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로 쓰기 노트] 구체성을 띠는 선명한 글쓰기
- 김규동 기자
- 입력 2024.10.28 06:17
- 댓글 0
[월드투데이 김규동 기자] 감각을 통해 쓴 글은 구체성을 띠게 되고, 독자는 감각을 통해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라는 말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 같다.
시(詩)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이미지 만들기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시인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표현한다. 이전의 방법이나 내용을 흉내 낸 시라면, 그 작품은 읽을 가치가 없을 것이다. 새로움의 추구, 이는 작가의 숙명인 것은 자명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사람이 시인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맞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시를 많이 읽으면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산문(散文)에 시를 원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가 만든 이미지를 갖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도 있다. 수필의 경우, 구상 단계에서부터 이미지를 상상하고 시작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미지가 ‘글 씨앗’ 역할을 하는 것이다. 평소 이미지 글을 수집하고 정리해 두면 성공적인 글쓰기로 나아갈 수 있다.
‘이미지 수집’이라는 목적을 갖고 글을 읽으면 집중이 잘 된다. 그저 책장을 넘기는 독서에서는 얻을 게 많지 않다. 야구선수가 목적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서듯, 독서도 목표물을 분명히 하면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대중가요를 듣다 보면 이미지가 돋보이는 노랫말이 많다. 몇 분 내로 가사(歌詞)를 전달해야 하기에 그림을 그리듯 노랫말을 쓸 수밖에 없다. 노랫말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데, 대중의 마음이 움직일 리는 없다. 쉽게 이해되는 노랫말, 성공의 요체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 나를 속인 사람보다 니가 더욱 야속하더라 / 한두 번 사랑 땜에 울고 놨더니 / 저만큼 가버린 세월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청춘아 너는 어찌 모른 척하고 있느냐 / 나를 버린 사람보다 니가 더욱 무정하더라 / 뜬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 어느새 흘러간 청춘 / 고장 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나훈아 노래 ‘고장 난 벽시계’
이미지가 선명할 때 노랫말은 구체성을 띠게 되고, 대중은 노래에 빠져들게 된다. 아이들의 노래에 구체적인 사물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머리로 받아들이기 전에 감각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노래를 더 많이 찾고 부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규동 기자 mhnworldtoday@naver.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