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가만히 있으라’ 까지조창익 18대 전교조위원장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교육운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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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해남의 작은 중학교에서 근무하다 일년 전 해직된 조창익 선생님. 지난 년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18대 위원장에 박옥주(수석부위원장) 선생님과 나란히 당선됐다. 법외노조, 국정화 역사교과서, 초등학교 한자혼용, 노동자 정치세력화 등 굵직한 현안을 들고 조 위원장을 만나러 전교조 사무실을 찾았다.
조 위원장은 지난해 1월21일 법외노조 판결에 따른 학교로의 복귀 명령을 따르지 않아 직권면직 됐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9년 전교조 창설로 해직된 1527명의 명단에도 조창익이 들어 있었다. 한번은 전교조를 만들기 위해, 또 한번은 전교조를 지키기 위해 교직을 떠나게 된 참교육 노동자 조창익 선생님에게 전교조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로 전교조는 창립했다. 세월호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저항으로 촛불항쟁은 일어났다. 18대 집행부는 팽목항에서 출범식을 하고 416교육체제를 완성해 87년을 뛰어 넘는 새로운 세대를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뛰어 넘는 ‘공교육 새판짜기’로 국민주권시대를 이끌 ‘416세대’ 교육운동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촛불항쟁 속에서 출범한 18대 전교조의 과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농단은 ‘연구학교’ 지정이 학교운영위를 통과하지 못하게 막겠다. 교육이 아닌 영리가 목적인 초등학교 ‘한자 혼용’은 아름다운 우리말 공부에 혼용 시킬 순 없다”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전교조를 법외노조에서 탈출 시키고, 정치적 금치산자인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되찾아 오겠다. 선거 연령은 16세로 낮추고, 이번 대선엔 민중진영 독자후보를 출마 시키자”
다음은 조창익 전교조 신임 위원장과의 1문1답이다.
-89년에 이어 두 번째 해직인데, 참교육을 위해 교직을 떠나게 된 심경이 어떤가?
“86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한 중학생이 자살했다. 교사들은 전국교사협의회(전교협)을 결성해 참교육 운동에 떨쳐나섰고, 89년5월 전교조를 출범시켰다. 같은 해 8월 전교조 탈퇴를 거부한 1527명이 무더기로 해직 됐다. 89년 해직 때, ‘독재타도, 민주쟁취’라는 저항 전선이 87년 세대라는 새로운 인간형을 한국사회에 등장시켰다. 30년이 지나 촛불항쟁으로 국민주권시대를 연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지금 공교롭게 해직 교사로 전교조의 선장이 됐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전교조는 99년 합법화를 이뤘다가 2016년 다시 법외노조가 됐다. 합법화를 위한 투쟁, 어떻게 펼칠 계획인가?
“90년대 합법화 투쟁은 주로 미 연결학교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는 조직 정비, 조직 확대 사업이었다. 한 분의 선생생님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학교로, 하숙집으로, 자취방으로 숱한 날을 찾아 다녔다. 지금은 당시 1만명도 안되던 조합원이 6만으로 늘었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다. 사실 지금의 위기는 법외노조가 된 것보다, 99년 합법화 이후 이완된 투쟁력에서 온 바 크다. 7차 교육과정 투쟁이나 네이스 정보인권사수 투쟁, 교원평가, 일제고사 거부 등 투쟁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맞서 투쟁을 아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합법화 투쟁은 교원노조법을 개정하는 투쟁과 더불어 내부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주체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전교조 운동을 새로운 단계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87년 체제를 뛰어 넘어 국민주권시대에 맞는 교육운동에 대한 구상은 무엇인가?
“1986년 어떤 중3학생이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전교협 시절, 그 화두를 받아 안고 전교조를 설립했다. 그 중3들이 현재 40대 후반이 됐다. 촛불 광장에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왔다. 87년 세대들은 이렇게 30년 동안 전교조와 함께 했고, 지금 촛불광장에 녹아들어 있다. 촛불 혁명을 계승하고 앞으로 30년을 책임질 새로운 세대의 준비하는 막중한 임무를 전교조에 주어져 있다. 교육철학을 마련하는 것부터 새로운 사회에 걸맞는 인간상을 어떻게 주체적으로 발달시킬 것인가의 문제 까지, 자신들의 삶을 성숙시키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교원노조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대한 전망은?
홍영표 의원실을 통해 환노위에 상정돼 있다. 법안 통과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압박도 하고, 야당의원들도 만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만났는데 집권하면 첫 번째로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국정화를 강행하다가 검정교과서와 혼용한다로 물러섰다. 현재로선 현장에서 ‘연구학교’ 선정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진보교육감이 있는 13개 광역시도는 거부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경북, 대구, 울산, 대전이다. 일선 역사 선생님들과 2월 학교운영위를 통해 ‘연구학교’로 신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전교조는 초등학교 한자 혼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던데, 한글 사용 능력을 높이는데 한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말 법에 대한 기초가 충분히 성숙돼야 풍부한 언어 사용이 가능하다. 중학교 가서 배워도 늦지 않다. 물론 이와 관련해 (교육)학계에선 다른 주장도 있다. 다만 충돌이 있는 현실에서 무리하게 한문 혼용을 강행하려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한자 공부와 관련해 초등학교는 시장이 아주 넓다. 그래서 영리를 목적으로 정치권에 로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추론을 배제할 수 없다”
-전교조뿐만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은 교육운동을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세월호가 전교조에는 어떤 의미인가?
“‘가만히 있으라’에 대한 저항이 항쟁으로 떨쳐나게 한 힘과 동력이었다. 맹골수도가 촛불 혁명의 진항지다. 전교조는 416교육체제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18대 집행부는 팽목항에서 출범 했고, 세월호 아이들이 수장 됐던 맹골수도 앞에서 다짐했다. 전교조 조합원이 서있는 교단이 곧 세월호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아픔이자 딛고 일어서야 할 희망 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416을 단순히 안전 문제로만 접근해 안전처가 신설되거나, 수영장에 아이들을 강제로 넣고 몇 시간씩 버티게 하는 형해화된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다”
-촛불 항쟁을 함께 하면서 전교조가 새롭게 거듭 날 과제를 찾는다면?
“촛불항쟁의 한복판에서 전교조 임원선거를 치르다 보니, 고 김영한 민정수석이 비망록에서 밝힌 전교조 탄압이 박근혜와 김기춘으로 이어진 교육농단이었단 점이 부각됐다. 아울러 직접민주주의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면서 전국대의원대회를 근본적으로 수술하고, 반성적으로 보완하자는 제기가 나왔다. 전교조가 관료화 되면서 의사결정에 조합원들의 참여 기회가 줄어들고, 결정 사항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기형적 소통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모니터단을 100명당 한명꼴로 600여명 정도 꾸려서 일상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민주주의 플랫폼을 꾸려 온라인 상에서 문제를 재구성하고, 토론을 통해 결의문을 작성하는 등 직접 민주주의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전교조가 자기 임무를 다할 생각이다”
-선거 연령 몇 살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6세. 열여섯살 고등학교 2학년이면 충분하다”
-2월7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논의 될, 대선방침과 정치전략에 대한 입장은?
“촛불 국민들이 진성당원인 진보정당이 생겼으면 좋겠다(웃음). 노동자가 세상의 주인이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정치권력의 주인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대선에서도 민중진영이 독자후보를 내야 한다. 다만 진보정당 건설 시기와 관련해서는 현실감각이 떨어져 딱히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일부 민주당에 입당하는 간부들이나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위원장으로서의 2년 집권에 대한 포부를 밝힌다면?
임기 2년동안 교원노조법 바꿔서 법외노조 상황 극복하겠다. 특별법이라 노동기본권에 의해 보장 받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개정안을 내 놓은 상태이니, 해고자도, 퇴직자도, 예비교사도, 기간제 교사도, 노조 상근자도, 다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법 내로 진입하는 것이 1차 과제다.
욕심을 좀 더 내서 정치기본권을 쟁취하겠다. 교사들은 정치적 금치산자다. 정치활동에선 식물인간이다. 아무런 말도 못한다. 아이들 앞에서도, 일반 시민들 앞에서도. 세계적 상식에도 어긋난다.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후원금 내는 등 현실에서 정치적 기본권을 회복돼야 한다. 공무원과 함께 정치기본권 확보하는 것을 또 하나의 소망이자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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