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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4일 금요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부결로 또 폐기...국민의힘서 '4표' 이탈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부결로 또 폐기...국민의힘서 '4표' 이탈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투표 결과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4.10.04.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부쳐진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이 4일 모두 부결됐다. 법안은 즉시 폐기됐지만,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이른 시일 내에 재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 세 법안에 대한 재표결 안건을 상정했다. 여당의 이탈 표 발생 여부에 촉각이 곤두선 가운데,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표결에 참석하는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무기명 투표 결과, 우선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은 재석 의원 300명 가운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기권 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이어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재의의 건)'은 찬성 187표, 반대 111표, 무효 2표 부결됐다.

거부권 행사로 돌아온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가결되려면 재적(300명)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날의 경우 200명의 찬성이 필요했으나 세 법안 모두 이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앞서 지난달 19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곧바로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세 법안에 일괄 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뒤 24번째 거부권이었다.

대통령실은 세 법안을 "반헌법적이고 위법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에서 세 법안에 대한 '부결' 당론을 정하고 표결에 임했다.

한편 이날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표결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힘에서 4명의 이탈 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힘(108명)을 제외한 야당·무소속 의원이 모두 두 법안에 찬성했다면 야권의 최대 찬성표는 192표인데, 두 법안의 찬성표는 194표였다. 또한 기권 또는 무효에 2표가 발생한 만큼, 이는 국민의힘 의원에게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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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3일 목요일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오기출의 기후 리터러시] '공짜 탄소' 집착하는 정부… 투자회수하는 글로벌 자본

24.10.04 07:23최종 업데이트 24.10.04 07:23

▲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 앞에 유럽연합 깃발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유럽연합과 미국이 추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이하 탄소국경세)에 대해 한국 기업의 부담 최소화를 추구해 왔다.

실제로 지난 1월 23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동아일보> 기사 "'계산법도 몰라요' EU 탄소배출 신고 1주 앞 기업들 혼란"에 대해 "정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 우리 기업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관련 지원을 적극 시행중"이라는 보도설명자료를 발표했다.

8월 2일 <오마이뉴스> 기사 "무능한 윤정부… 조만간 한국 기업 수백 개 사라질 위기(https://omn.kr/29mty)"에 대해서도 산업부는 설명자료에서 ▲ 탄소국경세 도입 초기부터 우리 기업의 요구사항을 적극 개진하여 ▲ 한국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고 자랑했다. 정부가 2021년 7월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초안 발표 때부터 기업의 요구를 적극 개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초기부터 반영해 왔다는 우리 기업의 요구는 무엇일까?

기업 부담 최소화 추구하는 한국 정부

그것은 '공짜 탄소' 혜택이다. 2021년 7월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현 한국경제인협회)는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적용 면제국에 한국을 포함해 달라'는 내용으로 유럽연합 의회에 편지를 보냈다. 이유는 한국이 유럽연합과 유사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경련은 1년 뒤인 2022년 9월 28일에도 유럽연합 의회에 다시 유사한 편지를 보냈다. 이렇게 해서라도 한국 기업들은 탄소국경세 면제를 통해 공짜 탄소 혜택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 정부는 기업 요구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2023년 11월 15일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보도자료에서 기재부 차관이 유럽연합 게라시모스 토마스 조세총국장을 만나 "한국이 엄격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운영 국가인 만큼 한국 기업에 불필요한 부담을 가중시키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재부는 토마스 총국장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의견을 고려하겠다고 대답한 것에 희망을 둔 듯했다.

그런데 정부가 희망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의 긍정적 고려는 기대할 것이 없다. 전경련의 탄소국경세 면제 요구에 유럽연합은 답을 하지 않았고, 정부의 기업 부담 최소화 요청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세 부과 기준인 탄소배출권 제도는 공짜 탄소를 없애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목표다. 아울러 투명성, 완전성, 신뢰성 등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한국의 탄소배출권이 유럽연합과 호환되기 위해서는 이런 유럽연합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전경련이 주장하듯이 한국의 탄소배출권 제도가 엄격할까? 기업은 이 제도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을까? 유럽연합으로 돌아간 토마스 조세총국장은 한국에 대해 사실상 무엇을 고려해야 했을까?

무엇보다 느슨한 탄소배출권 운영이 문제다. 한국은 약 700개의 온실가스 다(多)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배출권 제도를 운영하지만, 정부가 대상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 배출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별다른 감축 노력을 안 해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 심지어 허용 배출량을 다 채우지 못해 남는 배출권을 판매해 횡재수익까지 챙긴다는 점에서 허점투성이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의 보고서는 한국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포스코 등 10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들이 남는 탄소배출권을 팔아 약 4747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9월 3일 국회에서 개최된 배출권거래제 토론회에서 탄소배출권 컨설팅 기업 '에코아이'는 한국에서 이렇게 남아도는 탄소배출권 누적 잉여량이 2024년 9990만 톤이고, 내년에는 1억 3034만 톤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러다 보니 한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공짜 탄소와 횡재수익으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

투자 대상에서 배제되는 고탄소 기업 포스코

▲ '해외 투자기관들이 기후 대응과 노동권에 대한 우려로 철강업체 포스코를 떠난다'고 보도한 3월 26일 자 영국의 <리스판서블 인베스터> ⓒ 리스판서블 인베스터

정부와 기업들의 공짜 탄소에 대한 집착은 다소 참담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 그것은 고탄소 제조업체들에 대한 투자 자본들의 투자회수다. 지난 3월 26일 영국의 금융 매체인 <리스판서블 인베스터>는 해외 투자기관들이 기후 대응에 소홀한 포스코를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15개 유럽 소재 기관투자자들이 기후 대책 미비 등으로 포스코홀딩스와 자회사들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2024년 포스코홀딩스에서 투자회수 결정을 한 네덜란드 자산 운영사 로베코는 포스코가 석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계획을 세우지 못하자, 기후 기준 미달로 투자를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런 투자회수로 포스코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2022년 9월 54%에서 2023년 9월에 절반인 28%로 떨어진 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4일에는 2000년 이후 25년 동안 포스코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었던 일본제철이 포스코홀딩스 주식 289만 4712주 전부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포스코홀딩스의 3.42% 지분을 갖고 있던 대주주 일본제철은 1주도 남기지 않고 전부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제철의 포스코 주식 매각이 미국과 인도 시장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일본제철이 탈탄소, 탄소국경세, 투자회수, 미국 대선 결과 등으로 미래가 불확실해진 한국 시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투자회수는 투자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음에도 해당 기업이 투자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만족시키지 못해 행사되는 최후의 수단이다.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공짜 탄소의 혜택을 포스코가 누리는 동안에 투자 자본들은 떠난 것이다. 이것은 유럽연합에서 시작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으로 확산되는 탄소국경세의 공세에서 한국 제조업들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력한 공짜 탄소 대신 대담한 탈탄소 전환으로

지난 3월 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390개 기업이 참여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실태와 지원과제 조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이라고 한 기업이 올해 60.3%로, 2022년의 34.8%보다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응답한 89%의 기업들은 '탄소중립에 대응하려 해도 투자 리스크가 높아 망설인다'고 했다. 너무 낮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그 투자 리스크 중 하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출권 거래제 참여기업인 D사는 탄소 감축을 위해 지난 2년간 1000억 원 넘는 비용을 들여 감축 설비에 투자했다. 그런데 탄소배출권 가격이 1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배출권 구매가 더 나은 선택이 되어 버렸고, 경영진도 이럴 거면 왜 투자했냐고 담당 부서를 추궁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의 제조업들이 대응을 안 하는 것은 공짜 탄소가 정치적, 경제적, 정신적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9월 초 중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품목들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세 대상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중국 정부는 2026년까지 적응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품목에 탄소 가격을 부과한다고 했다.

그동안 높은 탄소세가 일본 산업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신중했던 일본 정부 역시 2023년 7월 '녹색 전환 추진 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가격제를 본격 도입하고 있다.

도쿄에 소재한 아시아개발은행연구원 백승주 전 부원장은 "일본 정부는 철강, 알루미늄 등 제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해 10년간 20조 엔(약 184조 원) 이상의 전환채권을 지원한다. 이 전환채권은 탄소가격제인 배출권 거래제와 연동되어 있다. 전환채권의 혜택을 얻기 위해 소극적이던 740개 이상의 일본 기업들이 이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은 모두 자국의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짜 탄소 대신 탄소에 가격을 부과하고 있다.

한·중·일 중에서 한국만 기업 부담 최소화를 위해 공짜 탄소를 방치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민감한 상황에서 제조업 국가인데도 한국만 둔감하다. 한국도 적정한 탄소 가격 정책과 대담한 탈탄소 지원 전략을 병행해야 지금의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본처럼 탄소가격제와 연동한 대규모 녹색전환채권 도입이 하나의 길로 보인다.

김정은 “윤석열 괴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

 윤 대통령 국군의 날 기념사 비난

기자이제훈

수정 2024-10-04 08:58등록 2024-10-04 08:45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석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는 국군의 날 기념사를 겨냥해 “윤석열 괴뢰” “뭔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판한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인 2022년 7월27일 ‘전승 69돌 기념행사’ 연설에서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 운운하며 “대남 대적 정신”을 강조한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윤 괴뢰가 핵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의 문전에서 군사력의 압도적 대응을 입에 올렸는데 뭔가 온전치 못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지 않을 수 없게 한 가관”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괴뢰가 그 무슨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이니 ‘정권종말’이니 하는 허세를 부리고 호전적 객기를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인 것은 지역의 안전과 평화를 헤치는 세력이 바로 저들임을 자인한 것”이라 말했다.

이어 “적들이 ‘만약’ 공화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든다면 가차 없이 핵무기를 포함한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그러한 상황이 온다면 서울과 대한민국의 영존(영구 존속)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곤 자신의 말이 “그 무슨 수사적 위협이 아닌 물리적 파괴력에 대한 현실적 예측”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2022년 7월27일 윤 대통령을 처음으로 실명 비판했을 때에도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 엄포를 놨다.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비록 상대방의 “핵무기 사용”이나 “주권 침해 무력 사용”을 전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종말” 운운하는 위태롭고 험악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현지시찰 계기 윤 대통령 실명 비난을 3일치 1~2면에 펼쳐 보도했다. 3면 머리기사로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전날 대남 비난 담화 전문을 실었다. 전체 6개면 가운데 3개면을 대남 비난에 할애한 셈이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들개무리의 ‘힘자랑’인가, 식민지 고용군의 장례 행렬인가”라고 폄훼하는 담화를 2일 밤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는 남쪽의 국군의날 행사 비난과 함께, 오는 7일 소집이 예정된 최고인민회의 14기11차 회의를 앞둔 ‘대남 적개심 고취’ 목적이 짙게 느껴진다. 7일 열릴 최고인민회의는 “북남 관계는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는 김 위원장의 신노선을 헌법에 반영하는 ‘사회주의헌법 수정보충’을 주요 의제로 다룬다고 예고돼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일 “서부 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시찰하며 지휘성원(지휘관)들한테 윤석열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를 “괴뢰들이 떠안고 있는 안보불안과 초조한 심리를 내비친 것”이라고 규정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늘어선 군인들 뒤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구호판이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의 ‘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 시찰은 지난달 11일 이후 21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계속 힘을 키워야 한다, 오직 두 손에 틀어진 힘만이 적을 다스리고 자기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담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 무력훈련기지’ 현지시찰 땐 “전쟁은 사전에 광고를 내고 하지 않는다”며 “투철한 대적의식과 주적관”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유사시 후방 침투와 파괴를 주요 임무로 하는 특수부대를 한달새 두차례나 방문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 행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르포] “참말로 깨깟한 사람이 돼야제” 영광군수 재선거, 세가지 관전 포인트

 

민주·조국혁신 후보 자격 논란 거세…진보당 약진으로 3강 구도 형성, 이재명 vs 조국 대리전에 복잡한 속내


인구 5만의 작은 지역.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가 전국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격돌로 뜨거워진 선거판세는 진보당의 급부상으로 3강 구도가 형성됐다. 세 당 후보 모두 오차 범위 내 30% 지지율,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접전이다. 지난 2일 격전지 영광을 찾았다.


영광군 읍내에 위치한 영광군수 세 후보자 선거사무소 벽보. ⓒ민중의소리

“영광 군수는 퇴임하면 징역살이”

영광군에서 가장 번화한 영광읍 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골목으로 2분쯤 걸어가면 영진파크맨션 아파트가 나온다. 1997년 준공했다. 14층짜리 건물 한 동에 30평(75㎡), 40평(107㎡) 두 평형에 116세대가 나눠 입주해 있다. 40평대 매매가는 1억 5천만원선, 소도시의 전형적인 서민아파트다.

직장인 한민성(가명·53)씨는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살고 있다. 그는 “영광 군수는 끝나믄 징역을 살어. 명예로운 퇴진이란걸 본 적이 없당께”라고 했다.

직전 강종만 군수는 2006년과 2022년 두 번 당선됐으나, 두 번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최근엔 지역 기자에게 “잘 봐달라”고 100만원을 준 혐의가 확정돼 직위를 상실했고 2008년엔 건설업자에게 뇌물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2년 만에 물러났다.

전임 김준성 군수는 사실상 자신이 소유한 석산을 토석채취업자에게 개발하도록 허가하고 편의를 봐준 대가로 6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기소 됐다. 한민성씨는 “허구헌날 돈 많고 권력 쥔 놈들끼리 해처먹는거 징글징글 해불어”라고 혀를 찼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군수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도덕성/청렴성’이라고 답한 군민이 가장 많은(35.3%) 이유가 있었다. 청렴한 군수에 대한 군민의 열망은 ‘후보 능력이나 경험을 보겠다’(25.2%)는 답변보다 많았고, 소속 정당(9%)이나 당선 가능성(6.3%)을 보겠다는 답변을 압도했다.

법성포에서 4대째 굴비 덕장을 운영하는 구철수(73)씨는 “요번째야말로 참말로 깨깟한 사람이 돼야제”라고 했다.

폭력, 사기·국고 횡령 전과자 공천한 민주당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장세일 후보를 확정했다. 그가 청렴한 군수를 열망하는 군민의 뜻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선관위에 신고한 장세일 후보 전과 기록에 ‘사기·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9백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된 점이 눈에 띈다.

재선 도의원 출신인 장세일 후보가 공직에 진출하기 전, 중앙정부·영광군으로부터 각각 도비와 군비를 지원받아 자신이 운영하던 주유소 옆 공간에 특산물인 굴비 저장 창고를 건설했다가 의무 운영 기간을 채우지 않고 매각한 사건이다.

약속된 운영 기간을 지키지 않은 사기 혐의, 보조금으로 건설한 시설을 매각해 개인 자금으로 회수했으니 보조금 횡령 혐의다. 특산물 굴비 판로 확대를 위한 사업이었지만, 지원된 보조금이 결국 장 후보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다.

장 후보는 “보조금 지원 사업 처리 절차를 잘 몰라서 발생했던 일이다. 고의적인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올해 60세인 장 후보는 20대 청년 시절, 폭행 사건을 일으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받은 폭력 전과도 있다. 장 후보는 최근 토론회에서 “물리적인 것은 없었고, 언성만 좀 높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군민들 시선은 곱지 않다. 읍내에서 통신업에 종사하는 정모 대표(48)는 “얼마나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가 나오냐. 폭행이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 패고 정부 상대로 사기 친 사람이 민주당 군수 후보라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민주당은 공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광에 내려와 한 달째 선거를 지휘하고 있는 한준호 최고위원은 캠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나 “중앙당 최고위 차원에서 범죄 이력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정이다. 횡령 금액이 수천만원 수준으로 매우 적고, 폭행 행위도 경미했다. 공정한 경선을 거쳐 선발된 후보”라고 강조했다.

장세일 후보는 재선 도의원 출신으로 풍부한 도정 경험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운다. 영광에서 나고 자라 30여년간 지역 정치에 몸담아 군정을 이끌 적임자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후보는 ‘철새’ 꼬리표 

영광읍 옥당로 대로변 5층짜리 건물 2층에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다. 건물 외벽엔 대문짝만한 글씨로 ‘조국혁신당, 군수다운 군수 장현’이라고 적혀 있지만, 얼마 전까지 이곳 선거사무실엔 이재명 대표와 장현 민주당 군수 예비후보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걸려 있던 곳이다.

한 달 사이 뒤바뀐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 선거사무실 현수막. 위쪽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시절, 아래쪽은 조국혁신당 후보 확정 이후 모습. ⓒ민중의소리
장현 후보는 불과 한 달 전까지, 민주당 예비후보였다. 장세일 후보와 본선 진출을 두고 경선을 벌였다. 당시 장현 예비후보는 장세일 예비후보 범죄 경력을 문제 삼으며 중앙당에 공천 배제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장현 후보는 경선 마지막 날 탈당했고, 며칠 뒤 조국혁신당에 입당,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정됐다. 지역 정가에선 ‘아버지까지 바꾼 철새 정치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반박한다. 윤재관 선대본부장은 “군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후보를 걸러내는 것이 지역 정치, 정당의 역할”이라며 “폭력·사기 전과자, 파렴치범을 거르기 위해 스스로 만든 규정도 지키지 않은 민주당 부정 공천에 항의한 탈당”이라고 강조했다.

이번뿐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장현 후보는 2000년대 초부터 영광 국회의원, 군수 선거에 여러 차례 출마했다 낙방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입당과 탈당, 무소속 출마를 반복한 전력이 있다.

허위 경력 논란도 따라붙는다. 과거 여러 선거에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는 고려대학교 학도호국단 총학생장 출신이었다. 총학생회장은 당시 민주화를 이끌던 학생운동의 중심이었지만, 학도호국단 총학생장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학생운동 무력화를 위해 조직한 관변 학생단체 수장 성격이 짙었다. 과거 여러 선거에서 총학생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썼으나, 선관위 고발 등을 거치며 최근에는 총학생장으로 표기하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장현 후보는 본인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하는 ‘습관성 탈당 철새 정치인’”이라고 꼬집었다.

적어도 영광에선, 조국혁신당이 내세우는 명분이 퇴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광군 D 면의 A 이장은 “경쟁을 통한 야권 강화, 정권교체, 지역 정치 혁신을 내세운 것이 조국혁신당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장현 후보가 거기에 적합한 후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장현 후보 측은 사회복지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시시피주립대, 플로리다주립대에서 각각 인문학·정치학 석사와 박사를 따고, 호남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교수, 호남대 평생교육원장을 역임해 영광군의 고질적인 인구 감소·고령화 문제 해결에 적임자라는 것이다. 

진보당의 약진, “땀에 투표해 주세요”

군청에서 직선거리로 18km 떨어진 곳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영광군 최북단에 위치한 홍농읍, 그중에서도 계마리다. 원자력발전소 사택 이외에 나머지 지역엔 거주 인구가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다.

발전소 인근 주민 목소리를 듣기 위해 2일 아침, 군청에서 차로 30분을 달렸다. 공공근로 조끼를 입고 계마미 해수욕장 쓰레기를 줍는 주민들이 있었고, 그 사이에 진보당 선거운동원이 보였다. 읍내에서 가장 멀고 후미진 곳에도 진보당은 있었다.

진보당 당원이 영광군 홍농읍 계마리에서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진보당 당원이라는 그는 “벌써 석 달째”라고 말했다. “마음을 얻기 위해 땀을 흘렸다”고 했다. 매일 100여명, 주말이면 400여명 당원이 전국에서 모였다. 뜨거웠던 지난여름, 이들은 마을을 청소하고, 농약을 치고, 고추를 함께 땄다.

땀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석하 후보 지지율이 30.1%로 나왔다.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32.5%,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가 30.9%다. 세 후보 지지율 모두 오차 범위 안에 있다. 누가 당선될지 아무도 모른다.

영광은 덮어놓고 민주당이 아니었다. 여덟 차례 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세 번 당선됐다. 전남도의회 영광 지역구 의원 두 명 중 한 명이 진보당 소속이다.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영남의 부패한 기득권 세력이 국민의힘 계열이라면, 호남의 그것은 민주당 계열이라는 것이 그간 영광 군수 흑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이다.

영광읍에 위치한 진보당 이석하 후보 사무실 외벽에는 ‘영광군수, 바르게 세우고 싶죠?’라는 글귀가 가로로 누워있다. 군내 곳곳에는 ‘영광 정치, 바르게 세우고 싶죠?’라고 적힌 현수막이 삐뚜룸 하게 걸려있다. 진보당이 진정한 지역 정치 개혁을 이루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영광에서 나고 자랐다. 전남대학교를 다니다 고향에 돌아와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 노동·환경·시민 운동에 앞장섰다. 이석하 후보는 “지난 30년 기득권 정치를 완전히 종식하겠다. 부패·비리와 탈당 철새를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하 후보가 지금은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영광은 인구 5만명의 작은 지역이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 선거 특성상 조직력에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진보당 신창현 사무총장은 “정당 지지율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광군 진보당 지지율은 24.9%가 나왔다. 같은 조사 기관에서 발표된 진보당 전국 지지율 1.9%의 20배 수준이다. 신 사무총장은 “정당 지지율은 당 조직력을 대표하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재보선을 치렀지만, 이만큼 높게 나온 적 없었다”며 “후보와 당원들의 헌신이 만든 든든한 지원군이다. 선거 막판 민주당 조직에 쉽게 흔들리거나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vs 조국 vs 진보당, 복잡한 속내

이번 재선거는 5만 영광 군민의 삶을 돌보는 군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다. 단순히 군정을 잘 돌볼 적임자를 고르면 되지만, 현실에선 그보다 많은 의미가 담긴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권 심판 시기 ‘야권 대표주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호남 대안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던 진보 정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각 당 지도부 속내가 복잡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진보당 김재연 대표 모두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일 장현 영광군수 후보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제공 : 뉴스1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3일 이석하 영광군수 후보와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민주당은 이재명 2기 지도부 출범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부담이 만만치 않다. 장세일 후보의 손을 치켜세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총선이 1차 정권 심판이었다면, 이번 보궐선거는 2차 정권 심판이어야 한다”며 “최전선에서 무도한 정권과 큰 전쟁 벌이고 있는데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때리면 전선이 무너진다. 앞을 향해 낼 창을 옆으로 찌르면 전쟁이 되겠나”라고 했다.

지역구 의원이 없는 정당인 조국혁신당은 지역 정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조국 대표는 장현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서 “지금은 대선이 아니고 호남 지역에서 어느 당, 어느 후보가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경쟁이 바로 여기 영광과 호남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야권 분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호남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그 뒤에 정권교체를 위해서 민주당과 철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당 김재연 대표는 “개혁과 정치교체는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자리바꿈을 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함량 미달 후보를 내세우고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될 거라는 생각은 호남 민심은 말할 것도 없고 정권교체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조국혁신당을 향해선 “호남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영광 재선거에 올인하는 조국 대표의 모습이 총선 민의에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진보당이 영광군수 재선거 돌풍으로 호남 정치의 개혁, 정치교체를 본격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식 선거운동은 앞으로 13일간 치러진다. 영광 군수 후보는 무소속 오기원 후보까지 총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11·12일에는 사전투표가, 본 투표는 오는 16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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