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31] ‘곤죽’과 ‘나리’의 어원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있다. 퇴직하고 더 바빠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늘 집에 들어오면 곤죽이 된다. ‘곤죽’이란 ‘곯아서 썩은 죽처럼 상하거나 풀어진 것(사람이나 물건이 엉망이 되어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태. 혹은 몸이 상하거나 늘어져 있는 상태)’을 이르는 말이다. 예문으로는 “태호는 잠 안 자고 일만 하더니 곤죽이 되었구나” 등이 있다.
언어도 인플레이션이 심하다. 과거에 ‘나리’는 ‘옛날에 왕자를 높여 부르던 말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정삼품 이하의 당하관을 높여 부르는 말로 정착’되었다. 그러니까 세상에 관직에 오른거나 그에 준하는 사람 모두를 일컫는 말로 변한 것이다. 불리는 사람의 계급이 낮아졌으니 디플레이션이라고 해야 하나? 예문으로는 “태호야, 가서 군수 나리 모시고 오렴”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남세스럽다’는 ‘남우세스럽다’인데, 줄어서 ‘남세스럽다’가 되었다. 남의 웃음거리가 될 만하다는 뜻, 남의 조롱이나 비웃음을 받을 만하다는 뜻이다. ‘남사스럽다’와 복수표준어이다(2011년 8월 국립국어원 인정). 예문으로는 “다 큰 처녀가 남세스럽지도 않니? 허연 종아리 다 내놓고 나다니다니”와 같은 것이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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