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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일대의 공사장 등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다 죽어간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해가 70년 만에 귀향했다.
70년 전 강제징용 희생자들은 바다를 한번씩 건너게 될 때마다 더 이상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절망을 겪었다. 그 죽음의 길을 되짚어 115명의 넋이 <70년만의 귀향>을 통해 조국의 품에 안겼다.
<70년만의 규향>은 해방 70주년을 맞아 홋카이도의 강제노동 현장에 방치되어 있던 희생자의 유골을 유족과 고향의 품으로 모셔 오는 한국과 일본 민간단체의 협력 작업이다.
지난 18일 부산항을 통해 귀향한 115명의 강제징용 희생자들의 유해는 다음날인 19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유족과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늦은 장례식을 치렀다.
아사지노 구 일본육군비행장 건설 희생자 유골 (39구), 코켄지 안치 슈마리나이 우류댐 건설 희생자 유골 (4구), 비바이 탄광 한국 출신자 유골 (6구), 혼간지 삿포로 별원 안치 한국 출신자 유골 (71구)은 합동장례식 후 20일 경기 파주 서울시립묘지 납골당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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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축문은 한․일 시민단체로 구성된 ‘강제노동희생자 추모·유골 귀환 추진위원회’(이하 귀환추진위)의 한국 측 대표인 ㈔평화디딤돌 정병호 대표(한양대 교수)가 올렸다.
정 대표는 축문에서 “너무 늦어 죄송하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수천, 수만의 강제노동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 꼭 모셔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다시는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인류, 인간에 대한 범죄가 정당화 되지 않도록, 전쟁을 부추기는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례식은 엄숙한 가운데 진행됐다. 유족들은 물론 시민들도 흰색 옷을 갖춰 입고 예를 갖췄다. 분향 후 유가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故 진병락 선생의 아들 진병윤 씨는 거듭 “감사하다”고 전할 뿐 긴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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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중간 중간 가수 정태춘, 재즈 보컬리스트 써니 킴,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이애주(68·여) 서울대 명예교수 등 문화예술인들의 추도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정태춘 씨는 ‘징용자 아리랑’이란 제목의 노래로 70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115위의 넋을 위로했다.
징용자 아리랑
달아, 높이나 올라 이역의 산하 제국을 비추올 때
식민 징용의 청춘 굶주려 노동에 뼈 녹아 잠 못들고 아리 아리랑, 고향의 부모 나 돌아 오기만 기다려 달아 높이나 올라 오늘 죽어 나간 영혼들을 세라
달아 높이나 올라 삭풍에 떠는 내밤을 비추올 때
무덤도 없이 버려진 넋들 제국의 하늘 떠도는데 아리 아리랑, 두고 온 새 각시 병든 몸 통곡도 못듣고 달아, 높이나 올라 내 넋이라도 고향 마당에 뿌려라
아리 아리랑, 버려진 넋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달아, 훤히나 비춰 슬픈 영혼들 이름이나 찾자 고향엘 들러야 저승길 간단다 달아, 높이곰 올라라 달아, 놈이곰 올라라 |
이어진 추도사에서 공동장례위원장인 교토 니시혼간지의 승려 도노히라 요시히코(展平善彦)는 “강제노동의 책임은 식민지배와 전쟁침략 체제를 유지한 일본 정부와 강제노동 사역을 강요한 기업에 있지만 일본 국적을 가진 우리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루라도 빨리 양국의 책임으로 유골 반환을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15분의 유해가 70년이 지나서야 고통스런 길을 되짚어 고향에 돌아왔다. 이제 115분이 돌아왔을 뿐, 아직 일본 각지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유골의 수는 셀 수 없다”면서 “오늘 장례식은 작은 시작이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돌아오지 못한 분들의 귀향을 기다린다”는 추도사를 전했다.
한편, ‘귀환추진위’는 “‘70년만의 귀향’은 이번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면서 “앞으로 더 많은 희생자들의 귀환을 위한 노력과 관련 활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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