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재벌' 뇌물 법안, 이대로 국회 통과?
▲ 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 | |
ⓒ 권우성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칠게 요약하면 '재벌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최순실에게 뇌물을 주고, 최순실과 그의 아바타 박근혜 대통령이 재벌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준 사건'이다.
정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국민연금 수천억 원을 내버린 일이 대표적이다. 앞서 재벌들은 돈 뜯긴 피해자인 척 했지만, 여러 가지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뇌물을 주고받은 공범이란 점은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됐다.
그런데 심각한 부패권력-재벌기업 커넥션이 또 있다. 바로 '규제프리존법' 거래다. 재벌들이 이 법을 위해 박근혜-최순실에 수천억을 쏟아 부었고, 이제 그 대가를 받아내려는 참인데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내용으로 봐도 '규제완화' 정책이 그렇듯 국민들 대다수의 삶을 망가뜨릴 법이다. 그런데 야당이 협조해 곧 이 법이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다시 한 번 시민들이 눈을 크게 떠야 한다.
먼저 '규제프리존법' 내용을 보자. '규제 없는(free) 지역(zone)'이란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규제'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처음엔 "손톱 밑 가시"라고 했다가, 나중엔 "쳐부술 원수"이며, "암덩어리"라고 했다. 그 발언들 끝에 이 법이 나왔으니 여기에 나열된 '규제특례'를 보면 대통령이 어떤 규제에 그렇게 분개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정보를 유출해야 기업이 돈을 번다?
먼저 병원이 마음대로 영리행위를 해 환자 상대 돈벌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에 분개했다. 이 규제는 이미 누더기가 돼왔다. 박근혜 정부는 환자를 치료해야 할 병원에 수영장, 헬스장, 호텔, 스파, 의류·식품 쇼핑몰, 여행사를 들이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그걸로 부족했는지 1%를 위한 상업적 진료를 하는 차움병원처럼 '시크릿가든'에서 골프 클리닉, 푸드테라피와 티테라피, 그리고 환자 주머니를 열 수 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만들려 한다.
대통령은 민간기업이 개인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넘길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규제도 참지 못했다. 개인정보는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것을 수집한 기업들이 전국이나 전 세계로 정보를 퍼뜨리거나 심지어 매매도 할 수 있게 만들려 한다. 그래야 기업이 돈을 벌고 '4차 산업혁명'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한 국유재산도 민간기업에 매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보전산지, 그린벨트, 녹지, 도시공원 등을 함부로 개발할 수 없게 한 환경보호 규제에도 손대려 한다.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도 환자에게 사용하게 하고, 학교 앞에 호텔도 지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기업을 대변하는 경제지들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라며 풀어야 한다는 것들의 실상이다. 몇 가지만 소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규제프리존법에 이런 구체적 조항이 무려 71개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법의 원칙에 있다. 제3조에 따르면 이 법은 다른 법들보다 우선한다. 제4조에 따르면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한다.
지금까지는 '~을 할 수 있다'고 적힌 것만 허용해왔는데, 이 법 시행 후 '~은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으면 모두 허용하겠단 뜻이다. 대통령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모두 물에 빠뜨려 꼭 살릴 규제만 살리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과 환경에 필요한 규제를 물에 빠뜨리겠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키라 주문한 박근혜
아주 심각한 두 가지 원칙이 더 있다. 하나는 "기업 실증 특례" 제도다. 기업 스스로가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허가 절차를 건너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규제 조항이 없거나', '기업이 보기에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신청할 수 있단다. 이익에 눈이 멀어 이미 있는 법도 어기며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기업들에게 이런 특혜를 줄 경우 벌어질 일은 상상조차 어렵다. 세월호 사태, 메르스 재앙, 메탄올 실명사고, 백혈병 산재 발생 등이 곳곳에서 늘어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기술기반사업"이다. 기업 실증 특례와 마찬가지로 신기술이라고 인정될 경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도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도록 한다. 새로운 기술이 유달리 안전할 리도 없고 오히려 검증되지 않아 위험한 경우가 많다. 첨단의 치료란 이름으로 사실상 임상시험이 환자 대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거나 죽어갈 수 있다.
평범한 서민들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지만 기업에는 마르지 않는 돈벌이 원천이 될 셈이다. 어느 기업인이 "기업의 유토피아"라고 이 법을 부른 건 과장이 아닐 것이다. 애초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며 신자유주의적 이윤추구와 경제성장 논리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박근혜정권과 보수여당들이 이 법에 눈독을 들일 만 했다.
기업들은 규제프리존법의 확실한 처리를 위해 박근혜-최순실에 뇌물도 갖다 바쳤다. 두 가지 경로인 듯하다. 하나는 알려진 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해서다. 기업들이 774억을 내자 대통령은 직접 연설을 하며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키라고 주문했고 그 중 하나가 규제프리존법이었다. 대통령은 재벌청부 법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직접 대국민 서명운동까지 했다. 시민단체들은 규제프리존법을 주고받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 등과 재벌총수들을 특검에 고발했다.
다른 경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다. 17개 대기업이 7227억 원을 냈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기업 임원들을 불러 모아 사실상 '기업 목죄기'로 지원을 요구했다. 한화가 1250억 원, 두산 1050억 원, 현대 1000억 원, LG 750억 원, 삼성 400억 원, GS 400억 원, 롯데가 398억 원 등을 냈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법
'창조경제'의 정점에는 박근혜-최순실의 행동대장 안종범과 차은택이 있었다. 박근혜는 대통령령을 개정해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차은택을 임명했고, 차은택의 외삼촌 김상률과 안종범을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위원에 앉혔다. 이들은 측근들부터 챙겨줬다.
차은택 측근이 대표인 회사가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모두 따냈고, 창조경제1호 기업으로 선정됐던 교육콘텐츠 업체 부사장은 정윤회 동생이었으며, 창조경제 스타트업 모범사례로 승승장구했던 가상현실 콘텐츠 대표 역시 최순실 측근이었다.
정부가 다양한 자료로 밝힌대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역사업이 바로 규제프리존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 돈으로 창조경제 사업 생색을 내고 중간에서 사익을 취하며, 재벌들은 규제프리존을 통해 투자한 것 이상의 특혜를 얻는 것이 바로 이들의 '딜'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악법이자, 재벌 뇌물의 대가인 이 법이 촛불 정국인 이 시점에 통과될 위기에 처해있다. 자유한국당(새누리당), 바른정당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들도 이 법 통과를 적극 요구하기 때문이다(안희정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윤장현 광주시장, 권선택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낙연 전남도지사). 이 중 대선주자 중 2위를 달리는 안희정 지사가 포함된 것이 특히 우려스럽다. 국민의당 의원들 중 일부는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과 함께 아예 이 법을 공동발의했다(김관영, 김동철, 장병완 의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앞두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온갖 반서민·친재벌 악법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대표적 악법인 규제프리존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광장의 분노는 단지 '국정농단'을 벌인 대통령 개인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체제가 만들어 온 규제완화와 민영화, 쉬운해고와 최저임금으로 빚어진 헬조선, 재벌체제도 함께 끌어내자고 외쳐왔다. 새로운 사회는 더 이상 이윤을 쫓아 침몰하는 나라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 인권을 위한 새로운 사회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 길은 규제프리존법 폐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대통령은 민간기업이 개인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활용하거나 제3자에게 넘길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규제도 참지 못했다. 개인정보는 유출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이것을 수집한 기업들이 전국이나 전 세계로 정보를 퍼뜨리거나 심지어 매매도 할 수 있게 만들려 한다. 그래야 기업이 돈을 벌고 '4차 산업혁명'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립한 국유재산도 민간기업에 매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보전산지, 그린벨트, 녹지, 도시공원 등을 함부로 개발할 수 없게 한 환경보호 규제에도 손대려 한다. 허가받지 않은 의료기기도 환자에게 사용하게 하고, 학교 앞에 호텔도 지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기업을 대변하는 경제지들이 '경제발전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라며 풀어야 한다는 것들의 실상이다. 몇 가지만 소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규제프리존법에 이런 구체적 조항이 무려 71개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예시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법의 원칙에 있다. 제3조에 따르면 이 법은 다른 법들보다 우선한다. 제4조에 따르면 법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한다.
지금까지는 '~을 할 수 있다'고 적힌 것만 허용해왔는데, 이 법 시행 후 '~은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으면 모두 허용하겠단 뜻이다. 대통령 박근혜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이런 말을 한 바 있다. "모두 물에 빠뜨려 꼭 살릴 규제만 살리고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인권과 환경에 필요한 규제를 물에 빠뜨리겠다는 것이 이 법의 핵심이다.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키라 주문한 박근혜
아주 심각한 두 가지 원칙이 더 있다. 하나는 "기업 실증 특례" 제도다. 기업 스스로가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판단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허가 절차를 건너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규제 조항이 없거나', '기업이 보기에 규제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신청할 수 있단다. 이익에 눈이 멀어 이미 있는 법도 어기며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기업들에게 이런 특혜를 줄 경우 벌어질 일은 상상조차 어렵다. 세월호 사태, 메르스 재앙, 메탄올 실명사고, 백혈병 산재 발생 등이 곳곳에서 늘어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기술기반사업"이다. 기업 실증 특례와 마찬가지로 신기술이라고 인정될 경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도 시장에 진출 할 수 있도록 한다. 새로운 기술이 유달리 안전할 리도 없고 오히려 검증되지 않아 위험한 경우가 많다. 첨단의 치료란 이름으로 사실상 임상시험이 환자 대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거나 죽어갈 수 있다.
평범한 서민들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지만 기업에는 마르지 않는 돈벌이 원천이 될 셈이다. 어느 기업인이 "기업의 유토피아"라고 이 법을 부른 건 과장이 아닐 것이다. 애초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자며 신자유주의적 이윤추구와 경제성장 논리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박근혜정권과 보수여당들이 이 법에 눈독을 들일 만 했다.
기업들은 규제프리존법의 확실한 처리를 위해 박근혜-최순실에 뇌물도 갖다 바쳤다. 두 가지 경로인 듯하다. 하나는 알려진 대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통해서다. 기업들이 774억을 내자 대통령은 직접 연설을 하며 '경제활성화법'을 통과시키라고 주문했고 그 중 하나가 규제프리존법이었다. 대통령은 재벌청부 법들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직접 대국민 서명운동까지 했다. 시민단체들은 규제프리존법을 주고받은 박근혜, 최순실, 안종범 등과 재벌총수들을 특검에 고발했다.
다른 경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다. 17개 대기업이 7227억 원을 냈다.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정부 주장과 달리 기업 임원들을 불러 모아 사실상 '기업 목죄기'로 지원을 요구했다. 한화가 1250억 원, 두산 1050억 원, 현대 1000억 원, LG 750억 원, 삼성 400억 원, GS 400억 원, 롯데가 398억 원 등을 냈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온갖 악법
'창조경제'의 정점에는 박근혜-최순실의 행동대장 안종범과 차은택이 있었다. 박근혜는 대통령령을 개정해 창조경제추진단장에 차은택을 임명했고, 차은택의 외삼촌 김상률과 안종범을 창조경제 민관협의회 위원에 앉혔다. 이들은 측근들부터 챙겨줬다.
차은택 측근이 대표인 회사가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구축 사업을 모두 따냈고, 창조경제1호 기업으로 선정됐던 교육콘텐츠 업체 부사장은 정윤회 동생이었으며, 창조경제 스타트업 모범사례로 승승장구했던 가상현실 콘텐츠 대표 역시 최순실 측근이었다.
정부가 다양한 자료로 밝힌대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역사업이 바로 규제프리존이다. 박근혜 정부는 재벌 돈으로 창조경제 사업 생색을 내고 중간에서 사익을 취하며, 재벌들은 규제프리존을 통해 투자한 것 이상의 특혜를 얻는 것이 바로 이들의 '딜'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악법이자, 재벌 뇌물의 대가인 이 법이 촛불 정국인 이 시점에 통과될 위기에 처해있다. 자유한국당(새누리당), 바른정당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지자체장들도 이 법 통과를 적극 요구하기 때문이다(안희정 충남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윤장현 광주시장, 권선택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낙연 전남도지사). 이 중 대선주자 중 2위를 달리는 안희정 지사가 포함된 것이 특히 우려스럽다. 국민의당 의원들 중 일부는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과 함께 아예 이 법을 공동발의했다(김관영, 김동철, 장병완 의원).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앞두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온갖 반서민·친재벌 악법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 상황에서 대표적 악법인 규제프리존법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광장의 분노는 단지 '국정농단'을 벌인 대통령 개인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박근혜 체제가 만들어 온 규제완화와 민영화, 쉬운해고와 최저임금으로 빚어진 헬조선, 재벌체제도 함께 끌어내자고 외쳐왔다. 새로운 사회는 더 이상 이윤을 쫓아 침몰하는 나라가 아니라 생명과 안전, 인권을 위한 새로운 사회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 길은 규제프리존법 폐기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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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진한 기자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부장이자 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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