185 doi:10.1242/jeb.14867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위협 느낀 물고기는 일시 호흡 중지로 대응하기도, 물속 '감각 전쟁'
» 물범은 한참 전에 물고기가 일으킨 물살도 감지할 정도로 수염이 예민하다. 이 수염으로 바다 밑바닥 물고기의 호흡도 알아채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연구자들의 실험에 참여한 물범. Marine Science Center Rostock
바닷물 속에서 이리저리 유연하게 헤엄치는 물범은 꼭 노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를 보면 물범은 이미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한참 전에 지나간 물고기의 흔적을 더듬고 있을 수도 있다.
금붕어를 이용한 실험에서 물고기가 남긴 물살은 3분 이상 물속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갑자기 물을 박차고 떠난 물살의 흔적은 오래 남는데, 물범은 수염의 예민한 감각을 이용해 수백m 떨어진 물고기가 물속에 남긴 물살을 추적할 수 있다.
» 사냥 중인 물범.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는 물론 바닥에 숨은 물고기도 잘 잡아먹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물범은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와 함께 바닥에 사는 넙치 등을 주로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헤엄치며 물살을 일으키지도 않고 바다 밑바닥에서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 완벽하게 위장해 숨어있는 넙치는 어떻게 사냥할까.
이제까지의 가설은 물범이 바다코끼리처럼 수염으로 바닥을 훑는 방식으로 저서성 물고기를 잡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실험결과가 나왔다. 물범은 숨어있는 넙치의 아가미가 일으키는 미세한 물살을 감지해 사냥한다는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 물범이 넙치의 호흡 물살을 감지하는지 알아본 실험 얼개. 하늘색은 수중 카메라, 붉은색은 넙치를 흉내 낸 노즐이다. <실험생물학>
독일 로스토크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실험생물학> 1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길들인 잔점박이물범 3마리를 이용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넙치를 대신해 초속 25㎝의 속도로 45도 각도로 물을 분출하는 노즐을 반자연 실험 풀에 설치하고 물범이 이것을 감지해 잠시 동작을 멈추면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실험했다.
연구자들은 물범에 눈가리개를 씌우거나 씌우지 않은 상태로 실험했는데, 어떤 상태에서도 물범은 넙치(노즐)를 잘 찾아냈다. 그런데 수염을 가리자 사냥 성공률은 영으로 떨어졌다. 물범은 아예 넙치를 찾을 엄두를 내지 않은 채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 넙치가 호흡하면서 아가미에서 일으키는 물살의 모습. <실험생물학>
물범이 수염으로 움직이지 않고 숨어있는 물고기의 ‘숨소리’마저 감지한다면 물고기는 잡아먹히는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일부 물고기는 위험을 감지하면 일시적으로 숨을 멈추는 대응책을 마련해 두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물고기의 이런 이상한 행동의 이유를 설명해 줄지도 모른다고 보았다. 연구자들은 “포식자가 아가미 호흡이 일으키는 물결을 감지하는 것은 일부 물고기가 호흡을 억제하는 행동을 이끈 진화적 원동력의 하나였을 수도 있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 넙치가 물범을 피하는 길은 물범의 접근을 눈치채고 숨을 멈추는 것뿐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물고기는 옆줄로 물범의 수염보다 10~100배 예민하게 물살을 감지한다. 탁하고 캄캄한 바다 밑에서 물범과 넙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enedikt Niesterok et al, Hydrodynamic detection and localization of artificial flatfish breathing currents by harbour seals (Phoca vitulina),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17) 220, 174-185 doi:10.1242/jeb.14867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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