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군에게'…전남 담양 고향주민들의 편지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전남 담양군 대덕면 주민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게 편지를 썼다. 대덕면은 고씨의 고향이다. 이 편지는 대덕면사무소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서 주민 대표가 낭독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담양군민운동본부는 지난 4일 오후 5시30분부터 전남 담양군 대덕면사무소 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 제11차 담양시국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촛불집회가 열린 대덕면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고향이다. 이곳에 살았던 고씨의 아버지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다니러 갔다가 계엄군에 의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대덕면 주민 2200여명 중 350여명이 참석했다. 주민들은 촛불을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사건을 폭로한 고씨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편지로 썼다.
<고영태 군>으로 시작한 편지에서 주민들은 “우리는 자네가 아주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사실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하네. 하지만 5·18때 아버지가 총에 맞아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라고 운을 뗐다. 주민들은 이어 “애비 없는 세월을 어떻게 견디며 힘들게 살았을지 우리도 사는 게 힘들어서 서로 도움 주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펜싱대회에서 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너나없이 기뻐했고 자랑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민들은 “어느 날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자네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면서 “자네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용기를 내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지 짐작도 안가지만, 진실을 말하고 있기에 많은 국민이 자네를 지켜 줄것”이러고 전했다. 주민들은 “용기 내 주어 진심으로 고맙네”라고 편지를 끝맺었다.
김승혜 박근혜정권퇴진 담양군민운동본부 본부장은 “주민들과 여러차례 상의를 거쳐 편지를 쓰게 됐다. 고씨가 잘못된 삶을 일부 살았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해서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애국자’니 ‘의인’이니 ‘자랑스럽다’느니 하며 추켜세울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주민들이 대한민국이 더 이상 타락하지 않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고자 용기 낸 데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이왕 시작한 일이니 고씨가 국민을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면 좋겠다는 심정을 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고향사람들이 고씨에게 쓴 편지 전문
고영태 군
우리는 자네가 아주 어릴 적 고향을 떠나 사실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하네
하지만 5·18때 아버지가 총에 맞아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걱정을 했던지….
애비 없는 세월을 어떻게 견디며 힘들게 살았을지
우리도 사는 게 힘들어서 서로 도움 못주고 지냈네 그려
그럼에도
펜싱대회에서 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너나 없이 기뻐했고 자랑스러웠네
그러나 썩은 대한민국에서 버티며 살아가기란 쉽지는 않았을거네
어느 날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자네 얘기를 듣고 어안이 벙벙했네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도 아닌 현실이….
자네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용기를 내기까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지 짐작도 안가네
하지만 자네의 그 용기로 인해 이 대한민국은 요동을 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네
힘들겠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게
자네가 진실을 말하고 있기에 많은 국민이 자네를 지켜 줄걸세
마음의 고향이겠지만 우리 노인네들도 성심을 다해 자네를 응원할 걸세
용기 내 주어 진심으로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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