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327] ‘반찬’과 ‘건건이’
예전에 ‘개차반’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것과 연관된 말이다. ‘반찬’이라는 말은 원래 ‘차반’에서 나왔다. 차반이 반찬이 된 것은 음절도치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는 ‘상호 간’이라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호상 간’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두시언해에 ‘盤애 다문 차바니 머리 여러 가지 마시 업스니’란 구절이 나오는데, 이때의 ‘차반’이 곧 음식이란 뜻이다. 석보상절에도 ‘차반 망갈쏘리 워즈런 하거늘’이란 구절이 나오는데 역시 ‘차반’이 ‘반찬’이 되면서 그 의미가 축소되어 반찬 즉 밥에 곁들여 먹는 음식의 뜻으로만 쓰이게 된 것은 근대에 와서의 일이다.(황경수 ‘친숙하지만 틀리기 쉬운 우리말’에서 발췌)
야채나 고기 또는 생선 따위로 만든 여러 가지 반찬이 있는데, 대개 간을 맞춘 것이기 때문에 건건한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강원도나 충청도 지방에서는 반찬을 건건이라고 했다. 필자는 어린 시절에 ‘건건이’라고만 했다. 건건이는 본래 비표준어였던 것인데, 새 표준어 모음에서 반찬과 더불어 복수표준어가 되었다. 요즘 “건건이 먼저 먹세”라고 하면 모두 웃는다. 허허.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