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캡처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수배 중인 북한 국적 남성 4명이 북한 공작원이며, 이미 평양으로 돌아갔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2월 20일 조선일보는 ‘출국 4명은 북한 공작원.. 이미 평양으로 갔다’는 1면 기사에서 ‘김정남 암살 사건은 북한 공작원 부대가 총출동해서 벌인 조직적인 작전이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의 보도가 맞는다면, 북한 김정은이 이복형이자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의 암살을 지시한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주장은 추측성 보도에 불과합니다.
‘조선일보, 암살 용의자의 소속과 작전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밝혀’
조선일보는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달아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동남아에 거점을 둔 북한 해외 공작원으로 알려졌다’라며 ‘소속 역시 정찰총국,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문화교류국 등’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2월 20일 2면에 ‘북공작기관 총동원.. 암살 실패 대비, 공항에 2차 공격조’라는 기사에서 용의자 오종길을 김정남 암살을 위해 말레이시아로 온 총 책임자이며, 홍송학, 리지현 등은 2차 공격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말레이시아 경찰은 물론이고, 국정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암살 용의자의 신원과 구체적인 암살 계획까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평양으로 갔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현지시각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은 쿠알라룸푸르 경찰청 청사 강당에서 김정남 피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보도와 다르게 말레이시아 경찰은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평양으로 갔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용의자 4명이 모두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라며 ‘범행 직후 모두 말레이시아를 떠났고, 어디로 갔는지는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체포된 리정철이 북한 국가과학원 출신으로 화학무기와 독극물 전문가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이 ‘Tombo Enterprise Sdn Bhd’의 IT부서에 근무하는 노동자라고 밝혔습니다.
‘추측성 기사를 마치 진실처럼 단정 짓는 언론들’
조선일보가 평양으로 갔다고 보도한 근거는 일부 외신의 보도입니다. ‘채널뉴스아시아’는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용의자 4명이 자카르다-두바이-블라디보스톡을 거쳐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더스타와 중국보 등은 리정철이 근무하는 회사가 ‘항암치료제’를 만드는 제약회사라는 이유 등을 근거로 독극물 전문가라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외신의 보도처럼 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지목받고 있는 북한 국적의 남성 4명이 북한 공작원이고, 독극물 전문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현재로서는 단지 추측에 불과합니다.
외신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흥미성 기사로 보도할 수 있습니다.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대북 관련 뉴스’가 정치, 사회, 외교 등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한국일보는 추측성 기사를 마치 사실처럼 ‘북한 공작원’,’ 이미 평양 도착’이라고 1면에 큼지막하게 배치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진짜 뉴스처럼 보도하는 행태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의도된 ‘가짜뉴스’는 여전히 오늘도 우리 곁에서 활개 치고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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