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히면 껍질 벗고 도망치는 도마뱀붙이
붙잡히면 꼬리 자르기 더해 피부와 비늘까지 벗어 포식자 회피
마다가스카르서 75년 만에 신종 발견, 벌목으로 멸종 위험
» 마다가스카르에서 새로 발견된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 붙잡히면 큰 비늘과 함께 겉피부를 쉽게 벗어 버리고 알몸 상태로 달아난다. 꼬리도 잘린 뒤 복원된 흔적이 있다. F. Glaw
도마뱀의 특기는 위험에 처하면 꼬리를 잘라 포식자가 꿈틀거리는 꼬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도망치는 것이다. 그런데 꼬리 자르기에 더해 비늘과 껍질까지 벗겨놓고 거의 알몸 상태로 달아나는 도마뱀붙이 무리가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코모로 제도에만 서식하는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게코레피스) 속 도마뱀붙이가 그들이다. 도마뱀붙이는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파충류로 독특한 구조의 발바닥 빨판을 이용해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는 연구자들에게 연구가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형태를 연구하려면 붙잡아야 하는데, 그러는 순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겉모습이 바뀌기 때문이다. 1911년 독일 연구자 슈미트는 할 수 없이 솜뭉치로 감싸 조사하는 고육책을 썼지만 비늘이 일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습성 등도 이 속의 파충류를 수수께끼로 남겼다.
독일 루드빅 막시밀리안 대 박사과정생인 마르크 쉐르츠 등 국제 연구진은 이 속에서 비늘이 가장 크고 쉽게 껍질을 벗는 신종 도마뱀붙이를 발견했다고 온라인 과학저널 <피어제이> 7일 치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마이크로 단층촬영 기법을 이용해 이 파충류의 골격을 3차원 구조로 밝히고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 속의 계통을 새롭게 밝혔다.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로는 75년 만에 처음 발견된 이 도마뱀붙이(게코레피스 메가레피스)는 이 무리 가운데 비늘이 가장 크다. 이 파충류가 사람 크기라면 비늘 하나는 손바닥 크기인 셈이다. 비늘의 표면적이 피부의 부착 부위보다 상대적으로 커 다른 도마뱀붙이보다 비늘이 쉽게 떨어져 나간다.
또 비늘 아래 피부에는 떨켜가 형성돼 있어 피를 흘리는 등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고 바깥 피부가 떨어져 나간다. 포식자가 이 도마뱀붙이를 문다면 입안 가득 비늘과 피부를 남겨두고 도마뱀붙이는 거의 알몸 상태로 도망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비늘과 피부 바깥쪽을 떼어버려 거의 나체가 된 도마뱀붙이. 아무런 상처가 없다. 비늘과 피부는 수주일 뒤 복원된다. F. Glaw
주 저자인 쉐르츠는 “정말 놀라운 건 비늘이 뻣뻣하고 아주 조밀해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었을 텐데도 도마뱀붙이 아주 쉽게 그 아래 피부와 함께 벗어버린다는 사실과 아무런 흉터도 남기지 않고 재빨리 재생된다는 점”이라고 이 잡지가 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힘들게 만든 비늘을 쉽사리 떼어주고 또 아무런 방어수단도 없이 알몸으로 몇 주를 살아야 하는 건 도마뱀붙이에게 큰 손실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포식자에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낫다(물론 이런 전략이 선택돼 진화했다는 것을 이 논문이 밝힌 것은 아니다).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가 비늘을 떨구는 방법으로 포식자를 피한다는 사실은 2015년 다른 속의 대형 도마뱀붙이가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 한 마리를 잡아 입에 물었지만 약 30초 뒤 알몸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직접 목격한 보고가 있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이 도마뱀붙이의 피부와 비늘은 몇 주 안에 복원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재생 메커니즘을 밝히면 의료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파충류는 마다가스카르 북부 앙카라나 국립공원의 석회암 지대에만 사는데, 연구자들은 벌목 등 주변 환경 악화에 노출돼 있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종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가 발견된 마다가스카르 북부 앙카라나 국립공원의 석회암 지대. 위키미디어 코먼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cherz et al. (2017), Off the scale: a new species of fish-scale gecko (Squamata: Gekkonidae: Geckolepis) with exceptionally
large scales. PeerJ 5:e2955; DOI 10.7717/peerj.295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마다가스카르서 75년 만에 신종 발견, 벌목으로 멸종 위험
» 마다가스카르에서 새로 발견된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 붙잡히면 큰 비늘과 함께 겉피부를 쉽게 벗어 버리고 알몸 상태로 달아난다. 꼬리도 잘린 뒤 복원된 흔적이 있다. F. Glaw
도마뱀의 특기는 위험에 처하면 꼬리를 잘라 포식자가 꿈틀거리는 꼬리에 정신이 팔린 사이 도망치는 것이다. 그런데 꼬리 자르기에 더해 비늘과 껍질까지 벗겨놓고 거의 알몸 상태로 달아나는 도마뱀붙이 무리가 있다.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와 코모로 제도에만 서식하는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게코레피스) 속 도마뱀붙이가 그들이다. 도마뱀붙이는 열대지방에 주로 서식하는 파충류로 독특한 구조의 발바닥 빨판을 이용해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는 연구자들에게 연구가 힘들기로 악명이 높다. 형태를 연구하려면 붙잡아야 하는데, 그러는 순간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겉모습이 바뀌기 때문이다. 1911년 독일 연구자 슈미트는 할 수 없이 솜뭉치로 감싸 조사하는 고육책을 썼지만 비늘이 일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습성 등도 이 속의 파충류를 수수께끼로 남겼다.
독일 루드빅 막시밀리안 대 박사과정생인 마르크 쉐르츠 등 국제 연구진은 이 속에서 비늘이 가장 크고 쉽게 껍질을 벗는 신종 도마뱀붙이를 발견했다고 온라인 과학저널 <피어제이> 7일 치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마이크로 단층촬영 기법을 이용해 이 파충류의 골격을 3차원 구조로 밝히고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 속의 계통을 새롭게 밝혔다.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로는 75년 만에 처음 발견된 이 도마뱀붙이(게코레피스 메가레피스)는 이 무리 가운데 비늘이 가장 크다. 이 파충류가 사람 크기라면 비늘 하나는 손바닥 크기인 셈이다. 비늘의 표면적이 피부의 부착 부위보다 상대적으로 커 다른 도마뱀붙이보다 비늘이 쉽게 떨어져 나간다.
또 비늘 아래 피부에는 떨켜가 형성돼 있어 피를 흘리는 등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않고 바깥 피부가 떨어져 나간다. 포식자가 이 도마뱀붙이를 문다면 입안 가득 비늘과 피부를 남겨두고 도마뱀붙이는 거의 알몸 상태로 도망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 비늘과 피부 바깥쪽을 떼어버려 거의 나체가 된 도마뱀붙이. 아무런 상처가 없다. 비늘과 피부는 수주일 뒤 복원된다. F. Glaw
주 저자인 쉐르츠는 “정말 놀라운 건 비늘이 뻣뻣하고 아주 조밀해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었을 텐데도 도마뱀붙이 아주 쉽게 그 아래 피부와 함께 벗어버린다는 사실과 아무런 흉터도 남기지 않고 재빨리 재생된다는 점”이라고 이 잡지가 낸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힘들게 만든 비늘을 쉽사리 떼어주고 또 아무런 방어수단도 없이 알몸으로 몇 주를 살아야 하는 건 도마뱀붙이에게 큰 손실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포식자에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낫다(물론 이런 전략이 선택돼 진화했다는 것을 이 논문이 밝힌 것은 아니다).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가 비늘을 떨구는 방법으로 포식자를 피한다는 사실은 2015년 다른 속의 대형 도마뱀붙이가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 한 마리를 잡아 입에 물었지만 약 30초 뒤 알몸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직접 목격한 보고가 있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이 도마뱀붙이의 피부와 비늘은 몇 주 안에 복원된다. 연구자들은 이런 재생 메커니즘을 밝히면 의료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파충류는 마다가스카르 북부 앙카라나 국립공원의 석회암 지대에만 사는데, 연구자들은 벌목 등 주변 환경 악화에 노출돼 있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신종 물고기 비늘 도마뱀붙이가 발견된 마다가스카르 북부 앙카라나 국립공원의 석회암 지대. 위키미디어 코먼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cherz et al. (2017), Off the scale: a new species of fish-scale gecko (Squamata: Gekkonidae: Geckolepis) with exceptionally
large scales. PeerJ 5:e2955; DOI 10.7717/peerj.295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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