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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1일 문학경기장에서 치어리더와 함께 춤을 춘 군인 영상을 링크한 SK와이번스 페이스북 ⓒSK와이번스 페이스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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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 경기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재밌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육군 장병이 응원무대에서 치어리더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이었습니다. 육군 병사가 얼마나 춤을 잘 췄는지 그에게는 걸그룹 트와이스를 빗댄 ‘군와이스’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SK와이번스 페이스북에 올라온 ‘군와이스’ 동영상은 조회수 160만, 공유만 5,341회가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군와이스의 동영상은 ‘대한민국 육군’ 공식 페이스북에도 링크가 됐었습니다. 조회수 67만 회, 공유만 1,321회로 다른 콘텐츠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군와이스, 군인 규정 위반으로 민원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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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와이스라는 별명이 붙은 군인에게 민원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전한 OSEN 김태우 기자 트위터 ⓒ김태우 기자 트위터 화면 캡처 |
많은 야구팬에게 즐거움을 줬던 ‘군와이스’는 상이 아니라 징계를 받게 될 위험에 처했습니다. 누군가 당시 춤을 췄던 군인에 대해 복무규정 위반 등으로 민원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OSEN 김태우 기자는 트위터에 ‘이른바 군와이스 사태는 민원이 들어왔고, 그 민원에 대해서는 자체 심의를 거쳐 결과까지 통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육군 홈페이지에는 온라인 등을 통해 민원이나 국방 관련 신고를 할 수가 있습니다.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올 경우 자체 심의를 하거나 징계위원회를 거쳐 지휘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징계 수위를 결정합니다. 실외 탈모 등의 일반규정을 어겼다면 휴가제한, 근신 등의 처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다행히 김태우 기자에 따르면 ‘SK와 해당 방송사가 선처를 호소하는 공문을 17사단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 징계 수위가 그리 높지는 않을 듯합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이나 군필자 등은 민원을 넣었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별일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이런 일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좆같은 현실 아니냐?
가장 젊고 밝고 혈기넘치는 시기의 젊은 애들이 2년 가까이 나라 위해서 희생하는데
기껏해야 며칠 사회 나와서 재밌게 놀았다고 징계를 주니 마니 이야기 나오는 것 자체가 좆같은거지.
저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며 방송 통해 본 사람들 다들 즐거워 했는데 상을 주지는 못할 망정
이따위로 대하는 건 군기 떨어뜨리는 일이지.
아니 까놓고 군기라는 말도 웃기고, 내가 이 2년 왜 나라를 위해 갖다 바쳐야 하나
그런 회의감만 들듯.
하, 선처를 호소한다니… 선처…”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 중에서)
‘개인적 일탈이 아닌 호국보훈의 날 공식 행사 중에 벌어진 일’
6월 21일 SK와이번스는 호국보훈의 날 특집 행사로 문학경기장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벌였습니다. 호국보훈의날 특집이라 국가유공자들에게는 무료 입장과 선물을 제공했고 17사단 장병들을 공식 초청해 무료로 야구 경기를 관람하게 했습니다. 경기 전에는 17사단 군악대의 연주와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의 시간도 있었습니다. SK와이번스 선수들은 밀리터리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경기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춤을 췄던 ‘군와이스’는 17사단 초청 행사로 경기를 관람하던 병사였습니다. 당연히 인솔 장교가 있었고, 고위 장교의 묵인하에 응원무대에 올라가 흥을 돋웠습니다. 우정의 무대’나 ‘진짜 사나이’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장병들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추는 장면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만약 ‘군와이스’ 병사가 개인적으로 야구장을 찾아 음주한 상태 등에서 과도하게 춤을 춰 불쾌감을 줬다면 충분히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춤을 췄던 병사는 개인이 아닌 17사단 공식 행사로 문학경기장에 왔고, 춤만 열심히 췄을 뿐 불쾌한 행동이나 군인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수 ‘비’의 근신 7일과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생계형 비리’
일부에서는 2013년 군인복무 규율 위반으로 7일간의 근신 처분을 받은 가수 비와 비교를 하기도 합니다. 당시 가수 비는 휴가 중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자는 쓰지 않은 모습의 사진이 공개돼 네티즌으로부터 민원 신고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가수 비를 신고한 네티즌은 “연예사병도 현역 군인이다. 더욱이 군인의 얼굴임에도 군복무규율을 무시하고 민간인 지역에서 탈모한 것은 군의 위신을 실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수 비와 군와이스 모두 탈모를 했지만, 장소가 달랐습니다.
가수 비는 거리에서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실외 탈모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군와이스는 17사단 초청 행사로 문학 경기장에서 야구 관람 도중 응원 무대에 올라간 것입니다. 당시 관람석에 있었던 군인들도 대부분 탈모를 하고 야구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같은 실외 탈모로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외 탈모로 헌병에 적발될 경우 보통 첫 번째는 경고만 합니다. 재발될 경우 군부대에 통보를 하고 수위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2013년 가수 비의 경우는 연예병사들의 일탈과 군인 복무 규정 위반 등이 보도됐기 때문에 논란이 커진 점도 있었습니다.
2015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방위사업청 출범 후 비리가 줄었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질문에 “개청 이전엔 대형 비리가 많았는데 이후엔 소위 권한형, 생계형 비리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최근 비리가 생계형 비리냐’고 거듭 묻자 “규모 면에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은 “국민 억장이 무너지는데 그렇게 말하면 되냐. 통영함 비리로 나간 돈이 1600억 원”이라고 한 장관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리는 인천문학경기장에는 매년 군인들이 단체로 야구 경기를 관람합니다.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군와이스’ 사태로 군인들의 야구 경기 관람이 제한되거나 자유롭게 즐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군인과 국방을 대하는 자세에서 무엇이 정말 대한민국에 필요한지 묻고 싶습니다. 힘겨운 군생활에서 야구 경기장을 찾아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낸 17사단 장병들과 ‘군와이스’가 이번 사태로 불이익을 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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