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권을 놓고 싸운 ‘왕자의 난’으로 총수일 가의 전횡이 드러난 롯데그룹을 향한 불매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시작은 부산입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등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월 11일 ‘나쁜 롯데재벌 개혁 시민운동본부’를 출범했습니다.
이들은 “롯데는 부산에서 돈만 벌어가고 재계 5위의 기업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은 도외시했다.”며 “앞으로 롯데 그룹의 각종 문제점을 시민에게 알리고 백화점, 마트, 패스트푸드점 안 가기 운동 등을 전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시민들은 도대체 왜 ‘롯데 불매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취재해봤습니다.
‘시가 3천억 원 땅에 부과된 세금 2,980원’
롯데는 부산에서 엄청난 특혜를 받은 기업입니다. 1988년 롯데는 부산롯데월드를 만들겠다며 옛 부산상고 부지등 금싸라기 땅 1만 687평을 구입합니다. 이 중 55%인 5,878평을 롯데호텔이 매입했는데, 외국법인이라는 이유로 191억 원의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받습니다.
1989년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폐지됩니다. 그러나 부산시는 1991년에도 폐지된 법을 롯데에 적용했습니다. 1991년 롯데가 이 땅에 대해 낸 세금은 ‘종합토지세 2,900원’과 ‘재산세 80원’이었습니다. 1989년부터 3년간 롯데가 5,870평 땅에 대해 납부한 종합토지세와 재산세는
총 4,970원에 불과했습니다.
부산시는 시가 3천억 원이 넘는 땅에 2,980원의 세금만 부과했고, 롯데는 현재 시장가치로 무려 1천억 이상의 세금 면제 혜택을 받은 셈입니다.
조기 개장, 임시주차장 사용료 20억 특혜 배경은 ‘뇌물’
2014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23일 ‘롯데몰 동부산점’이 개장됩니다. 당시 롯데몰 동부산점은 주변 도로와 진입로의 공사가 끝나지도 않아 개점을 연기하라는 권고를 경찰로부터 받기도 했습니다.
부산일보는 롯데가 공사를 제대로 끝내지도 않고 개장하려는 이유가 크리스마스 특수를 노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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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장 며칠 전까지도 차량과 중장비를 동원한 공사를 했던 롯데몰 동부산점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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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몰은 주차장이 미비된 상황이라 부산도시공사 부지 16만 8천㎡를 임시 주차장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롯데는 5개월간 사용료 20억 3천만 원을 내지 않았습니다. 부산시는 전력망 공사를 롯데가 했기 때문에 주차장 사용료 20억 원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시의 입장에 대해 전진영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은 “규정상 전력망 공사비는 당연히 롯데가 내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그만큼 롯데에 특혜를 준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롯데몰’이 시설과 도로가 미비한 상태에서 개장하고 임시주차장 사용료 등의 특혜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롯데가 이종철 전 부산도시공사 사장과 시의원, 공무원 등에게 점포권을 ‘뇌물’로 줬기 때문입니다.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까지도 편법으로 무마했던 롯데가 원한 것은 조기 개장을 통한 수익이었습니다. 결국 롯데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불법적인 일이라도 자행했던 기업이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롯데’
롯데는 옛 부산시청 부지에 높이 107층 규모의 초고층 호텔과 백화점을 짓겠다며 2002년 공유수면 매립허가를 신청했습니다. 롯데타운 공사 예정지에는 ‘영도다리’와 ‘북빈물양장’ 등이 있었습니다. 롯데는 ‘물양장 이전 비용’과 ‘영도대교전시관 설립 비용’ 등을 부담하는 조건 등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롯데가 롯데타운을 건설하면서 ‘북빈물양장’이 폐쇄되고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물양장이 건설됐습니다. 그러나 애초 약속과 달리 롯데는 최종
공사비 340억 7천억을 정산해 받았습니다. 롯데는 북빈물양장 부지는 싼값에 매입하고 동삼동 물양장 부지는 비싼 비용으로 건설하면서 이중으로 돈을 벌었습니다.
문화재였던 영도다리는 롯데타운이 생기면서 해체, 복원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부산시문화재위원회’는 옛 영도다리 철거에 따른 영도대교전시관을 롯데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심의해줬습니다. 그러나 롯데는 부산시와 중구를 상대로 전시관 건립 및 비용부담 부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95억 원에 달하는 전시관 건립비용은 결국 부산시가 떠안게 됐습니다.
롯데는 롯데타운 내에 백화점과 영화관, 쇼핑몰을 건설하면서 107층짜리 롯데타워(호텔)를 건설하겠다며 매립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9년 3월 기공식이 끝난 후인 11월 갑자기 107층 중 83개 층을 주택시설로 용지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당초 매립허가 용도와 다르다는 이유로 부결시켰습니다.
2009년 기공식 이후 롯데는 지하기초공사만 끝내고 현재까지 공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2018년에는 관광사업시설 및 공공용지를 주택용지로 변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립허가를 받아 호텔 등으로 관광사업을 하겠다는 롯데의 본심은 버티고 있다가, 몇 년 뒤에 전망 좋은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 수익을 노리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부산에서 롯데그룹을 취재하면서 어떻게 롯데에 이런 불법적이고 말도 안 되는 혜택이 수십 년간 이어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산시민들은 롯데가 부산에 사업장이 여러 개 있으니 잘해주면 고용이나 세금 납부 등으로 환원하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롯데는 혜택이란 혜택은 모두 받아 챙기면서 철저하게 부산 시민을 우롱했습니다.
기업이 수익을 위해 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정당하게 자본을 투자해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매립 허가’, ‘문화재 심의 통과’, ‘세금 면제’ 등의 각종 혜택을 받고도 본래 목적대로 운영하지 않는다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롯데는 ‘롯데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백화점 앞의 집회신고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아이엠피터가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에서 인터뷰하는 동안 보안요원들은 취재를 감시하기도 했습니다. 부산시민들이 ‘나쁜 롯데 재벌개혁’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가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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