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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0일 금요일

사람과 육식공룡도 한때 ‘청소동물’이었다

사람과 육식공룡도 한때 ‘청소동물’이었다

조홍섭 2017. 02. 10
조회수 402 추천수 0
에너지 효율 높고 천리안 지녀야 ‘청소동물의 자격’
모든 육식동물은 정도 차 있지만 모두 청소 행동

Adam Kane et al.2-s.jpg»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초식동물 사체를 청소동물인 독수리와 자칼이 먹고 있다. Adam Kane et al <Ecography>

육식동물 가운데 청소동물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죽은 초식동물의 뱃속에 얼굴을 처박고 게걸스럽게 먹는 하이에나나 독수리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동물학자가 보기엔 사냥꾼과 청소동물의 구분은 정도의 차이일 뿐 의미가 없다. 사자 같은 사냥꾼도 ‘공짜 점심’을 발견하면 마다치 않고, 하이에나나 독수리도 경우에 따라 사냥을 한다.

Pierre Dalous Gypful.jpg» 스페인의 그리폰독수리. 사체가 사라지자 포식자로 돌변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Pierre Dalous

특히 독수리는 썩은 고기를 먹는 데 적합하도록 머리의 깃털이 사라지고 매와 달리 발톱이 빈약해 사냥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마 전 그런 생각은 편견임이 드러났다. 광우병 사태로 유럽에서 가축 위생관리가 엄격해지자 들판에 내버리던 죽은 가축이 대폭 줄었다. 그러자 스페인의 그리폰독수리가 가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2006~2010년 사이 독수리로 인한 가축피해를 보았다는 신고가 1165건에 이르렀다. 농민들이 독약이 든 미끼를 풀어 이 멸종위기 독수리에 보복한 사례도 243건에 이른다.

거의 모든 육상 포식동물이 많든 적든 사체를 처리해 생태계 유지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어떤 자질을 지닌 포식자가 청소동물이 되는 걸까. 선사시대부터 현생동물에 이르기까지 ‘청소동물의 자격’이 뭔지를 기존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Adam Kane et al.-s.jpg» 청소동물의 자연사. 공기와 땅, 물에서 어떤 청소동물이 진화했는지 보여준다. Adam Kane et al <Ecography>

애덤 케인 아일랜드 코크 대 연구원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에코그라피> 7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기초대사량이 적고, 적은 에너지로 이동할 수 있으며, 감지능력이 뛰어난 동물일수록 청소동물의 성향이 강해진다고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이미 멸종한 공룡 등이 얼마나 청소동물 성향을 지녔는지도 추론했다.

연구자들은 먼저 ‘청소부의 자격’으로 낮은 기초대사를 들었다. 다른 동물의 사체는 언제 어디에 나타날지 모르고 생겼다가도 금세 사라진다. 따라서 오랜 기간 굶으면서 기회를 노릴 수 있는 동물이라야 청소동물이 될 수 있다.

신체의 기본기능을 유지하는 데 항온동물보다 에너지가 30분의 1밖에 들지 않는 파충류 등 변온동물이 그 유력한 후보다. 공룡, 상어, 뱀 등은 청소동물의 자격이 있는 셈이다. 연구자들은 현생 뱀 가운데 5개 과에서 죽은 동물을 먹는 행동이 발견됐는데, 악어 등 다른 동물에서도 그런 행동이 더 발견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거리를 적은 에너지로 이동하는 능력도 청소동물에 필수적이다. ‘움직이지 않는 고기’인 동물 사체는 모든 포식자가 노리는 표적이고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을 완벽하게 갖춘 동물이 독수리이다. 넓은 날개를 이용해 상승기류를 타고 활공하면 기초대사량의 1.5배 에너지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앨버트로스(신천옹)를 ‘바다의 독수리’라고 할 만한데, 육지 독수리와 마찬가지로 바다 표면에 떠오른 오징어 사체를 종종 낚아채 먹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커다란 새 먹이의 상당 부분이 이처럼 다른 동물 사체이다.

공룡시대에 하늘을 지배하던 날개폭 11m의 초대형 익룡 아즈다르키즈도 앨버트로스처럼 활공을 했는데 청소 행동을 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경북 군위에서도 비슷한 크기의 거대 익룡 화석이 발견됐다. ■ 관련 기사‘하늘의 제왕’ 세계 최대 익룡들의 사냥터). 반면 시조새는 날개구조가 비행에 효율적이지 않아 청소 행동에 부적합했을 것으로 보았다. 마찬가지로 박쥐는 날개가 장거리 비행에 적합지 않은 데다 활동하는 밤중에는 상승기류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동물의 사체를 먹이로 삼기 힘들 것으로 추정했다.

물은 공기 다음으로 효율적인 이동이 가능한 매체이다. 상어는 대형 조류와 비슷하게 청소 행동에 적합한 유영능력을 지닌다. 백상아리는 고래 사체를 찾아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기사대형 백상어는 고래 주검에 모여 사랑 나누나).

1280px-Crocuta_crocuta_Ikiwaner.jpg» 대표적 청소동물인 아프리카의 점박이하이에나. 위키미디어 코먼스, Ikiwaner

육상에서 대표적 청소동물인 하이에나는 말이 가볍게 달리는 것과 비슷한 걸음걸이로 장거리를 손쉽게 이동한다. 하이에나는 이런 효율적인 걸음걸이로 시간당 10㎞를 이동한다.

직립보행은 4족 보행에 견줘 에너지 소비가 크게 많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람은 두발 보행은 예측한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지만 달리기는 에너지 낭비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대표적 특징 가운데 하나인 장거리 달리기 능력이 청소동물을 확보하기보다는 사냥기술이라며, 죽은 동물의 위치를 재빨리 동료에게 알리는 데는 오래 뛰기 능력이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발 보행은 육식공룡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케인은 “티라노사우루스가 예민한 후각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큰 몸으로 주검만을 찾아 방대한 지역을 돌아다니기에는 에너지가 너무 든다”며 사냥과 우연히 얻어걸리는 사체의 청소 행동을 병행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자들은 육식공룡 가운데 체중 500㎏ 정도의 중형 공룡이 주로 청소 행동을 했을 것으로 보았다.

뛰어난 시각과 후각은 청소동물의 핵심 능력의 하나이다. 보통 500m 밖에서 주검의 냄새를 맡아야 청소동물로 살아갈 수 있는데, 하이에나는 4㎞ 밖의 썩은 고기 냄새를 알아챈다. 상어와 바다뱀도 냄새로 주검을 찾는데, 흥미로운 건 바람을 타고 퍼진 냄새를 맡기 때문에 풍속이 클수록 죽은 고래 주변에 많은 상어가 모인다.

독수리는 주로 시각에 의존한다. 아프리카의 주름민목독수리는 10㎞ 밖에서 2m 크기의 주검을 찾아낸다. 물론 하이에나는 시각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독수리가 모여드는 시각 정보를 주요하게 참고한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ne, A., Healy, K., Guillerme, T., Ruxton, G. D. and Jackson, A. L. (2017), A recipe for scavenging in vertebrates – the natural history of a behaviour. Ecography, 40: n/a. doi:10.1111/ecog.0281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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